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밖에도 청년은 존재한다
캠퍼스 밖에도 청년은 존재한다
  • 박서현 기자
  • 승인 2020.12.07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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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어디 다녀요? 무슨 과?"
"아, 저는 학교 안 다녀요"

 

<일러스트레이션=정영림 기자>

 

A 학생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습관적으로 학과나 학교를 묻곤 했다. 첫 만남의 어색함을 떨치기 위해 꺼냈던 말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음을 알게 된 순간, 질문에 대해 사과했다. A 학생은 주변에 대학생이 많다는 이유로 상대도 당연히 대학생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들처럼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고등학교 졸업(이하 고졸) 이하 학력을 가진 이들을 '비대학 청년'이라 한다.

 
비대학 청년, 그들은 누구인가


청년기본법 제3조 1항에 따르면 청년을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이라 정의한다. 이처럼 청년은 일정 연령을 기준으로 하는 세대로서 우리 사회 한 집단이다. 하지만 청년들에게 주어진 조건과 상황은 제각각이다. 그들은 △성별 △학력 △거주지 △취업 등 상황으로 각기 다른 고민을 가지기 때문에 청년 문제를 바라볼 때 대학생이라는 특정 조건을 기준으로 둬선 안 된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나타난 지난해 대학 진학률은 70.4%(568,491명 중 400,218명)다. 2010년 79%에 비하면 대학 진학률은 하락세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청년 10명 중 7명은 대학에 진학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졸업하는 건 아니다. 대학에서 중도 탈락(재학 도중 자퇴나 제적, 미등록 등의 사유로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하는 학생은 최종 학력이 고졸이 돼 '비대학' 청년이 된다. 

대학 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의 '중도 탈락 학생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전국 대학에서 중도 탈락한 학생 수는 약 16만 명으로,      전체 재적 학생 231만 4,076명의 약 6.5%(150,998명)를 차지한다. 지난해 우리 대학교는 재적 학생 2만 6,185명 중 약 4.1%(1,086명)의 학생이 중도 탈락했다. 우리 대학 중도 탈락률은 △2016년 3.2% △2017년 3.9% △2018년 4.1% △2019년 4%로 전체적으로 증가세를 보였다(본지 1155호 1면 참고). 

우리 대학을 자퇴한 박정훈(사회학 중퇴) 씨는 "하고 싶은 일이 대학 졸업과는 무관해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느낌이 들었다"며 "주변에서 크게 놀라진 않았지만, 부모님은 '그래도 대학은 졸업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셨다"고 밝혔다. 또 다른 우리 대학 자퇴생 신승철(경영학 중퇴) 씨는 "군 복무 중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자퇴 직후 진로를 설정하지 못해 어영부영 복학했다가 결국 학교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 이승록(한국어문학 2) 학생은 비대학 청년에 대해 "자신의 특기나 장점을 살려서 해당 분야에 먼저 뛰어든 친구들이 있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인생을 이끄는 것 같아 멋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 사회는 여전히 대학 비진학·중퇴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수많은 차별에 몸살 앓는 청년들


청년 모두가 직면한 과제가 있다. 바로 취업 문제다. 우리 사회에서 비대학 청년은 고등학교 재학 당시 취업하는 경우가 존재하고, 대학에 진학한 청년에 비해 취직이 순탄하다는 통념이 만연하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고졸 실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8월 5.4%p(1만 9천 명) △9월 20.4%p(7만 9천 명) △10월 36.4%p(12만 7천 명)로 꾸준히 증가하는 편이었다. 대학 졸업자(이하 대졸자)의 경우 △8월 -2.4%p(9천 명) △9월 8.3%p(3만 2천 명) △10월 9%p(3만 6천 명)로 증가세를 보이지만 대졸자보다 고졸 이하 학력자의 실업자 비율이 훨씬 높았다.

비대학 청년들에게 학력 미달은 그들을 가로막는 큰 벽 중 하나다. 청년의 생존과 자립을 돕기 위한 플랫폼 '청년허브'에서 발표한 '대학 비진학 청년 현황과 심층면접조사 : 특성화고 졸업자를 중심으로'는 비대학 청년이 경제·문화·정치 세 가지 차원의 차별을 받는다고 말했다. 

경제적 차원 차별의 대표 사례는 학력에 따른 임금 차별이다. 국정모니터링지표 'e-나라지표'에서 지난해 12월 'OECD(2019) Education at a Glance'를 토대로 발표한 학력별 임금 격차 그래프에 따르면 우리나라 2017년도 학력별 임금은 고졸자 임금을 100으로 볼 때, 중졸 이하 75, 전문대졸 115, 대졸 이상 145로 학력이 높을수록 임금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OECD 평균 4년제 대졸자의 평균 임금이 144임을 고려해 보면 우리나라의 학력별 임금 격차는 OECD 평균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하단 그래프 참고).

