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코로나 팬데믹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단절의 시대와 누구도 쉽게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불확실성은 점점 더 크고 복잡해졌다. 그 같은 복잡하고 불확실한 현실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하지만 수학에서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반드시 성립하는 보편적인 법칙을 찾을 수 있고, 법칙들을 활용하면 불확실한 세계를 좀 더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필자의 연구 분야인 수학의 확률론이라는 분야는 이 같은 복잡한 불확실성을 다루는 학문으로 이 학문이 가지는 보편적 원리를 통해 복잡한 불확실성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하는지 방향성을 제시한다.
확률론의 보편적 원리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큰 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이다. 이는 표본 집단의 크기가 커지면 그 표본평균이 모평균에 가까워짐을 의미한다. 즉 우리가 수집한 데이터의 개수가 점점 많아질수록 각 데이터의 기댓값에 아주 가까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 성질은 데이터의 종류와 관계없이 성립하기 때문에 보편적 원리라고 할 수 있으며 수학에서만 통용되는 법칙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에서의 데이터에도 적용 가능한 데이터 분석의 가장 중요한 근간이 된다. 큰수의 법칙 외에도 대 분포이론이나 중심극한정리와 같은 확률의 보편적 원리들은 더 자세한 데이터 분석에 활용되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인공지능이나 빅 데이터 분석에 가장 핵심이 되는 지식이다.
또 다른 확률론의 보편적 원리로 갈튼-왓슨(Galton-Watson) 확률 모형도가 있다. 필자의 연구에서도 자주 사용된 이 모델은 사람들의 자손이 어떻게 번성하고 멸종하는지를 연구하기 위해 도입된 확률적 모델이다. 즉 선조부터 시작해서 그 아래로 계속 뻗어가는 구조를 갖는 모델이다. 이 확률 모형도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최초 확진자가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현상을 표현한 그래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코로나19 확산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이 모형도가 무한히 뻗어가지 않고 어느 순간에는 멸종돼야 한다.
연구를 통해 잘 알려진 사실로 그래프의 멸종을 판단하기 위해선 모든 감염자가 갖고 있는 정보를 이해하는 대신 한 명의 감염자가 몇 명의 사람을 감염시킬지에 대한 평균값인 R0로 판별할 수 있다. 만약 R0≤1이면 확산이 제어되며, 만약 R0〉1이면 확산 가능성이 커진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감염 전파력을 나타내는 이것을 감염재생산지수라고 부른다. 즉 R0=(평균 노출 시간)X(평균 접촉자 수)X(감염될 확률)로 표현할 수 있고 R0를 이해함으로써 코로나19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 즉 우리가 빠른 역학조사를 통해서 한 명의 감염자 평균 노출 시간을 줄이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서 평균 접촉자 수를 조절할 수 있으며 개인위생을 통해 감염될 확률 또한 조절할 수 있다. 이러한 수학의 보편적 원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이라는 거대한 불확실성에 맞설 수 있는 좋은 한 가지 예시다.
앞서 살펴본 확률론의 보편적 원리들을 통해서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크고 복잡한 불확실성의 중요한 한 단면을 이해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에 현명하게 맞서 나갈 수 있다는 것도 보았다. 수학의 영역에는 보다 많은 보편적 원리가 존재하며 이를 이용한다면 현실 세계에서 맞닥뜨린 불확성의 세계를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기에 충분하다.
설영수(정보수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