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 학생 잃은 대학 상권의 하소연
코로나 1년, 학생 잃은 대학 상권의 하소연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21.03.0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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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힘들었던 지난 한 해 격변의 무게가 유독 더 버거웠을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다수 대학이 비대면 방식의 수업 진행을 택하자 대학가는 한순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학생 유동인구의 부재는 오롯이 대학 하나만을 바라보는 대학 상권에 직격타를 입혔다.

▲승학캠 인근 상가가 줄줄이 비어있는 모습
<사진=장유진 기자>

 

한국부동산원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조사'에 따르면 부산 전역의 소규모상가 1㎡당 평균 순영업소득은 2019년 4만 7,100원에서 2020년 4만 6,750원으로 350원가량 하락했다. 순영업소득이란 임대료와 옥외 광고비 등 상가를 통해 임대인이 얻는 수익에서 운영경비를 제한 순수익을 말한다. 상가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공통으로 겪은 경영난이 상가 전체 부동산 순영업소득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비대면 수업 전환으로 학생들이 사라진 대학 상권의 축소는 보다 심각했다. 부산대 인근 소규모상가는 2019년 평균 6만 300원에서 2020년 5만 6,250원으로 4,050원의 순영업소득 감소를 보였다. 경성대와 부경대 인근 상가의 평균 순영업소득은 2019년 6만 7,325원에 비해 2020년 6만 2,025원으로 5,300원 하락한 수치를 기록했다.

우리 대학교 승학캠퍼스(이하 승학캠)가 속한 하단역 지역의 경우 인근 상권 소규모상가의 평균 순영업소득이 2019년 4만 4,325원에서 2020년 3만 8,525원으로 무려 5,800원에 달하는 금액이 줄어든 것으로 기록됐다. 상권 내 상가 전반의 부동산 소득이 급감할 만큼 침체한 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해야 했던 캠퍼스 인근 소상공인들의 지난 1년은 어땠을까.

 

<일러스트레이션=임효원 기자>

 

텅 빈 승학캠, 그 어느 때보다 힘들어

 

승학캠 앞 음식점 '봉구스 밥버거' 가게 관계자는 "대학가에 아예 사람이 다니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는 직접 가게를 방문하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매장 방문 손님이 뚝 떨어졌다"며 "매출의 70% 이상 손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카페 상황도 다를 바 없었다. 승학캠 주변 '티그로 커피숍'을 운영 중인 김태인 씨는 "기존 매출에서 절반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배달 서비스를 하진 않았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되고 비대면 수업 시행으로 학생들의 발길이 끊어지자 배달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승학캠 정문 앞 위치한 '빽다방'을 운영하는 박재현 씨 역시 "코로나 터지기 전과 비교했을 때 기존 매출의 70% 정도를 손해 봤다"며 "방문 고객이 없다 보니 배달 매출을 노릴 수밖에 없지만, 그마저도 배달 수수료에 포장 용깃값이 많이 들기 때문에 피해가 크다"고 낙심했다.

하지만 그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올해 매출 회복에 희망을 걸었다. 박재현 씨는 "배달을 시켜 먹지 않던 사람도 배달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등 코로나19 상황에 적응한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작년 매출에서 약 10% 정도는 나아지리라 예상한다"고 전했다.

영업 금지 조치를 받은 업종의 경우 피해는 더 심각했다. 승학캠 주변 헬스장 '피트니스청춘'을 운영 중인 이동규 씨는 "4-5개월 동안 영업을 아예 못 했기 때문에 당시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다"며 "처음엔 (코로나19가) 얼마 안 가다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헬스 트레이너분들의 월급이나 수업료를 지급해야 했기에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 간신히 운영을 이어나가야 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 인근 부동산들 또한 얼어붙은 분위기를 체감했다. 승학캠 인근에 위치한 '히트 공인중개사무소'의 공인중개사는 "이맘때쯤이면 창업 임대 문의가 자주 들어오곤 하는데 요즘은 연락이 도통 없다"며 코로나19가 현 상황에 미친 영향에 대해 말했다. '하단부동산중개사무소'를 운영 중인 이호준 공인중개사는 "임대를 내놓는 원인이 코로나19라고 확언할 순 없지만, 확진자 발생 이후 임대를 내놓는 수가 소폭 증가하긴 했다"며 "장사가 안돼도 계약 기간 때문에 임대를 내놓는 걸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운영을 이어가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부민캠, 계속되는 매출 하락으로 얼어붙은 상권

 

▲영업을 중단한 지 오래인 부민캠 음식점 '선미집'
▲영업을 중단한 지 오래인 부민캠 음식점 '선미집'
<사진=장유진 기자>

 

부민캠퍼스(이하 부민캠) 주변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다수의 업장이 코로나19 이전 매출 절반 이상의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대학이 정상적인 개강을 할 수 없게 되자 부민캠 부근 상권의 상황 역시 속수무책으로 악화됐다.