<일러스트레이션=임효원 기자>

 

학력·학벌 차별에 반대하기 위한 모임 '투명가방끈' 활동가 공현(가명) 씨는 "모임에서 강의를 하거나 외부에 섭외가 와도 대졸인지 석·박사 학위를 가졌는지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는 게 공식적인 기준이다. 실제 취업에서도 대졸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탈락하거나 급여가 낮게 책정되는 일도 많다"며 경험을 말했다.

문화적 차원의 차별은 비대학 청년에 대한 시선과 태도다. 또 다른 투명가방끈 활동가 난다(가명) 씨는 "고등학교에서는 대학 입시 준비라는 목표에서 벗어난 학생은 이상한 사람으로 여겨지며 '쟤는 왜 대학 안 가?'하고 압박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이런 분위기는 비대학 청년에 대한 사회적 차별의 정당화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차원의 차별은 우리나라의 청년 담론으로 알 수 있다. 언론과 정치권은 지난해 논란이 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논란과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사태를 두고 '청년이 분노했다'고 표했다. 이들의 말처럼 정말 모든 청년이 분노했을까. 

지난해 시사주간지 <시사in>과 여론조사 업체 '한국리서치'에서 실시한 '여론 속의 여론'의 '조국 장관 임명에 대한 세대별 교육 수준에 따른 인식격차'(2,500명 참여)에서 대학생과 대졸자는 49%(1,225명)가 부적절한 인사라고 답한 반면, 고졸자·고졸 이하 학력자는 36%(900명)만이 부적절한 인사라고 답했다.

박정훈 씨는 "대학 재학 중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면 분노했을 것이다. 그러나 중퇴 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뉴스를 접했을 땐 덤덤했다"며 "중퇴 후 느꼈던 문화적 차이와 달라진 대화 주제로 대졸자들의 분노가 멀게만 느껴졌다"고 전했다. 신승철 씨는 "대졸자 비율이 높아 그들 중심의 청년 담론이 이해는 되지만, 그것이 현시대 청년 전체 의사인 것처럼 표현하는 건 지양해야 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우리 대학 이다윗(정치외교학) 교수는 "한국은 대학 진학률이 높아 현실적으로 다수인 대졸자 중심으로 청년 정책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제적 차원의 차별 문제에 대해서는 "고졸 이하 학력자의 채용 비율이나 임금 격차 상한선 제도를 현장에 적용해 인력을 육성하는 구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덧붙여 "대졸자의 임금 상승 폭 만큼 일정 비율을 고졸자의 임금 상승에 적용한다면 학력 간 임금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등록금을 내야만 청년인가

 

투명가방끈 모임이 평등행진에 참석한 모습
<제공=투명가방끈 모임>

비대학 청년들의 취업률 증진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 모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6월 교육부는 중앙취업지원센터를 개소해 '고졸 취업자 지원확대'와 '직업교육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의 의지를 밝혔다. 지난 3월부터 3년간 사업을 진행해 △취업지원 기반 플랫폼 구축 △일자리 발굴 △취업 지원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라 밝혔다. 또한, 이들에 의하면 해당 센터는 개소 후 3개월 만에 1,500개의 일자리를 발굴했으며 올해 안에 고졸 취업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5,000개를 발굴할 것으로 전망했다.

취업뿐만 아니라 정책 측면에서도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박정훈 씨는 "정치권에서는 비대학 청년들의 현실을 모르는 것 같은 정책만 내놓고 있다"며 "올해 논란이 됐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고 외려 대체로 정규직인 대졸자들과의 극심한 갈등만 초래했다. 무작정 정규직 전환을 시켜줄 것이 아니라 비대학 청년이 처한 현실과 어려움을 이해한 후에 적절한 해결책을 찾았어야 했다"며 토로했다.

대학생들은 서로 교류가 원활한 편이지만, 비대학 청년들은 그렇지 않았다. 박정훈 씨는 "여전히 대학 동기, 선·후배들과 교류하며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비대학 청년은 중퇴자보다 소통과 정보 얻기가 더 힘들 것"이라며 비대학 청년 네트워크 형성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공현 씨는 "현재 투명가방끈뿐만 아니라 특성화고 졸업생 노동조합, 자퇴생 온라인 커뮤니티가 존재하긴 하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며 "비대학 청년들의 소속감과 연대 증진을 위해 이들을 위한 모임이나 단체가 더 확장되고 알려져야 할 것"이라며 의견을 전했다. 일각에서는 대표적인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처럼 비대학 청년 커뮤니티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단순히 의식 개선만으로는 비대학 청년의 차별을 극복하기 어렵기에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존재한다. 이다윗 교수는 "차별과 유리천장의 장벽이 사라지도록 사회적 합의의 틀 안에서 법적인 제도화를 통해 이들에 대한 차별을 극복하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현 씨는 "교육은 모든 사람의 권리를 보장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한 제도다. 학력에 따라 사람을 차별한다면 교육이 가진 본래 역할을 배반하고 있는 것"이라며 "차별금지법과 같은 제도를 통해 고용 과정에서 학력에 의한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서현 기자
 pppsh0115@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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