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기본역량진단, 정말 지역대학 고삐 죄나
대학기본역량진단, 정말 지역대학 고삐 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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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05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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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평가의 위기감...지역대학 혁신에 골머리

대학의 기본역량을 진단한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은 2018년부터 시행된 대학 구조조정 정책으로 합리적 수준의 정원 감축 권고를 통한 학령인구 감소 대응을 기본 방향으로 삼는다. 이는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시작으로 고등교육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해 시작됐으며, 올해 3주기를 맞았다.

대학 구조조정의 시초는 참여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방안'이다. 당시 대학 입학 정원이 고교 졸업자 수를 초과하자 2004년부터 입학정원 감축을 중심으로 한 대학 구조조정이 본격화됐다. 이후 일반대 및 전문대 입학 정원 7만 1,134명이 감축됐는데, 지역대학에서만 85.3%(6만 645명)가 줄었다. 또한, 참여정부는 대학 간 통합도 추진해 △국립대 18개→9개 △사립대 13개→7개로 통합했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부실대학 자발적 퇴출 촉진'을 대학 구조조정 기본 방향으로 삼았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발족해 대학평가 결과 하위 15% 대학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 제한을 선정했다. 그 결과 2014년까지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 94개 △학자금 대출 제한대학 46개 △경영부실대학 26개가 선정됐으며 이 중 6개 대학이 폐교했다. 그러나 폐교된 대학 모두 지역 소규모 대학이었으며,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의 70% 이상이 지역대학으로 나타나 당시 대학 구조조정은 곧 '지역대학 죽이기'라는 비판이 일었다.

박근혜 정부도 이전 구조조정 정책 기조와 동일했다. 기존 정책과 다른 점은 2014년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해 대학 구조개혁을 3주기로 나눠 3년마다 대학을 평가하고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정원 감축을 추진했다. 또한 △일반대 1·2단계 △전문대 단일 평가를 통해 5개 등급으로 구분 후 차등적 구조개혁 조처했다. 당시 일반대 1단계 평가 지표 중 가장 높은 배점을 차지한 지표는 △전임교원 확보율 8점(국·사립 구분) △학생 충원율 8점(수도권·지방 구분)이었다.

하지만 한국교육개발원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 편람 설명회 자료집'에 따르면 2015년의 1주기 대학 평가 방식은 △세세한 등급화로 인한 서열화 △지역대학 고려 부족 △법인의 책무성 및 학교 운영 민주성 평가 필요 등의 문제점이 존재했다. 이러한 문제점과 학령인구 감소 상황을 고려해 2018년 문재인 정부 대학기본역량진단이라는 새로운 진단 방안이 마련됐다. 

2주기 진단에서는 지표를 토대로 대학 평가 후 자율개선대학을 선정했다.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된 대학은 정원 감축 권고를 받지 않으며, 일반재정지원을 받게 됐다. 당시 교육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2주기 자율개선대학은 진단 대상 대학 323교(일반대 187교, 전문대 136교) 중 64%(207교)였다. 


그러나 대학교육연구소(이하 대교연)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 정원 변화'에 의하면 4년제 대학 자율개선대학 선정 비율은 △수도권 87.9% △충청권 74.2% △부산·울산·경남권 68.2% △강원·대구·경북권 64% △호남·제주권 62.5%로 나타났다.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권역이 4년제 대학 평균 비율인 75%보다 낮아 '지역대학 미충원에 대비해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라는 2주기 진단 추진 배경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존재했다. 대교연 김효은 연구원은 "권역별 분리 평가는 2주기 진단 때도 이뤄졌지만 큰 실효성은 없었다. 수도권 대학 정원은 줄어들지 않고 지역대학이 더 많은 정원을 줄였다"고 꼬집었다. 평가 지표도 전임교원 확보율과 학생 충원율 배점이 가장 높았는데, 모두 1주기보다 2점 상승했다.

 

3주기 진단 지표, 변화했지만 비판은 여전해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은 지난 2018년도 진단의 5대 권역별 우선 선정 방식은 유지하되, 권역 선정 비율에 있어서 권역과 전국 비율을 9대 1로 확대했다. 더불어 기존의 2단계를 단일 단계로 통합하고 지표를 간소화하는 변화를 보였다.

