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성범죄 공판 딜레마와 공론의 부재
│사설│성범죄 공판 딜레마와 공론의 부재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21.04.05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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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재판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피고인 자신이 무고함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가 피고인에게 죄가 있음을 명확한 증거를 가지고 밝혀야 한다는 원칙이다. 만약 검사가 피고인에게 죄가 있다는 것을 합리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면 피고인은 무죄를 선고받을 가능성이 크다.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인해 실제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풀려나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이 정확하게 적용된다면 허위 신고나 공권력의 악의적이며 자의적인 남용으로 인한 무고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 

한편, 성범죄는 전통적으로 신고율도 낮고 증거를 수집하고 증명하기 어려운 범죄 유형이다. 세간에 "피해자의 목소리가 증거"라는 표현이 조롱받고 있음에도, 성범죄의 경우 기존 공판에서 확실한 증거로 인정받지 못했던 피해자의 증언이 유일한 증거가 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A라는 사람이 육성으로 B라는 사람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하였고 B는 오랜 기간 혼자서만 끙끙 앓고 있었을 경우, 현장에서 녹취를 하지 않았다면 범죄 사실을 객관적으로 소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리적인 성폭행이 있었을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즉, 기존의 성범죄 공판은 다른 유형의 범죄 공판에 비하여 범죄자에게 유리한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이에 최근 성범죄 재판에서 피해자의 증언이 유일한 경우에도 구체적이며 일관성 있는 증언을 근거로 유죄판결을 내린 사례들은 아마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는 나름의 사법적인 판단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서구 선진국들 사이에서도 형사사법 시스템에서 잊힌 존재였던 피해자의 권리와 역할이 재조정되는 소위 "형사사법 시스템 리밸런싱(rebalancing the criminal justice system)"이 목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판결은 무죄추정이라는 헌법상 국민들의 권리이자 형사재판의 대원칙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서구권 국가들의 시스템 리밸런싱 또한 사회적, 학술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즉 "시스템 리밸런싱"이 던지는 문제의식은 명확하고 중요하나 이를 해결하는 수단은 형사사법 시스템을 더욱 혼란에 빠뜨리는 파괴적인 방식이다. 이러한 문제는 문헌과 뉴스 기사 등을 통해 이미 허다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다만 더 큰 문제는 "기울어진 성범죄 공판"과 "무죄추정의 원칙" 사이의 딜레마를 진정으로 해결하려는 공론화 노력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딜레마를 해결하려는 모습보다는 소위 "성범죄 유죄추정의 법칙" 법제화를 통해 불 보듯 뻔한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을 보인다.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정치권이 제대로 된 공론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 현실을 바라보면 위정자라는 자들이 남녀 간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위선적인 수혜자가 아닌가하는 의심까지 든다. 이러한 사이 개인들은 펜스룰(Pence rule)과 성관계 동의 어플 등 개인들 간의 불신을 기반으로 하며 상대방을 잠재적인 무고죄 가해자로 여기는 비생산적인 대응을 하게 된다. 특히 여성 직원 자체를 고용하지 않는 등 다양한 형태의 "펜스룰"은 여성들이 경험하는 유리천장을 심화시키며 여성 집단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킬 수도 있는 위험한 대응이기도 하다. 성범죄 가피해에 남녀노소가 따로 없으나 성범죄의 일반적인 특성을 고려할 때 성범죄 공판의 딜레마가 공론화되지 않고 이에 대한 분명한 원칙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여성에 대한 성범죄 피해가 멈추지 않을뿐더러 이들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고 동시에 무고한 남성의 피해와 불안감으로 인한 과잉 대응 또한 증가할 것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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