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 우리는 청소노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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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9.06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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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기사: "휴게실 개선이나 임금보다 갑질만 안 했으면 좋겠어요" 2021.09.06

 

"옛날에는 소장이 휴게실 밖으로는 절대 나오지 말라고 했어요. 청소할 때만 잠깐씩 나와서 몰래몰래 하고 그 외에는 여기 휴게실에 틀어박혀서 사람들한테 보이지 마라고요. 거의 협박조로 말했다니까요. (중략) 아마 저 높은 사람들에게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우리를 숨기려는 장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을걸요"  『유령들』(김동수, 삶창, 2020)

<일러스트레이션=정영림 기자>

어느 대학 청소노동자

지난 7월, 서울대에서 청소노동자들에게 근무 기강을 이유로 단정한 복장을 강요하는 복장규제와 외국인 유학생 응대 명목으로 시험을 치르고 결과를 공표해 모욕을 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학 내 청소노동자들의 처우가 다시 한번 화제가 됐다. 고용노동부의 '2019년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청소원 및 환경미화원의 △평균연령 59.7세 △여성 비율 70.5% △평균근속년수 3.4년  △월간노동시간 150.1시간 △월급여 187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노동자와 비교할 때, 청소노동자는 임금이 낮고 여성 비율과 평균연령이 높으며, 출근일수는 적지 않지만, 단시간 노동자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통계청의 '2020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에서는 청소원 및 환경미화원의 취업자 수는 전체 취업자 2,708만 명 중 4번째로 많은 110만 명(4.1%)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들은 학교의 유령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대학 내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여성 청소노동자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경남대 최나현 강사는 "모 대학에서는 청소노동자가 교수에게 인사했더니 인사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무시 받는 존재가 된 청소노동자들은 일하기 위해 당연히 오가는 곳에서조차 자신의 몸을 숨기는 것에 익숙해져 있고, 이런 것들이 합쳐지면 청소노동자의 유령화가 완성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소노동자들이 겪는 차별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학 내 청소노동자의 삶을 담은 책 『유령들』의 저자 김동수 작가는 실제로 해당 저서를 집필하기 위해 대학 내 청소노동자로 일한 경험이 있다. 그는 "사람들은 청소라는 일을 단순히 육체를 이용하는 노동이라 생각하지만, 그것만 있는 건 아니다. 감정 소모가 엄청나게 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일만 해도 그렇다. 학교는 딱히 음식물쓰레기 처리에 대해 관심이 없고, 용역업체에 문제를 제기하면 괜히 밉보일까 봐 쉬쉬하고, 청소노동자들은 학생들이 다 자식손주 같으니까 참고 일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대학 내 청소노동자들은 △젠더 △고용형태 △연령 △학력 △직무위계 등의 복합적 차별을 겪는다. 최근 화두에 오른 서울대 청소노동자들은 학교의 갑질을 견뎌야 했다. 서울대는 청소노동자들에게 외국인 유학생을 응대하기 위함이라며 2회에 걸쳐 학교 시설물 명칭을 한자와 영어로 쓰게 하는 시험을 치르게 했다. 게다가 필기시험 점수를 공개해 일부 청소노동자들은 자신의 점수에 대해 수치심과 박탈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서울대 총학은 청소노동자 처우에 관해 "청소노동자 대우가 전반적으로 열악하다는 것에 많은 학생들이 공감하고 있다"며 "과거 공과대학 노동자 사망 사건 역시 명백하게 휴게실이나 열악한 환경이 문제였기 때문에 휴게공간 확보나 전반적인 처우 개선 등을 학교에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최나현 강사는 이런 갑질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로 "위계화된 관계 속에서 윗사람이 억지를 부리면 아래쪽에 있는 사람들은 그 행동에 모멸감을 느끼면서도 잠자코 따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동자들이 이런 억지스러운 통제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면 '그냥 말을 듣고 말지'라며 포기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렇게 되면 관리자들은 그 위에서 다시 노동자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신라대는 학령인구 감소 등의 이유로 청소용역업체와 계약을 종료하고 청소노동자 51명을 고용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하루아침에 51명의 청소노동자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이에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은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농성을 시작했다.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이하 민주노총)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월에 신라대에서 해고 통보를 받고, 민주노총은 지난 2월 23일부터 농성을 시작했다"며 "한국노총은 지난 3월, 민주노총이 대학과 잠정 합의를 하자 4월부터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지난 2월에 진행된 농성은 6월 15일이 돼서야 전원 직접 고용과 65세 정년보장이라는 합의서에 도장을 찍으며 마무리될 수 있었다. 민주노총에 소속된 청소노동자 38명 중 28명이 최종적으로 학교로 복직하게 됐다. 학교와의 합의 과정에서 어려움에 관해 묻자, 민주노총 관계자는 "청소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인식이 부정적이다 보니 '최저임금만 받으면 되지 무슨 직고용을 요구하냐'는 대학 관계자들의 반대와 학생들 사이에서도 농성으로 피해를 받다 보니, 심적으로 힘들었다"고 전했다. 


