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 하얀 물결 'MZ세대 노조'
│상아탑│ 하얀 물결 'MZ세대 노조'
  • 제서현 기자
  • 승인 2021.06.01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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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아탑 상실의 시대, 교수의 학술을 들여다봅니다.

 

올해 초 SK 하이닉스 사무직 내에서 성과급 지급 기준에 대한 문제 제기가 빗발쳤다. 이를 시작으로 삼성전자·LG전자·네이버·카카오 등 여러 대기업에서 성과급 지급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며 기존과 다른 새로운 노동조합(이하 노조)이 잇따라 탄생했다.

새롭게 등장한 노조의 중심에는 'MZ세대'가 있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는 말로, 현 20·30대를 의미한다. 기성언론에선 새로운 노조를 향해 'MZ세대 노조'라 부르며 주목하고 있다. 이에 언론이 기존 노조와 새로운 노조 간 대립 양상을 만들어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MZ세대 노조가 노동운동계에 새로운 물결을 불러올 수 있을까. 우리 대학교 정형일(경영학) 교수에게 이에 대해 질의해봤다.

우리 대학 정형일(경영학) 교수
<일러스트레이션=임효원 기자>

 

Q : 최근 청년들을 중심으로 한 노조 설립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A : MZ세대 노조 설립의 근원적 원인은 세대 갈등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노동운동 핵심은 민주화 운동이라 볼 수 있다. 민주화에 대한 정의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에 세대 간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 세대와 현세대 간 가치관 차이 발생은 당연한 것이고, 노조 분열 역시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상하게 바라봐선 안 된다. 

산업현장 역시 사회 구조와 똑같이 적용된다. 이제껏 가치관을 강요받아왔던 MZ세대들이 산업현장에 가서 불공정에 대해 자각을 하게 된 것이다. 경영의 본질은 사원이 권력·급여·권한을 이윤생산에 기여한 만큼 받게 하는 것이다. 지금 현대자동차가 세계 자동차 업계 4위 기업이다. 현대자동차를 세계적 기업으로 만든 데 사무직들의 공이 크다. 하지만 급여, 권한을 보면 생산직이 훨씬 더 높다. 이는 이제껏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본인을 계발했고, 그 후 회사 이익에 이바지한 바도 크다고 생각하는 사무직들이 보기엔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다. 노동 운동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 것이다.
 

Q : MZ세대 노조와 기존 노조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A : 기존 노조는 공장이나 생산직 노동자분들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모두 민주화를 외치며 노동 운동을 하셨던 분들이다. 자본주의 질서에서는 사무직이 생산직을 통제한다. 새로운 기술과 상품에 값을 더 쳐주는 게 자본주의다. 당시에는 이 체계를 평등하게 만드는 걸 민주화라 여기고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고, 노조가 세력화됐다. 

사무직들이 노조의 중심으로 들어오며 이전 생산직 중심 노조와는 방향성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자율적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노조를 만든 게 현재 등장한 노조다. 중심 주체가 다르다는 게 중요한 차이다.
 

Q : 한편, 새로운 노조의 출현이 오로지 MZ세대만의 결집은 아니며, 언론이 오히려 'MZ세대 노조'라는 프레임을 씌워 기존 노조와 대립 관계를 유발한다는 논란도 많다.

A : 언론이 오히려 프레임을 씌워서 대립 관계를 만든다는 논란에 동의한다. 민주 사회에서는 서로의 이익 관계가 충돌한다. 현재 언론이 대립 관계를 유발하는 건 분열 공작이라고 생각한다. 청년이 노조를 설립하고, 새로운 이념을 만드는 것을 방해하기 위함이다. 세대 갈등을 조장하고 이를 이용해 기성의 틀에 묶으려는 이간질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세대는 이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들의 신념을 세워나가야 한다. 

Q : 화합하기 위해 각 기업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보는가.

A :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점점 사무직 인력들이 많아질 것이다. 기계가 인력을 대체해 생산 부문에서는 인간이 손댈 게 없어질 것이다. 기업은 기계의 노동에 인간의 창의력을 어떻게 더할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야 한다. 기업이 인간의 노동 시간을 줄이고, 시간당 급여를 올리며 여가나 자기 계발에 대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해나가야 한다.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MZ세대를 계발해야 한다.

Q : 앞으로 노조가 가야 할 방향성이 있다면.

A : 현재 한국 사회는 청년층 70% 이상이 대학을 나왔다. 그리고 과학과 기계가 발달하면서 현장 인력은 사라질 추세로 보인다. 젊은 세대 대부분은 사무직으로 가게 될 것이다. 그러니 독립 노조와 새로운 노동 운동 흐름이 등장한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세대 간 역할 분담이 필요할 때라 생각한다. 더 발전하기 위해선 새로운 세대의 비전을 만들고 지원해나가야 한다. 이전 세대가 세워놓은 산업화는 고마운 일이지만, 이제는 새로운 세대가 일어나야 할 때다. 노동조합 역시 화이트칼라(white-collar, 사무직)를 중심으로 마음껏 뻗어 나가야 한다. 그게 4차 산업을 향해 전진하는 길이다. 

 제서현 기자
 1809402@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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