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찻잔 속의 태풍일지라도
│데스크칼럼│ 찻잔 속의 태풍일지라도
  • 박주현 기자
  • 승인 2021.06.01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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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편집국장
박주현 편집국장

독자들에게 신선함을 주기 위해 비슷한 지면의 구성에 변화를 준다. 흔하디흔한 문제 제기에서만 그치는 기사가 아닌, 문제 해결 방안까지 제시하는 기사를 쓴다. 남들이 보지 않을만한 시선으로 획기적인 기획 기사를 추구한다. 학교 당국에 민감한 기사를 보도하기도 한다. 나름대로 치열하게 취재한다. 독자들이 본지 기사를 많이 읽게끔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항상 고민하고 있다. 

이렇게 필자를 비롯한 동아대학보 구성원들이 본업인 학업에 정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호마다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으며 본지를 만들어왔다. 필자가 편집국장이 된 이후로 기자들과 함께 과거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학보를 만들려 했다. 또 그렇게 완수하고 있다. 

그러나 발행 후에 돌아오는 건 본지를 향한 독자층의 무관심 그리고 독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지난 호 꾸러미다. 본지의 질적 향상 추구를 위한 아이디어 모색과 논의, 실행은 모두 '찻잔 속의 태풍'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 기사 마감에 지칠 무렵에는 이렇게 해봤자 우리의 노력을 누가 알아주겠냐는 어리석음에 지배될 때도 간혹 있다. 

그럴 때마다 생각을 가다듬는다. 단순히 예전부터 학보가 존재했으니까 아직까지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사고는 금물이다. 본지가 73년을 시대의 풍파 속에서 견뎌왔어도 독자의 무관심에, 외압에 우리 시대에서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존재다. 제아무리 찻잔 속일지라도 태풍의 강도를 늘려가는 게 중요하다는 깨달음에 우리의 역할과 존재 이유를 떠올렸다.

본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학내 구성원 가운데에서도 소외당하는 자들을 조명해 공론화하는 일. 예컨대 학내 청소노동자, 대학원생, 장애인 대학생 등의 목소리를 담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더불어 학교 문제를 우리가 먼저 깨닫고 학내에 어젠다를 형성하는 과업을 맡고 수행   해야 한다. 

관성에 젖어 단지 신문을 내야 하니 취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취재해야 하니 신문을 발행하는 것이라는 당위성을 항상 지녀야 한다. 이와 더불어 본지가 대학사회에서 이러한 역할을 한다고 독자에게 '알리는' 일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예전에 비영리독립 대학언론 대표가 필자에게 "대학언론의 역할을 잘 알고 있는 곳은 동아대학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본지가 찻잔 속의 태풍을 잘 일으키고 있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이렇게 학보가 본질을 지키며 태풍을 만든다면 결국 찻잔을 벗어나 대학사회를 뒤흔드는 일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이제 기자증을 내려두며 후임자에게 태풍을 만드는 일을 넘기고자 한다. 동아대학보가 73주년을 맞는 길목에서, 부디 더 나은 학보가 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박주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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