대학가에 청소노동자 관련 문제가 뜨거운 가운데, 과거 부경대와 경희대의 다른 행보가 다시금 화제가 됐다. 부경대는 2018년 3월 청소 주무관 모두를 무기 계약직으로 고용해 대학 내 소속으로 포함시켰다(부경대신문 제799호 1면 참고). 또한, 경희대 노동조합(이하 노조) 역시 2018년, 63일간의 농성 끝에 2019년 9월 1일 청소·보안·시설관리 직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학교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처럼 대학 내 청소노동자들에게 정규직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최나현 강사는 "청소 노동이 아닌 다른 일을 구하기 어려운 생계부양자 여성들에게 해고라는 것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라며 "노동자들이 이렇게나 위축된 상황에서 여간해서는 노동환경이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대학은 직접 고용을 통해 최소한의 고용안정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우리 대학 인문대 미화원 휴게실
<제공=경향신문 강한들 기자>

청소노동자라는 이유로

지난달 4일 대학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 우리 대학 청소노동자 휴게공간 개선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은 약 700개의 공감을 받았고, 열악한 휴게공간을 개선하지 않는 학교를 비판하는 댓글로 이어졌다. 우리 대학 A 학생은 "지나가다가 미화원 휴게공간을 봤는데, 엄청 좁고 시설도 제대로 안 갖춰져 있는 것 같았다. 학교는 청소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휴게공간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B(경영학 3) 학생은 "등록금에 학교 환경 관리비도 포함될 텐데, 왜 청소노동자들 휴게공간은 여전히 열악한지 잘 모르겠다. 학교에서 청소노동자들의 복지를 향상시킨다면 청소능률도 오를 것이고, 더불어 학교 이미지도 좋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관리과에 따르면 "작년부터 순차적으로 미화원 휴게실에 에어컨 설치를 많이 했다. 그래서 에어컨은 웬만한데 다 있다"며 "에어컨이 없는 곳은 건물 구조상 실외기가 열을 많이 발생시키기 때문에 야외에 환기가 잘 되는 곳에 설치해야 해서 부득이하게 에어컨 설치를 못 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냉방 시설이 구비되지 못한 곳은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좀 더 설치하거나 환기 시설이나 휴대용 에어컨 설치 등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2018년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에 관한 질문에는 "현실적으로 가이드를 전부 지키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환기 시설이나 휴게실 면적이 최소 6㎡ 확보 등의 필수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지키려고 한다"며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지하에 있는 휴게공간 역시 복도를 리모델링하면서 전부 없애고 지상으로 옮겨 새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노조의 입장은 달랐다. 민주노총 부산지역 일반노동조합 박문석 위원장은 "승학캠퍼스에 미화원대기실이 약 20군데 있지만, 이중 냉방기가 설치된 곳은 절반 정도다. 난방 시설 지원이 없어 미화원 개인이 전기장판을 사거나 주워온 난로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의 대기실에는 환풍기도 설치돼 있지 않고, 아직 2개의 대기실이 지하에 있다. 이에 개선을 요구하면 용역회사인 (주)원봉은 학교에 책임을 떠넘기기만 한다. 학교는 이런 문제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작년 우리 대학과 노조는 현수막 갈등으로 인해 법정 공방까지 갔다(본지 1157호 2면 참고). 관리과에 따르면 "노조 활동에 대해 불이익을 준 적도 없고 노조 가입은 청소노동자 개인의 결정이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 대학은 타 대학에 비해 약 2배 정도 많은 청소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당시 학교 예산 문제로 3명의 인원을 감축해야 했고, 학교가 직접 청소노동자를 지목한 것이 아닌 용역회사에서 결정했다"며 "청소노동자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을 시위로 표현한 것 같다. 시위가 진행된 당시는 학기 중이었고, 학교 안에서 확성기를 사용해 교수님들의 수업에 차질이 생겨 법적 대응을 하게 됐다"며 해명했다.


