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밀당' 행정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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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주현 기자
  • 승인 2020.12.07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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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편집국장
박주현 편집국장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유례없던 전염병이 당연시했던 모든 것을 바꿨다. 마스크가 없으면 밖에 돌아다닐 수도 없다.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국내여행도 조심스럽다. 우리 학생들은 학교 강의실이 아닌 본인 집에서 수업을 들어야 했으며 학생회 선거까지 온라인 투표로 진행했다. 이런 상전벽해의 코로나19도 바꾸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 학교 행정이다.

코로나19가 우리 대학을 뒤덮은 이래로 학생들의 수업권 침해로 인한 등록금 반환 요구 행렬, 학교 측의 일방적인 대면 수업 강행, 학내 확진자 발생 등으로 올해 내내 캠퍼스는 한시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학교를 향해 성토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빗발쳤고 학교 당국은 매번 학생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총학생회가 대안으로 모색한 학생 설문조사 역시 학교에 전달되면 휴짓조각으로 전락했다. 재정 부족이라는 구실로 학교 당국은 번번이 쉬운 길을 선택했다. 

학교와 학생 사이 갈등이 절정에 도달한 것은 지난달 부산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올 때였다. 학교 측 결정을 끝끝내 받아들이던 학생들은 자신의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섰다. 교내 부서에 전화를 걸어 불만과 의견을 전달하고 기성언론에 제보까지 했다. 캠퍼스마다 하루 평균 1만여 명이 다녀가기에 살얼음판을 걷는 듯 조심스럽던 대면 수업진행은 다행히 비대면으로 전환됐지만, 기말고사에 대해선 기존대로 대면 진행을 고수할 것인 양 묵묵부답이었다. 기말고사가 꼬박 2주 남은 상황에서 학생들은 침묵에 분노했다. 며칠 뒤에야 기말고사 방식을 안내했지만, 대면·비대면 여부는 교수 재량에 맡겼다. 학생들은 이를 합리적인 결정으로 보지 않았다. 외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었다. 

결국 학생들의 반발에 학교는 한발 물러섰다. 최종적으로 비대면 시험을 원칙으로 고지했으며 제한된 절대평가까지 양보했다. 학교가 학생의 손을 들어 준 것일까. 이러한 판단에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내내 '밀다가' 마지막에 '당기는' 학교 행정은 총장직선제 도입까지 거론하며 잔뜩 화가 나 있는 학생을 잠재우기 위한 학교 측의 마지못한 타협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럼에도 가능성을 확인했다. 폐과·학과 통폐합이 될 때도, 학교 운동장이 사라질 때도, 전자출결과 같은 변화가 일방적으로 진행될 때도 결국에는 순응하던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하면 그래도 바뀔 수 있다는 것,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부디 이러한 학생들의 대오가 이합집산 되지 않기를 바란다.
 

박주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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