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당신의 문해력은 안녕한가
│기고│당신의 문해력은 안녕한가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21.04.05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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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책 읽고 글 쓰는 수업을 학생들과 함께 하다 보면 문해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책 읽고 글 쓰는 일에 상당수의 학생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문해력을 성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는 능력이라 여기지만 그것은 어불성설이다. 한글이라는 세계사적으로 위대한 문자 때문에 한국인 대부분이 글자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문자가 조합돼 구성되는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따라서 문해력이 부족하면 글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글을 쓰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가 시간이 지날수록 글을 읽고 또 쓰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가까이 있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미지'가 '문자'보다 우위에 있는 시대다. 이제 사람들은 문자보다 이미지나 영상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또 다른 사람들과 소통한다. 심지어 문자 텍스트로 읽으면 몇 분이면 습득할 정보를 굳이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면서까지 영상을 시청한다. 의사소통 방법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 글보다 이모티콘이나 '짤'이 더 편하다. 글보다 상황에 맞는 이미지가 더 많은 환호와 공감을 받는다. 굳이 긴 글을 고민해가며 쓸 필요가 없는 세상이다. 

이미지나 영상이 득세하다 보니 글은 그것을 보조해주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그 때문인지 글은 점점 더 압축된다. 줄임말이 대세가 되고 특정 단어가 수많은 의미를 품게 됐다. 예컨대 대박, 헐 등의 단어는 맥락에 따라 거의 모든 의미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활용된다. 이러한 언어사용 환경의 변화는 문해력을 성장시킬 토양 자체를 파괴한다. 소설가 김영하가 KBS2 <대화의 희열 2>(2019)에서 언급한 일화가 이를 대변한다. 김영하는 학생들과의 수업에서 '짜증난다'라는 표현을 금지했다며, 그것이 완전히 다른 감정의 무늬를 단순하게 뭉뚱그리는 표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든 표현을 이미지나 특정 단어로 대체할 수 있는 환경에서 문해력을 성장시키기란 요원하다. 

EBS1 <당신의 문해력>(2021)에서는 대한민국 성인의 문해력 실태를 확인코자, 성인 883명을 대상으로 문해력 평가를 진행했다. 그 결과 평균 점수가 54점이었다. 15분간 푼 11문제 중 평균 6개를 맞혔다는 의미다. 문제의 지문은 일상에서 충분히 접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문해력 테스트와 함께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2.6%가 글을 읽고, 자신의 의견을 쓰는 데 어려움을 느낀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지금 우리가 이미지와 영상 우위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해서 글을 읽고 쓰는 일과 완전히 단절될 수는 없다. 잘 살펴보면 이미지나 영상에는 대체로 그것을 설명하는 글이나 말이 따라온다. 앞서 글이 보조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썼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이미지나 영상만으론 그 의도를 온전히 전할 수 없기 때문에 글과 말을 떼어낼 수 없다는 뜻일 수도 있다. 우리가 문해력을 내려놓을 수 없는 이유다.  

문해력 성장을 위해서는 문자 텍스트와 친밀해지는 것이 가장 손쉽다. 그 방법을 떠올려 보면 역시나 책 읽기가 먼저다. 그런데 독서란 말에 덜컥 겁부터 먹는 사람들이 많다. 권장, 추천 등의 딱지가 붙은 책들에 데여서가 아닐까 싶다. 양서(良書)를 읽는 일은 필요한 일이나, 그것이 문자 텍스트와 가까워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어떤 대상과 친해지려면 관심과 재미가 필요하다. 문자 텍스트가 무엇이든 상관없다. 그것이 웹소설이든 팬픽이든 또 다른 무엇이든 다 좋다. 자신이 관심과 재미를 느끼는 것부터 시작하자. 거기가 문해력 향상의 출발점이다.

* 짤: 인터넷 공간에서 생산된 유행을 담은 이미지


김무엽 한국어문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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