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공동취재단 기획③] 대학 기업화, 공든 탑 무너진다
[부산공동취재단 기획③] 대학 기업화, 공든 탑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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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5.3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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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논리로 움직이는 학문의 장

'대학'이란 학문연구라는 공동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조합체이다. 하지만 이와 달리 현대의 대학은 그 의미가 다소 변질됐다. 학벌이라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대학 사이의 서열이 형성되고 대학은 취업을 위한 통과의례가 됐다. 이렇게 고착된 '대학서열체제'는 대학을 기업처럼 관리하는 '대학의 기업화'를 일으켜 오늘날 대학의 위기를 만들었다. 

1995년 김영삼 정부는 기업식 인재 양성을 목표로 '5·31 교육개혁'을 추진했다. 총 4차례에 걸쳐 발표된 교육개혁안에는 △교육 시장 개방 △국립대학 민영화 △대학설립준칙주의 △대학 정원 자율화 △대학평가 등 교육의 자본주의 체제 전환이 포함됐다. 이후 외환위기를 거치며 자리 잡은 '신자유주의 시장체제'는 대학의 서열 평가와 성과주의를 퍼뜨렸다.

한편, 지난달부터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가 진행 중이다. 이번 3주기 평가는 △전임교원 확보율 △법인 책무성 △학생 충원율 △졸업생 취업률 등 대학 정보공시 및 대학 제출 자료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평가는 대학 교육의 질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오히려 대학의 기업화를 가속한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1166호 3면 참고).

 

누구를 위한 기업화인가

<일러스트레이션=임효원 기자>

학과 통폐합

대학기본역량진단에 대응하기 위한 대학들의 구조조정은 재정지원과 연계돼 평가를 잘 받기 위한 대학들은 무리하고 무차별적인 학과 통폐합을 강행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대학의 기업화로 인해 인문·사회 계열 등 순수학문 전공이 가장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학내일연구소 '2010-2015년 전국대학학과통폐합 현황' 정보공개 청구에 따르면 지난 2010년에서 2015년 동안 전국 대학의 전공별 단순 폐과 사례는 270건이었으며 그중 인문·사회 계열이 전체의 절반인 135건을 차지했다. 자연계 79건, 예체능계 56건으로 뒤를 따랐다. 대학들은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떨어지는 학문을 위주로 통폐합을 진행하는 것이다. 

우리 대학교는 최근 5년간, △정치·사회학부 통합 △유기재료고분자학과 폐과 △프랑스문화학과 폐과 △독어독문학과 폐과 등 학과개편을 거쳤다(본지 1157호 2면 참고). 우리 대학 정해리(정치외교학 4) 학생은 "학생들이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땐 이미 통합으로 결정돼 있었다"며 "지역대학은 예산 부족과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학과 통폐합 선택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렇지만 학문적 역할을 함께하는 대학에서 인문학 역시 중요한데 인문·사회 계열 중심으로 축소한다면 결국 교육의 질적 수준이 하락해 장기적으로 학교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학과 통폐합 과정에서 학교 측이 통합의 이유를 학생들에게 잘 설명하고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을 거쳤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우리 대학 신은주(유기재료고분자공학) 교수는 이번 유기재료고분자공학과 폐과에 대해 "학과 통폐합에 대한 기준 설정 없이 단순히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교수가 많은 학과부터 폐과된 사례"라며 "공대의 경우 연구개발에 참여할 학생이 적어 수행할 과제가 줄어든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또한, 이와 연계해 신 교수는 "이번 학과 통폐합 과정에서 의논과 공지가 없었다. 마지막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수업은 할 수 있지만, 정년 교수가 한 명도 남지 않은 내년부터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부경대는 지난 3월, '단과대학 구조개편안'이 교무회의 심의 후 확정되면서 학과 통합을 진행했다. 인문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과 △법학과 △중국학과는 사회계열로 일부 통합됐다. 일부 신입생만 학과별로 모집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대해 부경대 박서현(정치외교학 2) 씨는 "학과가 사회계열로 일부 통합되는 과정을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며 "해당 학과 간에 어떠한 관련성이 있는지 설명이 부재했고, 학교 측에서 학생들을 설득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고 전했다.

이렇듯 대학들은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에 대비하기 위해 졸속으로 학과 통폐합을 진행해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일방적인 통보를 받는 실정이다. 신라대는 예술 관련 학과를 대상으로 폐과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창조공연예술학부 음악·무용 전공이 폐과 대상이 되면서 학내 구성원의 반발이 이어졌다. 

