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교는 지난달 10일부터 15일까지 2021학년도 제1학기 수강 신청을 실시했다. 학생들은 수강 신청 준비로 여념이 없었다. 반면 일부 학생은 강의 매매를 위해 수강 정정 기간 때 인기 강의를 선점하기 바빴다.
강의 매매란 수강 신청 및 정정 기간을 이용해 강의를 사고파는 것이다. 대학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 게시판에서 강의 가격을 제시하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수강 신청 기간만 되면 논란이 불거지는 강의 매매는 대학가에서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다수 다른 대학은 수강 신청이 선착순이기에 강의 매매가 활성화돼 있는 편이다. 반면 우리 대학은 학년 및 직전 학기 다 학점 수강자 등 우선순위를 고려해 수강 신청을 진행하기에 강의 매매량이 다른 대학에 비해 많지 않다. 그럼에도 선착순으로 진행되는 수강 정정 기간엔 강의 매매가 성행하기도 한다.
우리 대학 에타 자유게시판을 살펴보면 'xx수업 x분반 삽니다', 'xx론 xxx 교수님 자리 팝니다. 쪽지 주세요' 등 강의를 사고팔기 위한 글들이 존재했다. 강의 판매자들은 최소 기프티콘에서 최대 수만 원까지 요구하며 강의 자리를 넘기고 있다. 이런 상황이 펼쳐지자 수강 신청으로 돈을 벌기 위해 의도적으로 인기 과목 신청을 노리는 학생들도 생겨났다.
우리 대학 서은진(국제관광학 4) 학생은 "매매 자체가 개인의 이익을 취하기 위한 목적이 있기에 강의 매매는 이뤄져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매매가 성행한다면 강의 수강이 정말 필요한 학생들이 금전적인 문제로 인해 강의를 듣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강의 매매 처벌은 법적 근거가 없어 어려운 현실이다. 대부분 대학은 학칙을 통해 판매자·구매자에게 징계를 내리고 있다. 중앙대의 경우 '학생 상벌에 관한 시행 세칙'에 따라 '학생 신분을 벗어난 행위를 하여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자'에 대한 징계 규정을 통해 강의 매매를 처벌한다.
우리 대학은 특별히 강의 매매에 대한 대응을 마련하지 않았으나 본지 질문에 강의 매매 근절 대책을 갖추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학사관리과 관계자는 "강의 매매에 대한 학생들의 건의 및 신고가 없어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며 "수강 정정 안내 메시지에 강의 매매를 금지한다는 문구를 삽입하고 앞으로도 강의 매매 예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현재로선 강의 매매에 대해 따로 규정된 조치는 없으나 학생들의 구체적인 신고가 들어온다면 거래자에게 징계 조치를 내리겠다"고 전했다.
한편 강의 매매 원인이 학교 측에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익명을 요청한 A 학생은 "강의 매매가 이뤄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학교에서 수강 수요가 많은 과목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수요가 많은 과목에 분반 추가 개설 등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원활하게 수강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다른 대학에 도입된 대기 순번제나 취소 지연제 등 강의 매매를 막기 위한 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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