│사설│코로나 시대 우리 사회의 의사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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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20.10.13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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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가 남긴 명언인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Life is short, art is long)는 대표적인 오역 사례다. 영어 단어 'art'가 예술이라는 의미를 갖게 된 것은 기껏해야 19세기 무렵이었다. 따라서 그전에 쓰이던 라틴어 어원인 기술, 즉 의사의 경우에는 의술이 되어야 정확한 번역이라는 말이다. 의학의 아버지라고 일컫는 히포크라테스는 인간에게 주어진 인생의 길이에 비해서 의사로서 익혀야 할 기술이 너무 많고 어렵다는 한탄을 이와 같이 표현한 것이다. 하기야 숱한 어려움을 극복한 이들의 노력만이 예술적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볼 때 굳이 틀린 번역도 아닐 것이다.

'부자들이 천국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이 더 쉽다'(It is easier for a camel to go through the eye of a needle than for a rich man to enter the kingdom of God)는 마태복음 19장 24절 역시 널리 알려진 오역이다. 초기에 성서가 갈릴리 지방의 아람어로 기록될 당시 밧줄을 뜻하는 'gamta'와 낙타를 뜻하는 'gamla'를 혼동했다는 주장과 그리스어 원전의 kamilos(밧줄)를 kamelos(낙타)로 착각했다는 설 등이 존재한다. 부자들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이 성경 구절은 교회 헌금 모금에 매우 유용하게 쓰여 왔다. 원래 뜻인 밧줄보다 오히려 낙타가 사람들에게 더 강렬한 도덕적 교훈을 주는 듯하다.    

 환자의 병을 치료하는 의사, 물질로부터 고통받는 영혼을 치유하는 목사는 사회에서 존중받는 직업이다. 그러나 요즘 대한민국은 의사와 목사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소명 의식을 지녀야 마땅한 직업을 가진 이들 때문에 오히려 국민들이 더 아파하고 더 괴로워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신앙보다 정치놀음에 열중하고 있는 일부 교회가 광화문발 코로나19 2차 대유행의 중심에 선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처럼 보인다.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방역 권고를 무시하고 벌이는 이들의 집회로 또다시 국민들의 일상은 무너지고 말았다.   

정치와 종교의 분리는 역사적으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정당성을 검증받았다. 이 둘의 결합이 미치는 폐해가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소름 끼치는 역사적 오류를 21세기에 몸소 체험하고 있다. 중세 유럽에서 신이 내린 형벌인 흑사병을 고쳐주겠다고 교회에서 예배를 강행하던 막강한 교회 권력의 무지와 포악함. 이는 대한민국에서 '빨갱이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고 전국에서 모여든 무리가 바이러스쯤은 무시하고 저주와 증오의 굿판을 벌이는 것과 너무나 닮아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민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엄중한 시기에 의사들이 파업을 강행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이들에게 과연 의술이란 일생을 바쳐서도 제대로 익히지 못할 숭고한 기술, 즉 '예술적' 가치를 지닌 것일까.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기본 정신은 생명을 다루는 이들의 양심이자 직업윤리다. 국민 절대다수의 것보다 큰 자기 밥그릇을 독점하고 있으면서도 더 큰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 영향력을 위해 선택한 파업 때문에 의술은 그저 돈벌이 기술로 전락하고 말았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남수단 톤즈에서 의술 선교로 종교인과 의사가 지녀야 할 참된 직업윤리를 되새겼던 故 이태석 신부가 마지막으로 남겼던 말은 '그들은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았고 부족한 가운데서도 나눌 줄 알았다'였다. 굳이 이태석 신부의 헌신과 희생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종교와 의술의 본질이 사랑과 베풂임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위기에 처한 국민들의 건강을 내팽개치는 의사들과 정치놀음에 빠진 목사들이 좌지우지하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이들이 사랑과 배려 없이 오로지 정치적 신념과 경제적 동기에 따라 행동한다면 그 어떤 사회적 책무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며 직업에 대한 존경심마저 사라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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