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남권 민심이 떠들썩하다. 지난 11월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 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해 부적격하다는 취지의 검증 결과를 발표했고, 이에 대구·경북과 부산 지역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 언론은 검증위 결과 발표에 대해 영남권 5개 시·도 합의를 뒤집는 것이고, 이대로 가다간 통합신공항은 가덕도의 들러리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부산 지역 언론은 검증위의 결정을 환영하고,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위한 여론을 모으는 모양새이다.
2002년 김해공항 민항기 사고로 신(新)김해공항 필요성이 대두된 이후 영남권 신공항은 아직까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대선 때마다 주요 후보들이 내세운 신공항건설 공약은 영남 지역 내 갈등의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신공항 유치 지역에 가덕도와 밀양을 놓고 영남권이 첨예하게 대립한 것을 지역민 모두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갈등을 제대로 짚기 위해선 우선 각자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 대구·경북 지역은 지난 8월, K2 공군 기지가 위치한 기존 대구공항 이전 부지를 군위·의성으로 어렵게 확정했다. 부산 역시 어려운 지역 경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한 상황 속에서 기존 공항 확장보다는 신공항을 건설해 경제적 파급력을 높이고자 지역민들이 노력하고 있다.
각자의 입장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선행된 이후, 신공항의 방향성에 대해 어떤 것이 적합한지 현명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어느 선택지가 되던 신공항은 조(兆) 단위의 대형 국책사업이고, 영남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일이다.
특히,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으로 인해 공석이 된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가 내년 4월에 있다. 부산시장 재보선에서 영남권 신공항은 선거 과정 내내 핵심 논란거리일 것이다.
'발목 잡는 대구·경북', '이기적인 부산'과 같은 지역감정을 근거로 한 원색적인 비난과 갈등 조장을 멈추고, 각 지역 상황과 그들의 여러 주장을 고루 이해해야 한다. 지역민들은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현명하고 냉철한 결정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공항을 둘러싸고 갈라진 영남권 주민들의 모습을 보고 웃는 자들은 정권발(發) 매표행위에 선거 전략을 짜는 기성 정치인들과 정치 공학자들임을 기억해야 한다.
〈대구대신문〉 김규민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