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단 몇 송이로 일상을 특별하게
│르포│ 단 몇 송이로 일상을 특별하게
  • 장유진 기자
  • 승인 2021.05.03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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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생활화(化)를 해보다
<일러스트레이션=정영림 기자>

 

기자는 1년에 꽃을 딱 한 번 산다. 특별한 일이 있지 않고서야 어버이날을 제외하곤 꽃을 사는 일이 드물었다. 지금은 어떤 종류의 꽃이 나오는 시기인지, 유리 화병 하나를 채우려면 몇 송이를 구매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투성이인 채 꽃 정기배송 사이트에 접속했다.

 

고민은 무용지물이었다. 이 사이트에서는 소비자들을 위해 업체가 직접 제철 꽃들을 선별해 정량대로 한 묶음을 만들고, 모든 구매자에게 같은 묶음을 보내주고 있었다. 꽃 배달 서비스를 한 번 이용하는 금액은 1만 원에 불가했다. 꽃 단가가 높은 기념일 시즌에 오프라인 꽃집에서 구매하려면 포장비를 포함해 2만 원대를 훌쩍 넘길 양이었다. 배송비도 포함된 값이었기에 저렴함에 놀라며 배달을 신청했다.

도착한 택배 상자를 열고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꽃 관리 요령 안내서와 수명 연장제였다. 안내서에는 꽃의 신선한 상태를 더욱 오래 유지하기 위해 '물올림'이라는 방식으로 관리해줘야 한다며 순서대로 방법을 나열해둬 알아보기 편했다. 안내서 설명과 업체에서 유튜브에 게시해둔 '물올림' 요령 영상을 따라 줄기 끝부분을 다듬고 화병에 연장제를 희석한 얼음물을 채워 꽃을 꽂았다. 관리 요령을 몰라 꽃을 선물 받아도 처음의 신선함이 사흘 이상 가지 못했던 이전과 달리, 이번 꽃들은 더 오래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생겼다.

▲배송서비스로 받은 생활꽃 <사진=장유진 기자>

꽃을 일상생활 범위 안에 들이고 난 후, 가장 크게 느꼈던 긍정적인 효과는 작은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꽃을 오래 보기 위해 들인 노력이라고는 첫날 받은 설명서에 적힌 대로 3일에 한 번 얼음물을 갈아주는 것뿐이었지만, 별것 아닌 이 행동으로 꽃이 시들지 않고 하루하루 더 버텨나간다는 생각에 작게나마 뿌듯함이 생겼다. 꽃과 함께하는 생활은 무려 2주 가까이 이어졌다. 물론 중간중간 잎이 말라 떨어지거나 색이 바랜 꽃송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처음엔 망울이었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잎을 피우게 된 송이도 있어 소소한 성취의 기쁨이 느껴졌다. 꽃의 예쁜 외형과 향기가 주는 기분 전환 효과도 톡톡했다.

꽃 생활화가 주는 나름의 즐거움에, 이처럼 색다른 경험을 권유하고자 주변에 꽃을 선물하는 일에도 도전해봤다. 지금껏 으레 해왔던 꽃 선물과 다르게 특별한 기념일이 아님에도 친구에게 꽃을 건넸다. 기자의 친구는 얼굴에 물음표를 가득 띄운 채 웬 꽃이냐며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그는 "평범한 날에도 눈앞에 꽃을 두고 있으니 특별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일상이 바빠 지쳐있던 참에 조금이나마 활력을 찾는 기분"이라 말했다.

사실 평범한 날 꽃을 사서 화병에 꽂아두는 것은 문화라는 말이 거창하게 느껴질 정도로 사소한 일이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단 몇 송이를 꽂아두는 작은 문화의 형성이 일상을 특별하게 하는 기쁨이 될 수도 있고, 침체된 화훼시장의 새로운 문을 열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여느 날처럼 평범한 오늘이지만 꽃 몇 송이로 의미를 더해보는 것은 어떨까.

 


장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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