신라대 박주영(창조공연예술학부 무용전공 3)씨는 "창조공연예술학부는 폐과되는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묻는 절차 없이 통보받았다"라고 전했다. 또한 "총장과 이사장을 찾아가 1년 더 학과를 유지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며 해결방안을 제시했지만, 학교 측은 다른 방안을 생각도 하지 않고 폐과를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2010-2015 전국대학학과통폐합 현황'에 따르면 6년간 학과가 통폐합된 1,320건 중 78%(1,029건)가 비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교육부 대학 구조조정의 목표가 사실상 지역대학 위기와 지역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러스트레이션=임효원 기자>

강사 처우 악화

2019년 고등교육법 개정안(이하 강사법)이 통과됨에 따라 대학은 강사에게 △대학 교원 지위 부여 △1년 이상 임용 △3년 동안 재임용 △방학 기간 임금 지급 △퇴직급 지급 △3개 보험 가입 의무화 등 강사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강사법이 실질적으로 강의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대학에서 강사법이 보장하는 법적인 교원 지위를 갖지 못하는 객원교원, 겸임·초빙교원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학의 정책 방향은 대학 기업화의 일환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 대학 A 강사는 "오히려 강사법이 강사 대량해고 사태를 불러올 거란 우려가 컸다"며 "강사법으로 인해 재정적 부담이 커진 대학에서 △분반 축소 및 강의의 대형화 △강의 전담교수(비전임)에게 몰아 주기 △겸임초빙 교수 대거 임용 등 강사 고용 줄이기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우리 대학은 강사 채용 절차 보장 등이 어느 정도 지켜지고 있는 모습이지만 △방학 중 임금 지급 △퇴직금 △건강보험 가입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부경대 지부 박정일 강사는 "가장 당면한 문제는 고용의 안정성이다. 대학이 효율성과 이윤을 생각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비정규직에 대한 인건비 축소를 먼저 고려하기 때문에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강사들의 대량해고는 강사법 시행 직전 사립대를 중심으로 현실화했다"며 강사법 시행 후 계약된 강사들의 3년 재임용 기간이 끝나는 2022년 9월 이후 실제로 대량해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사는 대학 운영에 꼭 필요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대학 내에서 강사에 대한 인식과 처우는 개선이 필요한 현실이다. 박 강사는 "강사법 시행 이후 1년 6개월 이상이 지났지만, 그 기간 강사의 신분이 형식상 교원이 됐다는 것 이외에 강사의 처우에 큰 변화가 없었다"며 "대부분 대학에서 학내 구성원인 교원이기는 하지만 대학기구의 참정권과 총장 선출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내 노동자의 위기

대학의 기업화는 학생과 교수뿐만 아니라 학내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일각에서는 기업화가 대학 구성원들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누고 차별화한다고 지적한다. 민주노총 부산일반노조 박문석 위원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하나의 노동자 계급이지만 고용형태를 달리해 차별화됐다고 볼 수 있다. 이 차별은 △고용 △임금 △처우에서의 차별로 정규직과 반대되는 비정규직들의 불이익을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기업화가 진행되기 전 대학들의 청소 노동자들은 정규직이었지만 '정리해고제도' 도입 이후 대학에서도 △환경미화 △경비 △시설관리 부문 노동자들을 용역 계약직이나 기간제 노동자들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는 우리 대학도 마찬가지였다. 박문석 위원장은 "동아대는 전 사회적인 움직임보다 더 빠르게 미화와 경비직의 용역 계약직화를 시작했다. 현재 원봉(주)와 약 30년째 용역 계약을 지속하는 보기 드문 사례를 갖고 있다"며 "동아대의 직접고용 비정규직으로는 비정규직 교수나 조교,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이 있으며, 용역 계약직 노동자는 △환경미화 △경비 △셔틀버스 기사 등이 있다. 이들을 모두 합하면 상당한 규모"라고 덧붙였다.

신라대의 경우 지난 2월 청소 용역회사와 계약을 종료하면서 청소 노동자들을 집단 해고해 논란을 빚었다. 박문석 위원장은 "학교에서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재정 위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정작 교직원들의 임금은 상승하고 보직 교수와 처장들의 업무추진비를 신설해 재정 문제라고만 꼬집을 수는 없다"며 "학교 재정의 어려움을 비정규직 용역노동자들을 집단 해고하는 구조조정 방향은 비정규직 노동자와 노조에 대한 탄압이 결합한 것"이라며 "신라대의 기만적인 구조조정은 철회돼야 하고 해고된 노동자들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규탄했다.

그러나 신라대 청소 노동자들이 속한 노조 간의 합의가 진행되지 않아 현재까지도 농성이 진행 중이다. 한국노총 비정규직일반노조 문창수 위원장은 "노조 간 합의가 불발돼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학생들 수업권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인 만큼 학생회와 학교, 그리고 노조들 간 협의를 진행해 매듭을 풀어야 한다. 아무리 학교 상황이 힘들어도 같이 일하던 청소 노동자들을 외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대학언론인네트워크 부산공동취재단
(동아대학보,부경대신문)
박주현·박서현·제서현, 최희수·권수민 기자

<참고문헌>
'대학서열체제와 그 해소방안'(정진상, 2010)
'한국 대학의 기업화'(고부응,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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