그러나 전국대학노동조합 동아대학교지부 박넝쿨 지부장은 이에 대해 "대학의 주요 공직자들이 직접 지시를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에 현수막 강제 철거와 같은 상황이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현수막 게시는 노조의 기본적인 활동이다. 그런데 이를 강제 철거한다는 것은 노조 활동하면 불이익을 받게 된다거나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문석 위원장 역시 "2019년 동아대에서 '학내 시위금지와 노조간부 출입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가처분을 제기했고, '3개 캠퍼스 앞 100m 이내 접근금지' 가처분까지 제기해 학교와 소송을 진행했다"며 "노조에서도 노조활동의 권리를 지켜내고자 가처분을 제기해 지난해 1월 판결을 받았다. 이후 캠퍼스 앞 집회를 진행했지만, 학교 측에서는 방송차량에 대한 주차위반 신고를 하고, 부민과 구덕캠퍼스에 게시한 현수막까지 계속해서 철거하는 등 노조탄압을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19년 2월 노조가입 후, 원청업체인 학교 측의 집중된 탄압에 조합원들의 이탈이 많아졌고, 용역회사인 (주)원봉과의 교섭과정에서 용역회사는 학교에서 답을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합의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며 "현재는 지난해 8월 20일 제17차 단체교섭을 마지막으로 교섭이 중단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화직 노동자들 역시, 탄압을 무릅쓰고 선뜻 노조가입을 선택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박문석 위원장에 따르면 현재 우리 대학 약 140명의 청소미화원 중 노조 조합원으로 남아있는 사람은 단 2명뿐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우리 대학 청소노동자 B 씨는 "청소업무보다 갑질 때문에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다른 청소노동자들과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그들은 모두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그렇다면 그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최나현 강사는 "청소노동자 처우개선 법제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청소노동과 노동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일이다. '청소노동=하찮은 일'이라는 인식이 청소노동자의 휴게공간과 같은 실질적인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데 하나의 장벽으로 존재한다"고 전했다.


이기훈(기계공학 4) 총학생회장은 "학교 내 공간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청소노동자 휴게 공간이 너무  협소하다고 생각한다"며 "청소노동자도 학교를 위해 일하시는 분들이다. 노동에 관한 기본적인 처우가 잘 보장됐으면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김동수 작가는 "처우가 개선되려면 우리의 인식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우리 부모 세대들은 사무실에 앉아서 여름이면 에어컨 바람, 겨울이면 히터 바람맞는 일을 하라고 하지만 다 그런 일을 하게 되면 사회는 돌아가지 않는다"며 "결국엔 누군가 하게 되는데, 그게 노동자를 무시되는 일로 귀결되며, 심지어는 최저임금 주는 것도 아깝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인식을 바꾸는 노동 인권교육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서현·박혜정 기자
 <참고문헌>
 '복합적 차별과 코로나19 감염위험'(김영,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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