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화로 개화(開化)를 꿈꾸다
생활화로 개화(開化)를 꿈꾸다
  • 장유진 기자
  • 승인 2021.05.03 1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꽃은 의미 있는 날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 하지만 의미를 기념하는 행사조차 드물어진 요즘이다 보니, 꽃도 자취를 감춰 화훼문화를 향한 걱정은 나날이 커졌다. 불어나는 우려 속에서도 화훼업계는 위기를 더 나은 변화의 기회로 삼고자 분주하다. 새롭게 개화(開花)를 준비 중인 화훼문화의 오늘을 살펴봤다.  

<일러스트레이션=정영림 기자>

 

대목이지만 정적뿐인 화훼시장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부산경남화훼공판장의 2019년 월별 절화(잘라낸 꽃) 거래량은 △1월 34만 속(묶음 단위) △2월 41만 속 △3월 37만 속 △4월 40만 속 △5월 50만 속 △6월 34만 속 △7월 35만 속 △8월 29만 속 △9월 36만 속 △10월 35만 속 △11월 38만 속 △12월 32만 속으로 1년 중 5월 한 달 거래량이 유독 많다. 각종 기념일과 행사가 집중된 가정의 달인 만큼 꽃을 선물하기 위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어나는 탓이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부산경남화훼공판장 절화 판매량은 40만 속으로, 1년 새 20% 줄어든 수치를 기록했다. 부산 엄궁화훼단지 '유오디아 꽃마을'을 운영 중인 안병노 씨는 "국내 화훼시장은 전체 물량의 80%가 2월 졸업시즌이나 5월 행사 및 기념일에 소비된다. 그런데 코로나19 유행으로 각종 행사가 취소되고 모임이 줄어드니 큰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이어 "많은 농민이 꽃 수확을 포기하고 과일이나 채소로 농작물 종을 변경했다. 현재까지 우리 화훼단지에서 살아남은 꽃 농가는 이전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며 "사회 각층의 화훼농가 돕기 운동으로 간신히 버텼지만, 사태가 장기화된 만큼 올해는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파는 농가뿐만 아니라 꽃을 판매하는 소상공인들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우리 대학교 승학캠퍼스 인근에서 꽃집 '플레드리움'을 운영하는 이유미 씨는 "학교 인근이다 보니 매해 5월이면 스승의 날 선물용 꽃 주문이 많았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구매 문의가 뚝 끊겼다"고 밝혔다. 부민캠퍼스 맞은편에 자리한 '라온플라워' 운영자 역시 "지난해엔 도저히 장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잠시 운영을 중단했던 적도 있었다"며 "올해는 그보단 좀 나아진 상황이지만, 여전히 정상적인 매출을 회복하진 못한 상태"라 전했다.

 

꽃 선물에 꼭 특별한 의미가 필요할까

관련 종사자들은 화훼업이 유독 코로나19에 타격을 심하게 입은 원인은 꽃 소비 형태에 대한 고착된 인식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영남화훼원예농협 '휴제단장식' 화훼 중도매인 이재성 씨는 "우리나라의 경우 꽃을 의미 있는 날에만 선물 용도로 구매하는 문화가 강하다. 졸업식이 많은 2월이나 어버이날이 있는 5월에만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이 그 증거"라 말했다.

실제로 우리 대학에 재학 중인 이화정(국제무역학 1) 학생은 "졸업식이나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를 제외하면 친구나 가족에게 꽃을 주고 받아본 받은 경험이 없다"며 "우리나라는 기념일이나 행사가 있어야 꽃을 사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김채영(사회학 1) 학생 또한 "생일이나 졸업 같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에 꽃을 주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다"며 동의했다.

이러한 인식에 이재성 씨는 "기념일 행사가 사라진 코로나19 상황에 시장이 좌우되지 않고,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평범한 생활 속에서도 꽃을 소비하는 문화가 형성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농협부산화훼공판장 신민재 담당자 역시 "이른바 '꽃 생활화' 문화가 형성된다면 자연스레 화훼소비도 활성화되고 거래량도 증가해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으리라 본다"며 "꽃이 생활화되면 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라고 의견을 보탰다.

한국화훼협회 측은 "우리나라도 여러 화훼문화 선진국처럼 꽃 소비를 생활화하고자 △청소년 꽃 문화 체험 교육 △원예치료 프로그램 운영 △사무실 꽃 생활화 (1 Table 1 Flower) 운동 등 꽃 소비 홍보를 위해 정부와 함께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움직임이 힘든 시기 위로가 돼 줄 수 있는 꽃의 기능을 강조하고 소비자에게 화훼문화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꽃이 생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화훼 소비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문화의 흐름을 바꿈으로써 업계를 살리고자 화훼업 종사자들 또한 새로운 변화를 시도 중이다. 꽃 정기구독 서비스 업체 '꾸까' 대표 박춘화 씨는 "화훼산업이 나아가기 위해서는 꽃에 일상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유럽이나 일본 같은 화훼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꽃을 소비하는 문화가 상대적으로 발달하지 않은 편"이라며 "연간 프랑스 1인당 꽃 소비량은 13만 원, 일본은 12만 원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1만 3,000원 정도인 것으로 안다. 전체 꽃 소비의 60%가 일상용으로 이뤄지는 미국·유럽·일본과 달리 한국 화훼산업의 90%는 기념일과 경조사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산업이든 대중화를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소비하는 이들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꽃은 사치품이다', '비싸지만 가치가 없다'는 인식이 강해 실생활에서 꽃을 가까이하는 사람들이 매우 한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꽃 한 다발을 구매하는 개념보다, 자신의 일상에 2주마다 꽃을 구독하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등 생활 속에서 꽃을 즐기는 경험을 하게 만드는 것이 인식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 이에 최근 국내에서 생활 꽃을 즐기는 수요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고 우리 업체 역시 구독자가 30만 명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휴제단장식 이재성 대표는 "기존에는 경조사용 화환을 중점적으로 제작해 판매했는데, 코로나19 유행 이후 꽃이 팔리지 않자 트럭에 꽃을 싣고 직접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장사를 시도했다"고 전했다. 트럭으로 인근 동네를 돌아다니며 절화를 판매했던 휴제단장식 '행복 꽃차'는 주민들의 입소문을 타 현재 부산시 곳곳에 정기적으로 꽃 배달을 나갈 만큼 수요가 커졌다. 그는 "화훼업 종사자들이 코로나19로 어렵다고 꽃을 포기하기보다는, 위기를 문화 변화의 기회로 보고 생활꽃 중심 운영에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박춘화 씨는 "사람들이 화훼산업을 보는 시각은 대부분 '꽃 소비가 줄어 어렵다'라는 프레임에 갇혀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일상에서의 꽃 소비가 차츰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적 수요 측면에서만 접근하면 화훼산업은 어려워 보이지만 새롭게 만들어지는 일상의 꽃 수요는 훨씬 큰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10년 전까지만 해도 시장이 크지 않았던 커피 산업이 사람들 일상에 스며들어 거대한 규모로 성장했듯, 화훼산업도 생활화 가능성에 집중하면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 설명했다.


장유진 기자
2041605@donga.ac.kr

 

│르포│ 단 몇 송이로 일상을 특별하게 기사 읽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부산광역시 사하구 낙동대로550번길 37 (하단동) 동아대학교 교수회관 지하 1층
  • 대표전화 : 051)200-6230~1
  • 팩스 : 051)200-62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영성
  • 명칭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제호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0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이해우
  • 편집인 : 권영성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