카페 '이디야커피 부민점'의 매니저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비해 하루 매출만 80-90만 원의 차이가 난다. 캠퍼스 앞이다 보니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자 바로 매상이 급감했다"며 "영업이 잘될 때 한 시간 매출이 지금의 하루 매출"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매장 내 취식이 불가했던 시기를 회상하며 "매장에서 음료와 음식을 먹지 못하는 기간이 대략 한 달 정도 됐었는데, 그 기간에는 하루에 매출이 10만 원도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부민캠 부근에 있는 '엔젤스 코인노래방' 업주는 "뉴스에서 소상공인들의 매출이 60-70%가량 줄었다고 들었다. 우리 노래방도 실질적으로 그 정도 수준으로 매출이 감소한 것 같다"며 "노래방 영업정지 때는 업장 문을 열 수 없어 벌어들이는 수입이 거의 없었다. 결국 월세나 전기세 등 비용이 들다 보니 적자를 봤다"고 밝혔다.

한편 상인들은 부민캠 상권은 지리적 특성상 학생 소비자 유무에 따라 매출 영향이 더욱더 절대적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기도 했다. 우리 대학 맞은편 거리에서 문구점 '모닝글로리'를 운영 중인 심운식 씨는 "여기 상권이 좋은 편이 아니다"며 "대학교 인근이라 월세는 비싼데, 남포동 번화가가 가깝다 보니 사람들이 다 그쪽으로 이동한다"고 말했다. 해당 점포 옆 건물에 위치한 '일등 공인중개사무소'의 강기성 소장도 "사실 이 동네는 인근에 번화가가 많아 저녁 시간에는 유동인구가 모두 상권 바깥으로 유출된다"며 "점심시간인 오전 11시에서 오후 2시 사이에 폭발적으로 소비가 이뤄져야 하는데 학생들이 없다 보니 장사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홀 영업의 어려움을 겪다 보니 근방 오피스텔과 원룸촌을 상대로 하는 배달 전문 업체가 새로 점포를 여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상권의 변화를  알렸다.

실제로 기존 가게들 또한 배달 영업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카페 '기글링'의 점주는 "우리 카페는 홀 운영을 메인으로 했기에 원래 배달을 하려는 계획은 없었다. 그래서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됐을 때 어려움을 겪었다. 그나마 생각지도 못했던 배달이 살아남는 생계 수단이 돼 줬다"고 밝혔다. 하지만 배달 역시 초기 자금이 많이 들어 득이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부민캠 상권에서 술집 '대폿집'을 운영 중인 김미리 씨는 "배달을 하는 주변 가게들에 물어보니 다들 배달 서비스가 이익이 없다고 했다. 포장 용깃값·배달비·배달 대행 앱 수수료까지 생각해보면 사실상 이득이 없는 것 같아 고민 중"이라며 배달 운영마저 쉽지 않음을 전했다.

 

지원금도 소용없어…희망은 돌아올 학생뿐

 

대학 상권 업장을 비롯한 영세 소상공인들의 고난에 부산광역시는 지난해 6월까지 신청을 받아 지역 소상공인 18만 6천 명에게 순차적으로 현금 100만 원의 긴급 민생지원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이 역시 현 상황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는 의견이 다수다.

소상공인 지원금을 받은 바 있다고 밝힌 부민캠 모닝글로리 심운식 씨는 "소상공인 지원금이 도움이 되긴 했으나 손해에 비해 너무 미미했다"며 "무작정 지원금을 주기보다는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줬으면 한다. 지원금을 더 지급하겠다는 약속보다는 아예 어려운 상인들에게 이윤을 낮춰서 대출을 더욱 활성화해주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이호준 공인중개사 또한 "지원금을 받긴 했으나 우리 부동산을 비롯한 인근 상점들 매출이 너무 많이 줄었다. 긴급 민생지원금을 받아도 한 달 치 월세를 메꾸기에 급급할 뿐"이라 말했다. 더불어 그는 "학생 유동인구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실질적으로 지금의 문제는 해결될 길이 없다"며 "학교가 방역을 철저히 강화해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을 원천차단하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빈틈없이 해 정상적인 등교가 하루라도 앞당겨질 수 있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한편 캠퍼스 인근 상권의 침체한 분위기에 우리 대학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캠퍼스 부근 소상공인들과의 협업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총학 측이 업장을 홍보해주는 대가로 상인들은 방역을 더욱 철저히 하고, 재학생들이 해당 업장을 방문하게 될 시 소정의 추가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형식이다.

총학에 제휴 문의를 받은 승학캠 인근 음식점 '소풍경' 업주 양경옥 씨는 "상권 회복을 위해 학교 측에 홍보를 부탁하고 싶었던 찰나, 총학에서 찾아와 제휴를 권유했다"며 "학생들에게 어떻게든 한 번이라도 더 홍보된다면 상가 업장들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 아닐까 한다"고 전했다.

이기훈(기계공학 4) 총학생회장은 "지난 학기 비대면 수업 진행에 학생들의 발길이 끊겨 문을 닫는 가게들이 증가하는 것을 목격하며 안타까움을 느꼈다"며 "개강을 앞둔 시점에서 학생들이 캠퍼스 인근 가게를 방문하는 경우 더 안전한 방역과 양질의 서비스로 편리한 대학 생활을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 해당 프로젝트를 기획한 것"이라고 밝혔다.


장유진·김효정·제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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