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대학생을 위한 코로나 캠퍼스는 없다
장애대학생을 위한 코로나 캠퍼스는 없다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21.04.05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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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장애 학생의 코로나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1년 이상이 걸리는 건가요?"

 

지난 1년은 말 그대로 북새통이었다. 사람들은 코로나19 전시 상황에 대응하느라 분주했다. 대학사회 역시 방역 안전을 위해 수업 방식의 급변을 겪었다. 하지만 요란한 분위기 속 여전히 정적에 갇혀있는 이들이 있다. 방역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장애대학생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논의장에 닿지 않았다.

 

애초에 쉬운 길 아닌데 … 배로 험난해진 대학 공부

 

교육부는 재학 장애대학생의 수가 △2016년 8,747명 △2017년 9,103명 △2018년 9,345명 △2019년 9,653명으로 매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 밝혔다. 국립특수교육원이 발표한 '2020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 결과'에 의하면 전국 대학 평균점수는 △2011년 59.0점 △2014년 61.1점 △2017년 66.7점 △2020년 70.9점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장애대학생 증가에 따라 장애대학생 교육복지 지원 수준 역시 전반적으로 향상세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 상승세만으로는 장애대학생 교육 복지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 현재 전국 대학 평균 복지 지원 점수는 총 네 가지 등급으로 구분된 △최우수 90점 이상 △우수 80점 이상 90점 미만 △보통 65점 이상 80점 미만 △개선요망 65점 미만 중 '보통' 단계에 겨우 접어들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동 자료는 펜데믹이 발발하기 이전인 2019년에 예비조사를 통해 검증한 개정 지표이기에 이를 코로나19 상황의 특수성을 반영한 지표라 보긴 어렵다.

대학사회 장애인권 침해 문제 해소 및 장애학생 권익 증진을 위한 '장애 인권 대학생 네트워크'(이하 장대넷) 운영위원 오상엽(고려대 사회학 4) 씨는 "비대면 강의에 맞는 장애 학생 교육권 보장 방안이 미흡했던 탓에 학생들은 장애 유형별로 저마다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각장애 학우들은 지난해 1학기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 화면 속 내용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스크린 리더 기능이 아예 적용되지 않아 큰 고초였다"며 "시간이 흘러 지금은 스크린 리더 기능이 적용 가능한 강의들이 늘어났지만, 실시간 화상 강의에서는 무용지물이기에 여전히 사용 제약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학우들의 학습권을 위해서 강의 영상 제공 방식의 체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몇몇 지체 장애 학생들은 조별과제나 시험 응시를 위해 학교에 방문할 때마다 난관을 겪는다"고 전했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건물 입구가 폐쇄된 탓이다. 오상엽 씨는 "일부 대학에서 경사로가 설치돼 지체 장애 학생들의 출입이 편리했던 건물 입구가 폐쇄되고,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 입구만이 개방돼 휠체어 이용 학생의 접근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방역에 우선사항이 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장애 학생도 고려해서 출입구를 지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우리 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 신희진 담당자는 "비대면 전환이 워낙 갑작스레 이뤄졌던 탓에, 그에 발맞춘 특별한 장애 학생 지원 방책은 따로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히며 "다만 기존 지원 제도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 학생들이 비대면 수업 속에서도 학습권을 침해받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교육지원인력 도우미나 비장애인 학생 도우미를 장애 학생에게 연결해준 후 비대면 상황에서 △교내 알림이 내용 전달 △학습 지원 △대필 지원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했다"며 "현재 강의 영상에는 스크린 리더기 기능이 적용되지 않고, 자막 지원도 없기 때문에 대필 등의 방법으로 도우미들이 수업내용을 전달해주는 데 특히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출입 통제에 관해서는 담당 부서에서 건물별 주요 출입구들 위주로 개방한 것으로 안다. 우리 대학 각 건물의 주요 출입구에는 대부분 장애 학생 통행 지원 시설이 설치돼 있어 아직 방역을 위한 폐쇄로 출입이 어려웠다는 신고는 접수된 바 없다"며 "이외에도 학생들이 센터에 불편 사항을 전해준다면 의견을 수용해 지원책을 마련해 볼 것"이라 밝혔다.
 

급변하는 환경 속 장애대학생으로 산다는 건

그렇다면 코로나19로 새로운 불편이 생긴 현재, 장애대학생들은 어떻게 학교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을까. 펜데믹 사태 이후로도 대학에 재학 중인 장애 학생들로부터 그들이 놓인 실상을 들어봤다.

