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대학이여 '공유'로 단합하라
비수도권 대학이여 '공유'로 단합하라
  • 장유진 기자
  • 승인 2020.12.07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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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속 부산 6개 대학 연대 나섰다
전문가 "완전한 공유대학 모색해야"

인구절벽 위기 앞에 비수도권 대학의 소멸 우려는 현실이 됐다. 교육부는 올해 고교 졸업생과 재수생을 합한 대학 입학 가능 인원이 47만 9,376명이라 밝혔다. 2021학년도 전국 대학 모집정원이 49만 7,218명인 것을 고려하면 대입 가능 인구 전원이 진학해도 2만여 개의 빈자리가 생긴다. 학생 수 감소의 불똥은 가장 먼저 비수도권 대학을 향했다. 궁지에 몰린 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의 손을 잡았다. 그들의 결속은 알맞은 타개책이 될 수 있을까.

<일러스트레이션=정영림 기자>

 

학령인구 감소에 직격타를 맞은 지방 대학


대학 모집 정원이 대입 지원자 수를 넘어서는 초유의 역전 상황에 대학 사회 전반이 술렁이는 가운데, 비수도권 대학들은 학교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대학교육연구소(이하 대교연)의 '대학 위기 극복을 위한 지방 대학 육성방안' 연구자료에 따르면 전국 대학 평균 신입생 충원율은 △2021년 84.1% △2024년 78.0% △2037년 63.9%를 기록할 전망이다. 비수도권 대학의 경우 2037년 신입생 충원율이 70% 미만이 되리라 예측되는 곳이 전체 지방대 249개교의 83.9%인 209개교에 달하고, 50% 미만일 것으로 보이는 곳 역시 84개교나 된다. 2037년 비수도권 대학은 전국 대학 신입생 충원율 감소 추세보다 더욱 극심한 하향곡선을 그리며 소멸에 가까워진다.

비수도권 대학의 위기는 2020년 현재, 곳곳에서 가시화되는 중이다. 우리 대학교 입학관리과 관계자는 "21학년도 수시 모집 결과를 보면 우리 대학의 경우 지난해보다 지원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으나, 올해 많은 비수도권대 지원율이 상당폭으로 감소했다"며 "학령인구 감소의 여파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느낌"이라고 현실을 밝혔다. 우리 대학 최하늘(산업디자인학 2) 학생은 "동네에 있는 지역 대학이 학생 인원이 모자라 도서관으로 바뀐다는 소문이 돈 적 있다"며 당시 대학의 폐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비수도권 대학의 소멸 위기가 심각하다는 점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이미지의 호불호를 따지는 것이 과열돼 비수도권 대학의 지원 인원이 감소하는 것"이라며 "지역대학은 역량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교연 임희성 연구원은 비수도권 대학 지원 감소 원인으로 △사회 모든 분야의 수도권 집중 현상 △정원 자율화 정책 시행 이후 사립대학들의 몸집 부풀리기식 정원 증대 △대학 서열화 과정에서의 비수도권 대학 저평가를 꼽았다. 이어 "요인이 복합적이다 보니 해결에도 복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국가 균형 발전에 대한 정부의 그림 속에 비수도권 대학의 문제도 고민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껏 지역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는 시도가 없진 않았으나, 시장 논리를 따르다 보니 경쟁력 있는 대학이나 분야만 살리게 돼 효과가 미미했다"며 실질적인 해결책의 필요성을 말했다. 또한, "대입 정원이 채워지지 않는다고 당장 학생모집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비수도권 대학의 정원만을 감축했다간 외려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임을 강조하며 "전국 대학 전부가 감소하는 학령인구에 맞춰 모집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백소은(동서대 영어영문학 2) 씨는 "현재 정부의 비수도권 대학 지원율 감소에 대한 대책으로는 대학 평가를 통한 '비수도권대 구조 조정', '대학 기본 역량 진단'이 있다. 그러나 이는 학생 수 감소의 책임을 비수도권 대학에 떠넘기는 거나 마찬가지인 대처라고 생각한다"며 보다 실효성 있는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의했다.


휘청이는 비수도권 대학, 연대 통해 다시 설까

지역대학 존립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 앞에 부산 비수도권 대학들은 연합 작전을 택했다. 경성대와 동서대는 지난 2016년 도서관, 스포츠센터, 공연장 및 전시실 등 시설 인프라 공유 체제를 마련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인 2017년 협력 시스템을 본격화해 활발히 교류한 바 있다. 두 대학은 △문화콘텐츠 특성화 △공동 리버럴 아트 칼리지(각 대학 주요 교양강좌를 교차 개설하는 교양대학) 설립 및 운영 △글로벌 프로젝트 △미래 첨단기술 공동연구센터 구축 △벤처창업 아카데미 운영 △대학원 전공 교과 협력 △기독교 공동체 △대학 인프라 공유 등을 목표로 삼고 각 학교의 일부 교양강좌를 공동 운영하는가 하면, 인문학 특강과 창업지원단 워크숍을 공동으로 개최하기도 했다. 경성대와 동서대는 학령인구감소로 인한 대학 경영난을 양 대학이 주도적으로 극복하고자 힘을 모으게 됐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지난 7월 협정을 맺은 부산대·부경대의 산업 데이터 공학 융합 전공 공동 학위 과정 신설 등 부산 전역 대학들이 다양한 연대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부산권 대학들의 여러 연합 사업 가운데 특히 주목받고 있는 사업은 지난 10월 협약이 체결된 '부산권 공유대학 플랫폼 구축'이다. 우리 대학 LINC+사업단은 "△현 정부의 지역 균형 발전 전략과 학령인구 감소 등 대학 환경변화에 따른 공동 대응 △시와 대학 간 상생 강화 △지역 내 대학 간 공유와 협력을 촉진하고자 대학과 부산광역시가 '부산형 지역혁신 플랫폼 사업'을 유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그 일환으로 부산역에 위치한 유라시아 플랫폼을 활용한 창업교육 공동교육과정이 운영될 계획이며 부산권 LINC+ 사업단 6개 대학(동명대·동서대·동아대·동의대·부경대·한국해양대)과 부산광역시 간 공유대학 모델을 구축해 향후 부산 지역 전체 대학으로 확산할 것"이라 전했다.

