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율배반(二律背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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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서현 기자
  • 승인 2021.09.0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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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현 편집국장
박서현 편집국장

지난 6월 24일, 홍콩 언론의 자유는 죽었다. 홍콩 국가보안법에 따라 빈과일보(蘋果日報)가 폐간했기 때문이다. 창간 후 꾸준히 중국 정부를 비판하며 홍콩의 민주화를 지지했던 언론매체의 폐간은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 줌과 동시에 언론 탄압은 곧 민주주의의 탄압이라는 교훈을 남겼다.


하지만 이러한 언론 탄압은 이제 남 일이 아닌 듯하다. 최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하 언론중재법)'이 여당 단독으로 처리되면서 이내 국회 본회의 상정이 결정됐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에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개정안 내용 일부는 모호하며 주관적 해석이 가능해 언론의 주 임무인 '권력 감시'를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만연하다. 언론중재법 제30조의2(허위·조작보도에 대한 특칙) 제1항에는 '법원은 언론 등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따라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또는 그 밖의 정신적 고통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라고 명시돼 있다. 

앞서 언급한 항목의 표현 중 '허위·조작 보도'의 허위와 조작은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법원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이를 판단할 수 있냐는 목소리가 크다. 외려 정치권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또한,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의 경우 명예훼손 같은 민·형사상 처벌이나 배상으로도 이미 충분히 책임을 물을 수 있어 '피해의 최대 5배'는 헌법에 규정된 '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언론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사회는 진보할 수 없다고 말하며 출판의 자유는 정부의 타락이나 전횡(專橫)을 막아 주는 중요한 장치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당한 권리 없이 타인에게 손해나 손실을 유발한다면 도덕적 보복과 제재까지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짜뉴스는 온라인을 통해 빠르고 쉽게 전파되며, 심지어는 신문과 뉴스보다 유튜브를 더 신뢰한다는 이들도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가짜뉴스에 관한 논의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논의의 쟁점은 언론에 제한을 둘 것이 아니라,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실질적인 피해구제 방안에 초점을 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법안은 피해자 구제가 아닌 사실상 기득권을 위한 장치에 불과한 *이율배반적인 법안으로 전락할 것이다.

 

* 이율배반(Antinomy):동등한 근거에 의해서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모순된 두 명제 사이의 관계를 말한다

박서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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