우리 대학에 재학 중인 장애 학생 학부모 A 씨는 "(자녀가) 아직 가상대학(LMS)에서 강의를 찾아 입장하는 것이 서툴러 혼자서 수업 듣는 것을 힘들어한다"며 "익숙해지기 위해 가상대학을 통해 강의를 듣는 일을 반복해서 연습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LMS에서의 학습은 수업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온라인 퀴즈도 풀어야 하기에 모든 과정이 끝날 때까지 옆에서 자리를 지켜야 했다"며 비대면 강의를 듣기 위해서는 보호자의 도움이 필수적이라 잠시도 곁을 떠날 수 없다는 점이 힘들었다고 전했다.

청각장애를 앓는 고동국(부산대 생명공학 4) 씨는 "인공 와우나 보청기 등 청각 보조 장치를 이용해 소리를 듣는 청각 장애인들은 디지털 음성이 불편하게 들린다"고 전했다. 또한 "온라인 강의에서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자료화면만 띄워주신 채 음성으로 설명하는 교수님들도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는 입 모양을 읽을 수 없어 수업내용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에 그는 "장애학생지원센터 측을 통해 수업내용을 문서화 해주는 속기 지원을 부탁할 때도 있지만, 이공계열 전공 수업의 경우에는 전공 용어를 완벽히 속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외국어 수업 역시 속기를 해주는 게 대체로 불가능한 편이다"며 속기 지원 또한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토론이나 토의 과제가 필수적인 강의는 다른 학우들과 비대면으로 의견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이것도 화상 시스템에서 진행해야 해서 대면에 비해 소통이 어렵다. 평가방법에 대해 교수님께 편의를 부탁드리기에는 불공평을 낳는 것 같아 선뜻 부탁드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수업 방식과 학습 환경이 바뀜에 따라 장애대학생들이 마주하게 된 불편 사항들이 하나둘 늘어나자, 장애인 단체 측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교육권익위원회 측은 "코로나19로 인한 대부분 교육 기관들의 비대면 수업 진행에 장애인의 교육 격차가 심화됐다"며 "그런데도 원격교육 취약계층인 장애인에 대한 구체적 지원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장연 측은 올해부터 △교육취약계층에 대한 원격지원 강화 △차별금지 및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 규정 등의 법안 보완을 요구하는 중이라 전했다.

 

 

 

학습권 보장 시급하지만 … 대학 혼자 짊어지기 버거운 현실

 장대넷 운영위원 오상엽 씨는 "가장 필요한 것은 정당한 편의지원 보장 의무화와, 차별보다는 권리에 초점을 맞추는 노력"이라며 "학교나 교육 기관이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편의 지원이 법적으로 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의 목소리가 학교 당국과 교육부, 지자체에 전해지는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장애대학생 지원은 만성적인 인력 및 권한의 부족을 겪고 있는데, 대학에서는 학교별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모든 지원을 감당하도록 하고 있다. 장애 학생 수에 맞는 센터 내부 인력과 도우미 확대 등 학칙 개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학 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의 장애학생지원체제 구축 및 운영 현황 통계에 따르면 우리 대학 장애학생 지원센터 인력은 △센터장 1명 △전담 1명 △겸직 1명으로 총 3명에 그쳤다. 또한, 교비회계 자금예산 공고를 살펴보면 2021학년도 장애학생지원센터 운영비는 40만 원 수준이다.

우리 대학 남찬섭(사회복지학) 교수는 "기본적으로 디지털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이 있어야 한다"며 "온라인에서 장애대학생의 접근권을 높일 수 있는 방안과 장애대학생의 학습을 도울 수 있는 인력 지원 등이 필요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어 남찬섭 교수는 "지난 2월 교육부는 '장애대학생 원격수업수강지원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통해 △점자정보단말기 △점자프린터 △문자통역프로그램 △한손용 키보드 등의 보조기기를 지원하도록 했으나, 이는 작년도 실시한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원 실태평가에서 최우수 및 우수 평가를 받은 107개 대학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사업 지원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고, 나아가 웹 환경 자체를 장애 친화적인 것으로 바꾸는 데 범정부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우리 대학은 교육복지원 실태평가에서 '보통' 등급으로 판정돼 정부의 기기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이에 우리 대학 신희진 담당자 역시 "장애대학생들의 학습을 위한 지자체나 정부 차원의 지원이 확대돼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그는 "현재 장애대학생들의 학습 지원 프로그램 및 장비 지원은 대학에서 모두 부담해야 하는 탓에 재학 중인 장애 학생의 인원수가 많은 일부 대학들을 제외하고는 이를 수월히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인 만큼 정부와 시 차원에서 직접 나서 학생들에게 교육 지원 프로그램과 장비를 배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대학 구성원들의 인식 개선 또한 필요하다고 전하며 "이전보다 나아진 수준이긴 하나, 장애 학생들을 향한 편견 어린 시선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신희진 담당자는 "학교에서 매년 의무 교육의 일환으로 장애 인식 개선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가상대학에 해당 강의 영상을 게시해 두었기에 비대면 상황 속에서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비장애인 학생들이 장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장유진·제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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