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Pusan 신발 다시 달릴 수 있길
Made in Pusan 신발 다시 달릴 수 있길
  • 박서현 기자
  • 승인 2021.06.01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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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정영림 기자>

 

"아빠, 나 진짜 나이키 운동화 사도 돼?"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에서 성노을(최성원 분)이 아버지에게 용돈을 받은 직후 화색을 띠며 한 말이다. 이처럼 당대 인기가 어마어마했던 나이키 운동화는 '메이드 인 부산'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아디다스, 리복 등 세계 주요 브랜드 운동화들이 부산에서 만들어졌다. 

 

신발산업의 메카, 부산

한국 신발산업의 역사는 1919년 국내 최초 신발공장 '대륙고무 공업사'에서 첫 고무신을 생산하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4년 뒤, 부산 최초 신발 제조업체 '일영고무 공업사'가 세워졌고, 이후 △삼화고무 △태화고무 △국제고무 등 부산을 중심으로 신발공장이 대거 설립됐다.

신발산업은 두 번의 성장기를 거쳤다. 1차 성장기는 1960년대부터 70년대까지로 당시 경제개발계획으로 신발이 유망 수출품목으로 대두됐으며, 미국에 고무신을 최초로 수출했다. 또한, 1972년에는 국제상사가 부산 사상에 세계최대 규모의 신발공장을 건립했다. 부산이 신발산업의 중심지가 되는 순간이었다. 

1980년대 2차 성장기를 맞은 신발산업은 프로스펙스라는 국내 최초 고유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1978년 2차 석유파동으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또다시 신발 수요가 급증했다. 당시 국내 신발 수출액은 14억 달러를 기록해 신발 수출국 세계 3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부산은 100년 역사를 가진 국내 신발산업의 중심지였다. 

우리 대학교 류효린(경영정보학 4) 학생은 "지난해 신발업계 종사자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어 부산의 신발산업에 대해 어렴풋이 들어봤다. 과거 부산 신발산업 명성을 듣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고 답했다. 이남주(산업디자인학 4) 학생은 "부모님께서 옛날 부산 이야기를 해 주셨을 때 신발산업의 중심지라고 하셨다"며 "이후 우리 대학과 신발산업진흥센터에서 진행한 워크숍과 강의를 들으면서 자세히 알게 됐다"고 전했다.

과거 생산된 신발들이 한국신발관에 전시된 모습
<사진=박서현 기자> 

 

'메이드 인 부산' 되살리려 노력하지만…

(재)부산경제진흥원 신발산업진흥센터 성기관 소장은 신발산업 쇠락에 대해 "80년대부터 민주화 운동과 노동조합이 활발해져 인건비가 크게 상승했다. 기업에서는 비교적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이나 동남아에 생산을 맡기게 돼 국내 신발산업이 쇠퇴하게 됐다. 신발산업은 OEM 업체나 국내생산으로 나뉘는데, 당시에는 OEM의 비중이 더 높아 부산 산업에 타격이 컸다"고 설명했다. 

부산 신발소상공인협동조합 전성근 감사는 "과거 신발산업은 단일품목으로 40억 달러를 수출하는 등 우리나라 수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특히 부산은 세계 최대 운동화 생산도시로 유명했다"며 "신발업계는 전체 생산원가 30%가 노무비인 노동집약적 산업인데 인건비 상승은 제조 원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유명 브랜드사(社)의 생산 기지 이전으로 부산 신발산업도 큰 침체를 겪었다"고 답했다.

2000년대 이후 부산시는 신발산업을 다시 부흥시키기 위해 움직였다. '부산지역 신발진흥사업' 1단계를 개시해 신발 특성화 고교를 설립했으며, 동서대에서는 신발지식공학과를 개설했다. 이후 신발진흥사업 2단계로 △신발산업진흥센터 개소 △부산 녹산공단 신발 전용 단지 조성 △ShoeDB(신발 전문 잡지) 발간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아울러 지난해 통계청에서 발표한 '광업·제조업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신발 제조업체는 386개로 종사자 수는 8,868명이다. 이중 부산의 제조업체는 172개로 전체 사업체 수의 44.6% 비중을 차지하며, 종사자 수도 47.1%(4,173명)를 차지해 여전히 부산이 국내 신발 제조업의 중심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부산 신발산업의 부흥이 완전히 성공한 것은 아니다. 2010년부터 10년간 부산 신발 제조업체 사업체 수는 -6.6%, 종사자 수는 -8.4%로 꾸준히 감소할 뿐만 아니라 부가가치 또한 -3.6%로 감소폭을 보였다. 또한, 부산 신발산업 수입액은 2010년 202만 달러에서 2018년 351만 달러로 증가했지만, 수출액은 2010년 232만 달러에서 2018년 191만 달러로 떨어졌다. 2018년 기준 무역수지도 160만 달러 적자였다.