3주기 진단 지표 또한 지난 2주기에 비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 취업률 배점은 기존 2주기보다 1점 상승했으며, 교육 여건 항목의 전임교원 확보율이 3주기에서는 7점 상승한 15점의 배점을 차지했다. 지표 변화에서 가장 큰 논란이 일던 항목은 교육 성과의 학생 충원율 지표였다. 2018년과 비교해 △신입생 충원율 4점→12점 △재학생 충원율 6점→8점으로 총 20점을 차지했다. 신입생 충원율을 채우지 못한 대학은 평가에서 더 불리해진 셈이다. 특히 올해부터 학령인구가 크게 줄면서 상당수의 지역대학 충원 미달이 현실로 나타났다. 

학생 충원율 지표 변화에 관해 교육부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의 적정 규모화를 유도하기 위해 학생 충원율 배점 상향 조정은 불가피하다"며 "지역 요인에 따른 유불리 문제는 권역별 만점 기준을 별도 적용해 격차 간 보정이 가능해 지역대학을 충분히 배려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3주기 진단은 진단과정에서 허위·과장 실적이 발견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충원율을 평가하는 방식은 학생 수, 입시결과 등 객관적인 지표로 이뤄지기 때문에 허위·과장 행위를 파악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진단에 사용되는 공시자료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서 정기적으로 점검을 거치고 있다"며 "교육부 차원에서도 평가자료 허위·과장 여부에 대해 사전, 사후로 나눠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정량자료에서 허위가 확인되는 경우 그 범위와 수준 등을 고려해 원 자료값 오류분의 5배 범위 내에서 페널티를 적용하고 정성자료에서 허위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해당 지표를 0점 처리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김효은 연구원은 "학생 충원율 배점이 높아진 것은 해당 지표를 통해 대학들의 정원감축을 강하게 유도하려는 것"이라며 "학생 정원수가 줄어들면 입학자 수가 동일하더라도 충원율 지수가 높아진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 연구원은 "충원율 지표 점수를 높게 받기 위해 대학들은 정원수를 줄일 수밖에 없는데, 이는 지역대학의 정원 미달 사태를 더 가속하는 지표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학생 수가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전임교원 확보율이 높아지며, 전임교원 확보율에 대한 점수도 높게 받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 3주기 진단의 목적이 정원감축이 아니더라도 결과적으로 지역대학이나 중소규모 대학들이 정원감축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입생 충원율은 정원 내 모집을 평가 지표로 두고 있다. 하지만 서울 소재의 대학은 정원 외 모집 제도 등을 통해 입학 정원에 매이지 않고 특별전형을 통해 부대 수입을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조승래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공받은 '대학 정원 외 특별전형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에서 2019년 3년 동안 전국 196곳 4년제 대학의 입학생 가운데 정원 외 입학생의 비중은 3만 608명(8.8%)에서 3만 3,888명(9.7%)으로 늘어났다.

정원 외 특별전형은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기 위해 소득·지역 등의 차이를 고려해 대학이 자율적으로 실시하는 것으로, △기회 균형 선발 △외국인 △외국에 체류했던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원 외 전형은 사회적 배려, 외국 유학생 모집 등 개별 전형마다 취지와 목적이 상이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9년을 기준으로 서울이 아닌 대학들은 재외국민 3,555명과 사회적 배려 대상자 1만 4,253명을 선발했지만, 서울 지역 대학 40곳은 재외국민 5,283명과 사회적 배려 대상자 5,525명을 선발하는 것에 그쳤다. 이처럼 서울 지역 대학은 정원 외 전형에서 기회균형선발을 늘리려는 노력보다는 상대적으로 재정에 도움이 되는 재외국민 모집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대학기본역량진단 지표 항목별로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것이 대학들의 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존재했다. 대교협이 2019년 교육부에 제출한 '2021 대학기본역량진단 개편 건의문'에는 상대평가로 인해 경쟁력 있는 대학이나 특성화 대학, 재정이 건실한 대학들이 탈락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김효은 연구원은 "상대평가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해당 지표에서 상대평가를 적용할 때 시장주의 전제가 깔린 것이 문제"라며 "시장주의의 핵심은 정원 조정인데, 평가 방식에서 시장주의에 입각한 상대평가를 유지한다면 지역대학만이 정원감축을 감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낸다"고 전했다.