해당 사업의 주관대학인 동명대 LINC+ 사업단 박수영 지역사회협업센터장은 "부산 지역대학들은 지금껏 학생 수 감소, 등록금 동결 등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해왔다. 또한,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급격한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비수도권 대학의 위기가 심각함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됐다"며 "이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공유대학 플랫폼 사업을 실시하게 된 것"이라고 지방 대학들의 참여 계기를 말했다. 이어 참여 대학들이 △공유대학 플랫폼 공동 운영 △인력양성 공동교육과정 개발 △상호 협력 프로그램 및 콘텐츠 공동 기획 개발 △대학 간 행·재정적 지원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음을 밝혔다.

동명대 LINC+ 사업단 신동석 단장은 "공유대학 플랫폼에서는 6개 참여 대학의 교수가 함께 공동강좌를 운영하고,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학습 방법을 도입하기에 교육수요자의 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이번 사업을 평가했다.

공유대학 플랫폼 구축에 참여하는 부경대 LINC+ 사업단 공유식 직원은 "공유대학 플랫폼이 활성화된다면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에서 찾고자 하는 양질의 교육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지역의 우수 인재 유출방지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 말했다. 그는 "공유대학 플랫폼이 부산 지역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는 기대를 드러냈다.

최하늘 학생은 공유대학 플랫폼 시행에 "학교 간의 서열화된 격차도 줄일 수 있고 각자의 대학에 개설되지 않은 강좌를 수강할 수 있다는 점이 학생들에게 큰 이점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소은 씨는 "대학생들은 공유대학 플랫폼을 통해 타 대학 재학생들의 진로 설정 및 방향과 진로 프로그램을 접하게 될 것이다"며 "타 대학과의 교류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얻고 자신의 진로에 접목해 학생 개개인이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공유대학 플랫폼,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부산 지역에서 시행되는 이번 사업은 공유대학 플랫폼의 첫 사례가 아니다. 공유대학 플랫폼은 지난해 서울총장포럼 주관하에 서울 지역 24개 대학의 협약 체결로 첫선을 보였다. 당시 서울총장포럼 사무국장을 역임했던 세종대 김대종(경영학) 교수는 "전 세계적 화두가 된 공유경제의 흐름에 따라 대학들도 낭비적인 중복 투자를 하지 말고 연구시설과 부속 시설, 수업을 공유하자는 취지로 공유대학 플랫폼을 만들게 됐다"며 "공유대학 플랫폼이 학교 운영비용을 절감해주고, 서울권뿐 아니라 전국 각지 대학들과 협력을 확대해 학벌 격차 현상을 완화해주길 기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유대학 플랫폼의 이상적인 미래는 현실의 벽에 막힌 상태다. 서울권 공유대학 플랫폼은 현재 일시적으로 운영이 중단됐다. 김대종 교수는 "공유대학 플랫폼의 서버를 운영하는 비용이 매년 1-2억 원 가까이 소요된다. 처음 출범될 때는 서울시의 금전적 지원을 받았으나, 이후 자금을 마련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보니 재정난으로 인해 운영을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권 공유대학 플랫폼의 경우 사업을 이끌어나갈 구심점이 없기도 했다"며 "서울총장포럼의 회장교가 2년 주기로 교체되는 까닭에, 공유대학 플랫폼 사업의 행정 업무를 볼 정착된 사무실도 없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부산권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의 공유대학 플랫폼 사업에서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하며 "교육부가 이를 국가적인 사업으로 추진해서 비수도권 대학을 살리고, 우리나라가 국가 경쟁력을 기를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임희성 연구원은 "공유대학 플랫폼을 통해 학습 시설물과 강의를 공유함으로써 각 대학의 재정을 절약해 발전을 도모하자는 말이 완전히 틀린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이를 비수도권 대학 위기의 극복 방안으로 삼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 전했다. 

그는 "완전한 공유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대학들이 교수와 교육 콘텐츠, 시설을 다 열어놓고 공유해야 하는데, 교육부의 대학 평가 정책을 보면 우리나라는 철저하게 개별 대학의 교육이나 연구 업적을 경쟁을 통해 평가하는 체제"라며 "그렇기에 공유 이전에 대학은 각자의 여건과 실적을 따지는 게 더 급해진다. 교육부가 공유대학을 위해 평가 체계를 바꾸지 않는 이상 완벽한 공유대학은 꿈꾸기 어렵다고 본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 관계자는 "현재의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는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 진행하기에 대학 간 경쟁심리를 조장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평가의 주요 목적은 어디까지나 일부 문제 대학들을 가려내고 개선하기 위함"을 강조했다.

임 연구원은 대학 간 경쟁의식 탈피의 필요성을 강조할 뿐 아니라 "공유대학 플랫폼이 활성화 될 시, 학교의 금전적 지출이 큰 폭으로 절감되는 만큼 등록금을 인하하지 않는다면 학교의 재정 운영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이 다시금 증폭될 수도 있다"며 새로운 논란의 발생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장유진 기자
2041605@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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