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사각│그들의 앞날을 비출 수 있길
│사각사각│그들의 앞날을 비출 수 있길
  • 김효정 기자
  • 승인 2021.03.02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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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오늘도 사각(死角)과 여러 각도(角塗)를 조명하며 사각사각 연필 소리를 낸다.

마주친 현실은 생각보다 더 잔혹했다. 아동학대에 대해 말로만 들었을 뿐이지 실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가장 믿고 의지하고 싶었던 가해자들에게 받은 상처는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피해자들의 일상을 괴롭히고 있었다. 매 맞고 발로 밟히고 목이 졸리는 상황에서 그들이 바란 것은 무엇이었을까.

기사에 모두 싣진 못했으나 가정 안에서 지속적인 폭력을 당했던 학생들은 과거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어른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겨버리기 일쑤였다. 심지어 그들 중 일부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였다. 아이들은 분명히 도움을 청했으나 어른들은 '시그널'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런 좌절에 아이들은 다른 사람, 특히 어른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았다고 한다. 또 가끔은 때리는 가해자보다 방관자가 더 미울 때도 많았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도 누군가에겐 방관자였을지 모른다. 우연히 마주친 아이가 보낸 간절한 신호를 알아채지 못했을 수도 있다.

어른이 보호해주지 못한 아이들은 이제 어른이 됐다. 이들은 과거의 기억을 그대로 마음속에 간직한 채 살아간다. 그러나 이미 마음속 깊은 곳 방치된 기억들은 상처가 돼 문득문득 아려온다. 방치된 상처들은 염증이 생기고 곪게 된다. 주기적으로 소독해주고 약도 발라줘야 상처는 흉터가 되고 이내 옅어진다. 마음 또한 마찬가지다. 과거의 일이라고 덮어두고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과거 기억을 더듬으며, 눈물을 참고 떨리는 손을 감추려 노력하는 인터뷰이를 보며 기자의 소명을 다시금 체감했다. 정말 잘 써야 하는 기사였고 그만큼 잘 쓰고 싶었다. 다소 부족한 기자였지만 이 기사가 아동학대 트라우마를 겪는 학생들에게 일말의 도움이 되길 바란다. 숱한 고민 끝에 용기 내 인터뷰에 응했을 피해 학생들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기자는 시대를 비추는 등불이라 했던가. 이 기사를 통해 시대까진 비추지 못하더라도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학생들의 앞날을 비춰줄 수 있길 바란다.


 김효정 기자
 Juwon100@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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