졸업생 취업률 항목은 학생이 졸업 후 취업을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한 성과를 진단한다. 그러나 취업률 지표는 대학 교육의 목적이 취업이라는 것을 교육부가 인정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취업률 지표는 대학기본역량진단 13개 지표 중 하나로, 대학의 교육 성과를 측정하는 주요 지표"라고 밝힐 뿐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대교연은 대학기본역량진단 취업률 지표를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김효은 연구원은 "좋은 일자리를 얻는 게 대학 평가 지표가 될 수는 있지만, 구조적으로 일자리가 적은 현재 상황에서 대학의 취업률을 평가 지표로 설정한다면 대학에서는 취업률 조사방식을 바꾸거나 단기적으로 취업률을 올리기 위한 편법을 쓸 수밖에 없다"며 꼬집었다.

그렇다면 대학기본역량진단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김효은 연구원은 "현재 지역대학만 정원감축을 떠안고 있는데, 전체 대학의 정원감축을 시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더불어 "정원감축은 재정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전체 사립대 재정의 절반을 정부에서 지원하는 '정부책임형 사립대'를 도입하는 등 정부에서 고등교육 생태 균형을 맞추고 공공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의견을 전했다.

 

부산지역 대학, 역량진단 '악전고투'


평가 지표의 변화와 지역대학 대규모 미달 사태라는 악재 속에서도 부산지역 대학들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부경대는 지속적인 학내 실적관리와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에 대비하기 위해 △진단총괄위원회 △실무위원회 △집필·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자체진단 추진체계를 구축했다.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에 대해 부경대 기획전략과 권석란 팀장은 "최근 지역대학이 신입생 충원과 취업률 등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진단은 권역별 평가 형태를 취해 수도권 대학에 비해 매우 불리한 여건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낙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2주기 진단과 비교해 올해 진단에서 대학에 부담으로 느껴질 만한 평가 지표에 대한 질문에는 "2021년 진단은 대학의 특성화 방향을 고려한 교육 질 제고를 강조하고 있다"며 "대학의 특성화 방향에 따른 △융합교육 △학사구조 및 교육과정 △교수학습방법 개선 성과를 진단해 2022년부터 대학혁신지원사업과 연계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 혁신을 위해 2020년 교육과정 개편을 실시했지만, 2021년 진단 평가 기간이 2018-2020학년도임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권 팀장은 "2021년 진단을 통해서 부족한 학내 교육과정, 제도들을 반성하고 향후 교육 질 제고를 위해 추진해야 할 과제들을 확인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우리 대학교 기획과 관계자는 "우리 대학의 경우 부산·울산·경남권 사립대 중 신입생 충원율에서 선방했고 3주기 진단 신입생 충원율 만점 기준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 우리 대학도 학생 충원율을 보장할 수 없는 환경이다. 이에 대응해 대·내외 여건 분석과 사회 수요를 반영해 학제개편과 입시홍보 강화 등 다양한 정책들을 수립하고 제도화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변화한 평가 지표에 대한 대응에 관한 질문에는 "3주기 진단 지표 중 △전임교원 확보율 △교육비 환원율 △강의 규모의 적절성 등 정량지표의 경우 일반적으로 사립대보다는 국립대, 사립대 중에서도 대규모 대학보다는 중·소규모의 대학들이 유리한 편"이라며 "부산·울산·경남권 대학에는 타 권역 대비 국립대와 중·소규모 대학이 많아 정량평가에서는 우리 대학이 경쟁력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량평가에서 부족한 부분을 정성평가에서 만회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많은 교직원이 역량진단 보고서 작성에 전념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이렇듯 각 대학이 대학기본역량진단에 대비해 다양한 대응책을 세우고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대학만이 구조조정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들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학제개편이나 정원 감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이 지속한다면 대학의 기업화로 이어져 대학의 본질이 희석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부산공동취재단은 다음 기획으로 대학의 서열화와 기업화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대학언론인네트워크 부산공동취재단
(동아대학보,부경대신문)

박주현·박서현, 최희수·권수민 기자

<참고문헌>
'대학 구조조정 현황과 전망' (이수연,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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