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取)중진담│ 공개나 경쟁이 아닌 공유로
│취(取)중진담│ 공개나 경쟁이 아닌 공유로
  • 장유진 기자
  • 승인 2020.12.07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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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과정에서 기자가 만난 인터뷰이들은 하나같이 벚꽃 얘기를 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 수도권보다 먼저 벚꽃이 만개하는 지역에 자리한 대학들은 현재 존폐위기에 놓였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그들이 택한 방법은 서로 간의 연대였다. 비수도권 대학들은 지원자 감소가 부른 재정난을 극복하고자 함께 학위를 공유하고,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수업 시설을 공유했다. 하지만 그들은 가진 것 중 극히 일부를, 찰나 같은 시간 동안 상대 학교에 보여줄 뿐이었다. 대학들의 협업 체결은 초창기 각 학교 간에 왕성한 교류를 갖는 듯하다 한두 해가 지나면 사업의 현황조차 알 수 없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 같은 보여주기식 사업에는 함께 소유함을 의미하는 공유(共有)보다 상대 학교에 한정된 한시적인 공개(公開)라는 말을 붙이는 게 더 적합할 듯하다.

대학이 협력을 위한 공유를 실천할 줄 모르는 이기적인 성향이라고 탓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 간 공동 연합 사업에서 공유의 의미가 퇴색돼 버린 데는 우리 사회에 뿌리박힌 대학 간 경쟁 구도의 영향이 크다. 나날이 심화하는 대학 서열화와 상위권 대학으로의 나날이 심화하는 대학 서열화로 인한 지원자 쏠림 현상은 타 대학에게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는 동료로 대할 수 없게 했다. 

대학 교육에 대한 정책 시행 방안 역시 대학들의 경쟁 구도를 굳히는데 한몫한다. 우리나라는 여태껏 철저한 평가의 방식으로 대학을 관리해왔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신입생 및 재학생 충원율 등을 기준으로 개별 대학을 평가해 총점을 매기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진단 결과에 따라 각 대학은 평가 점수 상위권부터 등급별로 구분돼 각기 다른 지원 범위에 포함된다. 이때 역량강화대학이나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될 경우 제한적으로 지원을 받을뿐더러 정원 감축 권고도 받게 된다. 이러한 현 교육구조의 대학 진단 방식은 각 학교가 서로를 경쟁상대로 인식하게 해 대학들의 공유 체계를 불완전한 상태로 만든다.

이번 공유대학 플랫폼은 부산권 6개 대학이 참여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해당 협약이 비수도권대 소멸 위기 극복의 묘수가 될 수 있을지는 체결 대학들이 얼마나 공동 소유의 의미를 공고히 다지는가에 달렸다. '공유'가 될 것인가, '공개'에 그칠 것인가. 연합 대학들이 상호 공유하는 시설물이나 장비, 교육 콘텐츠의 범주가 늘어나고 공유 체계가 지속될수록 대입 모집 인원을 증가시킬 방안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대학 공유 사업이 경쟁 구도의 틀에 박혀 다른 학교와의 껄끄러운 공생으로 변질된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그렇기에 대학들이 경쟁의식을 탈피하고 공유사회의 안정화를 도모하려면 일부 비수도권 대학만의 노력이 아닌 전 지역 대학들의 상호 협력 정신과 교육 정책의 제도적 개선이 필수적이다. 정부와 지자체, 전국 대학 그리고 학생들이 함께 소유한 숙제로 현안을 바라보기 시작한다면, 이번 공유대학 플랫폼을 비롯한 부산권 대학들의 생존을 향한 움직임이 마냥 뜬구름 잡는 행위가 되진 않으리라 기대를 품어 본다. 

장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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