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바다의 날 특집] 누군가 온몸으로 지켜낸 '푸른'바다
[5월 31일 바다의 날 특집] 누군가 온몸으로 지켜낸 '푸른'바다
  • 장유진 기자
  • 승인 2021.06.02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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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 사람들의 발길은 해변으로 향한다. 피서지이기도 하면서 자원 제공과 생업의 장인 바다는 우리 삶과 뗄 수 없는 존재다. 그 중요성을 상기하려 매년 5월 31일을 바다의 날로 지정해 기리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 푸른 바다는 잿빛 위험에 노출돼 있다. 여름의 초엽에서 쓰레기로 덮여가는 해양의 실태를 돌아봤다. 

폐기물을 수거 중인 해안정화사업 노동자들

부산 태생인 기자에게 바다는 익숙한 공간이다. 해변에 자주 방문하는 만큼 바닷가 곳곳에 쓰레기가 나뒹구는 광경도 낯설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 이를 수거하는 모습은 직접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기사 기획 과정에서야 알아챘다. 아직 부산 바다가 완전히 쓰레기로 뒤덮이지 않았다는 건 누군가 분명 폐기물을 주워 정화하고 있다는 증거임에도, 취재 이전까지는 바다 정화 작업에 무관심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바다를 보전하려 애쓰고 있을 이들을 수소문한 결과, 가덕도 대항어촌에서 해양 정화를 위해 어업인들이 직접 나서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낙동강 하구 쓰레기 정화사업에 참여 중인 그들을 만나기 위해 사전 연락으로 취재 요청을 구하고 새바지항으로 향했다. 

새바지 마을은 인근까지 운행되는 시내버스 노선조차 드물고, 그마저도 배차 간격이 대략 1시간일 정도로 피서철이 아닌 시기엔 인적이 드문 곳이다. 외진 해안도로에서 정화작업이 이뤄지는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이 도저히 보이지 않아, 인터뷰이의 연락을 기다리며 작업 장소 인근 대로변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 순간 "정화사업은 관할 구역 내 해안가 곳곳을 돌아다니며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그곳 지형을 잘 아는 어업인이 아니고서야 참여하기 힘들다"던 강서구청 담당자의 말이 떠올랐다. 어떤 이유로 어업계 종사자들에게 정화사업이 맡겨지게 됐는지, 단번에 체감하게 됐다.

인터뷰 약속 시각이 가까워지자 수풀이 우거진 비탈길 사이로 양손에 포대 자루를 하나씩 든 할머니 한 분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자들이 도착할 시간에 맞춰 마중 나와주신 배려 덕에 무사히 작업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취재 당일은 한여름이 아니었음에도 뙤약볕이 강했기에 달궈진 몽돌 해변 위에는 관광객 하나 없었다. 하지만 딱 다섯 사람만이 해변을 지키고 있었다. 팔 토시와 긴 바지, 고무장갑과 모자로 온몸을 중무장한 이들이 바로 해안 정화사업 근로자들이었다. 그들은 햇빛을 피하려 거대한 바위 뒤로 몸을 숨기고, 작업용 포대 위에 앉아 잠깐의 휴식을 맞이하는 중이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다시 본격적인 쓰레기 수거가 시작됐고, 기자들이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을지 묻자 정화 작업자들은 "손녀딸 같아서 무슨 일을 시키겠느냐. 옷 버리거나 손이라도 다치면 마음만 아프다"며 한사코 손사래 쳤다. 하지만 꽉 찬 쓰레기 포대들이나 어업 폐기물 같은 무게가 나가는 것들을 옮길 때 힘을 보탰더니 "젊은 사람들이라 힘이 좋고 일을 잘한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기자들이 방문한 시간은 해안 쓰레기 수거 작업이 시작된 지 불과 2시간여밖에 되지 않았을 무렵이었으나 해변에는 이미 서른 포대 정도 되는 쓰레기가 수집돼 있었다. 쓰레기 수거차량이 다닐 수 있는 찻길 부근까지 비탈진 언덕길을 몇 번이나 오가며 포대들을 옮겼다. 그럼에도 아직 돌 사이사이에 있는 쓰레기들이 눈에 쉽게 띌 정도로 많아, 다시 한번 해안 오염 상태의 심각성이 살갗으로 와닿았다.

하지만 해당 구역 해안정화 작업조의 반장인 박연희 씨는 이처럼 충격적인 쓰레기의 양조차 약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장마철 끝나고 난 뒤나, 태풍 찾아온 후쯤 되면 강에서부터 쓰레기들이 밀려 내려와 더 엉망이다. 지금 있는 쓰레기들은 그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라 전했다. 

그는 "그런 걸 보면 내가 참 걱정이 된다. 깨끗한 바다를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지 못하게 될까 봐"라고 말했다. 그리고 "사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바다 환경이 오염되다 보니까 전처럼 고기도 잘 안 잡히는 상황이라 부수입을 마련하고자 해안정화 일자리 사업에 지원하게 된 거다"고 전했다. 이어 "이게 다 선조인 우리들 욕심으로 생긴 문젠데, 미래를 살아가야 할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남겨줄 수 없게 돼 마음이 무겁다"며 속상해했다. 기자에게 후회스러운 점을 토로하며 땀방울을 닦던 그는 해양환경 보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박연희 씨는 "그래도 사람 손길 닿은 곳엔 티가 난다고, 해안가에서 이렇게 쓰레기를 수거하고 나면 내가 큰일을 한 건 아니지만 바다를 깨끗이 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며 미소지었다. 그는 "지자체에서도 바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전하며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생활 쓰레기와 어업 폐기물을 아무렇게나 버리는 일부터 줄여나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우리가 지금껏 봐왔던 바다의 맑고 푸른 모습은 해양환경이 극심하게 오염된 현재 상황에서 더 이상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 아니다. 그 순간에도 누군가가 온몸으로 해안 쓰레기를 막아내고 있기에 눈에 담을 수 있는 풍경이다. 깨끗한 바다를 물려주려는 그들의 노고를 무색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해양오염 상태에 대한 인식이 더욱 널리 퍼져나갈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 봐야 함이 마땅하지 않을까. 
 


장유진 기자
 2041605@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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