블랙야크와 콜핑 브랜드 등산화를 제작하는 와이에이치(주) 공장장 이창오 씨는 부산 신발업계에서만 30년 동안 일했다. 그는 "기계를 조립하는 직종에 몸담고 있다가 적성에 안 맞아 신발산업에 뛰어들게 됐는데 적성에 잘 맞아 30년 동안 종사하게 됐다. 신발 생산뿐만 아니라 개발과 공제 과정에도 참여해 여러 방면에서 전문성을 갖췄다"며 신발산업에 대한 자부심을 내보였다. 그러나 그는 "(과거) 부산은 신발산업에 걸맞은 자재나 약품이 갖춰진 상태라 신발산업에 최적화돼 있지만, 지금은 너무나 쇠퇴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첨단신발융합허브센터 내부에 위치한 와이에이치(주) 공장에서 신발을 생산하는 모습 
<사진=박서현 기자>  

 


'신발 도시' 명성 회복하기 위해선

침체기 속에서도 부산시는 신발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부산시는 첨단신발융합허브센터라는 공간도 마련했다. 사상구 감전동에 위치한 이곳은 공장동과 지원동으로 나뉘어있다. 공장동에는 기업 24개사가 입주한 상태이며 와이에이치(주)도 그중 한 곳이다. 지원동에는 신발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사무실 임대도 하고 있다. 

이창오 씨는 "허브센터 내 생산 환경이 잘 마련돼 있어 다른 곳보다 접착 과정을 한 번 더 거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등산화나 안전화 제작이 많이 접수된다"며 생산 환경에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부산진구 개금동에 있는 한국신발관(k-shoes center)은 2018년 개소한 국내 유일 신발 복합공간으로 △신발산업 체험공간 △입주기업 사무실 △신발산업인력양성 교육장이 있다. 1층과 2층에는 부산 신발산업의 역사를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는 전시관과 홍보관이 있어 매년 1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한다. 

현재 한국신발관에서 근무하는 신발산업신흥센터 정헌욱 팀장은 "한국신발관은 국내 유일의 신발 역사, 문화 전시 박물관이다. 뿐만 아니라 신발산업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장과 신발관련 기업들이 입주할 수 있도록 임대 공간도 운영 중"이라며  신발 관련 복합공간임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처럼 한국신발관은 한국 신발의 중요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는 중이니 많은 관심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부산시는 신발산업진흥센터와 함께 청년들의 신발산업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매년 '한국신발디자인공모전'을 개최한다. 해당 공모전에서 입상한 이남주 학생은 "지난해 공모전과 연계된 전공 수업을 통해 이 공모전에 참가하게 됐다"며 "분명히 국내에서 개발된 좋은 신발들이 많을 텐데 소비자들이 이를 잘 모르는 현실이 안타깝다. 부산 신발산업이 활발해지려면 우선 국내 소비자층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류효린 학생은 "요즘 트렌드에 맞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계절이나 기간 등 다양한 테마로 부산 신발을 전시하고 홍보한다면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부산진구 부전동 KT&G 상상마당 2층에는 중·소규모 부산 브랜드 신발 홍보와 판로 확보, 커스텀 문화를 접목시킨 신발 편집샵 '파도블(PADOBLE)'이 위치해 있다. 이 또한 부산시와 신발산업진흥센터에서 추진 중인 사업으로 부산 우수 신발 브랜드 22곳이 입점해 있다. 이곳은 신발 전시와 더불어 즉석에서 커스텀 신발을 제작하고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파도블 오프라인 매장 모습
<출처=부산경제진흥원 공식 블로그> 

성기관 소장은 "부산시는 신발산업에 비교적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파도블처럼 지자체에서 업계 사람들에게 오프라인으로 판매할 기회를 주면서 관련 축제를 진행하는 등 지역산업을 통한 지역 활성화를 유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코로나19 여파로 현재 부산 신발업계 중 등산화 관련 업체들은 사상 초유의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구두나 일반화 업체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 국내 신발 수입이나 수출 기준이 엄격한 편이라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완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창오 씨는 "현재 신발업계는 자금력이 부족해 좋은 기술을 갖춰도 지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정부나 지자체의 투자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전성근 씨는 "현재 신발 발전 지원금으로 제공되는 정부 지원금은 실적과 대기업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지원금의 지급 범위를 확대하고 자격 요건을 간소화해 많은 소상공인 업체가 지원을 받았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더불어 "협동조합에서는 저가 중국산 신발에 대한 수입량 쿼터제 도입을 위해 국회 청원을 추진 중이다. 중국산 신발 수입 물량이 조절된다면 부산 신발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박서현 기자
pppsh0115@donga.ac.kr

<참고문헌>
'1980-90년대 부산 신발산업의 해체와 재생'
(장지용, 2016)
'신발소공인 산업의 실태분석 및 정책지원 방향-
부산진구 범천동을 중심으로'(김철민·김녹현,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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