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청예│ 마중 나온 미술展, 무뎌짐을 고철로 벼려낸 '흐지부지'
│부청예│ 마중 나온 미술展, 무뎌짐을 고철로 벼려낸 '흐지부지'
  • 조민서 기자
  • 승인 2021.09.06 14: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술에 처음 발들인 사람들은 대개 '예술의 시작은 영감이지만 영감을 얻기란 너무 어렵다'고 입 모아 말한다. 그러나 연륜이 있는 작가들은 '일상의 경험이 곧 영감이며 영감을 얻기란 단순하다'고 말한다. 여기 올해로 2년째 지속된 코로나19 여파로 마음의 안정이 필요한 현 상황에 영감을 받아 개최한 미술전이 있다.

 

 

 

▲'마중 나온 미술' 전시전 모습
<사진=조민서 기자>

예술에는 문외한이지만 잠시나마 일상을 돌아보고 생각할 시간을 가지기 위해 지난 12일, 사하구 신평동에 위치한 예방접종 센터에서 열리는 '마중 나온 미술'전시회를 직접 방문했다. 이번 마중 나온 미술전은 홍티예술촌의 지원을 바탕으로 우리 대학교 소속 지역 청년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미술전 내부는 흔히 알고 있는 조용한 분위기의 미술전과는 다르게 다소 부산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예방접종 센터에 근무하는 사하구청 직원은 "이번 '마중 나온 미술' 전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및 접종 대기자의 안정을 유도하고, 예방접종 센터를 보다 친근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그래서 조용한 분위기는 아니다"고 전시회의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전시회는 전반적으로 밝은 분위기였다. 많은 작품 중에서도 고철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사용한 무채색의 작품 하나가 나지막하지만 강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아 눈길을 끌었다. 강렬한 첫인상을 안긴 '흐지부지(2021)'는 어떤 의미가 담긴 작품일까. 해당 작품의 작가인 우리 대학 황정원(미술학 4) 학생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황정원 작가의 '흐지부지'

 

미술의 길을 걷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원래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당시엔 일러스트나 만화를 좋아했다. 그래서 그 분야로 진학하려던 때, 당시 현역 화가 생활을 하고 계시던 미술학원 선생님께서 순수미술의 길을 추천해주신 영향으로 순수미술 전공을 하게 됐다.

 

'흐지부지'는 어떤 의미를 가진 작품인지.

개인적으로 흐지부지는 되게 평범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경험 △일상의 한 순간 △강렬했던 이념과 같은 것들을 순간적으로 얻을 땐 굉장히 열광한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들은 대개 사라지거나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흐지부지'는 감정들이 마치 신기루처럼 점차 옅어지는 그 길목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사실 이번 작품은 변색을 이용해 작품 색에 변화를 줬는데, 제목인 '흐지부지'와 변색 기법 역시 감정이 변화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설계한 장치이다. 

 

'흐지부지'는 어디서 영감을 받았나.

영감은 단순하다. 현재 거주하는 원룸 앞뒤로 고물상이 있어 매일 아침 7시만 되면 잠에서 깰 정도로 시끄럽다. 처음엔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익숙해진 지금은 감각이 무뎌져서 잘 잔다. 그래서 고물이라는 소재를 선택한 것이고, 이를 통해 변화하는 과정을 설명하고자 한 것이다. 고물이라는 게 이미지가 되게 강렬하지 않은가. 그래서 작품 소재로 사용하기 매혹적이라고 느꼈다. 이렇게 일상생활 속 경험이 작품 활동에 가장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작품 '흐지부지'의 해석은.

과거 내가 그린 목적과 전혀 다른 해석을 받은 경험이 있다. 크레인과 고물이 중심인 작품이었는데, 다른 작가님께서 이를 보시고 현대인으로 빗대어 해석해 주셨다. 요즘 현대인들은 이직과 퇴직이 과거에 비해 자유롭다. 고물을 이직과 퇴직 사이 지쳐있는 현대인에, 크레인은 그런 사람들을 다시 일하도록 하는 강압적인 사회에 비유한 색다른 해석이었다. 이처럼 사실 예술작품에 있어 관람객의 해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술가로서 희망하는 방향성이나 혹은 롤모델로 삼는 미술가가 있는지.

아무래도 젊은 청년작가이기에 금전 문제가 가장 크다. 사실 순수미술이라 해도 '상업에 더 치중'하느냐 아니면 '시대의 담론이나 이야기에 치중'하느냐로 갈래가 나뉜다. 이 중 상업 쪽을 더 지향하고 있다. 비슷하게 롤모델로 삼는 사람들 역시 대부분 가난과 고난 그리고 역경을 이겨내고 미술관에 들어간 소위 관급(미술관급) 사람들이다. 

 

부산에서 청년미술가로 활동하는 고충이 있다면.

타 직종 분들은 공모전이나 지원금, 취업 기회 때문에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 알고 있다. 하지만 미술은 도시마다 공정하게 있기에 '부산 청년미술가'라는 타이틀은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청년뿐만 아니라 미술가를 사회에서 보는 시선이 좋지만은 않다. 청년작가들은 사실 지원금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 마련인데, 이는 국민의 세금이라 청년미술가로 활동하기 조금 눈치가 보이는 부분이 있다.

 

이후 작품계획은.

작업은 지금도 많이 하고 있다. 특히 가치라는 것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 인간은 무조건 삶을 살면서 계속해서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나 자신이 '무엇을 더 가치 있게 생각하는가'와 '어디에 중점을 두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대학 황정원 작가
▲우리 대학 황정원 작가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에 도전하는 황성원 작가는 이야기하는 도중에도, 새로운 작품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한시라도 식지 않는 열정이야말로 작품을 가장 빛나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황 작가는 "사실 예술가 중에는 수다쟁이가 많다"며 "서로의 작품을 이야기하거나, 주위 작가로부터 인정을 받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조민서 기자
1950413@donga.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부산광역시 사하구 낙동대로550번길 37 (하단동) 동아대학교 교수회관 지하 1층
  • 대표전화 : 051)200-6230~1
  • 팩스 : 051)200-62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영성
  • 명칭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제호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0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이해우
  • 편집인 : 권영성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