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사각│ 낙숫물이 댓돌 뚫는다
│사각사각│ 낙숫물이 댓돌 뚫는다
  • 박혜정 기자
  • 승인 2021.09.06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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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는 오늘도 사각(死角)과 여러 각도(角塗)를 
조명하며 사각사각 연필 소리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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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 기자
박혜정 기자

처음 학보 기자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 언젠가 청소노동자에 대해 조명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청소노동자 기획서가 통과되고, 기사를 맡게 되자 덜컥 겁이 났다. 인턴에서 정기자라는 직급을 단 지 불과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초보 기자가 청소노동자의 현실을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섣부른 기자의 판단이 잘못된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지 걱정됐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청소한다는 이유로 엘리베이터 하나 편하게 타지 못했다. 쓰레기통을 들고 가는 청소노동자에게 학생들은 냄새가 난다며 눈살을 찌푸렸고, 관계자는 그들에게 교수나 학교 직원에게 인사도 하지 말고 그저 유령처럼 다니라고 강요했다. 단지 청소노동자라는 직업을 가졌다는 이유였다.


사실 이런 대학 내 구성원들의 차별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실제 청소노동자를 통해 들은 이야기는 기자의 마음을 한층 더 무겁게 했다.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견디기 힘든 갑질은 기본이  었고, 심지어 가족 같은 동료의 일자리를 놓고 노조 탈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꿋꿋이 버티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청소는 단순노동이에요"라는 한 인터뷰이의 말이 기억난다. 물론 이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청소노동자를 향한 갑질과 차별적인 시선을 받다 보면 결코 육체적인 노동만 필요하진 않다. 감정적으로 그 갑질을 아무렇지 않게,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정신력도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거 기사 나가면 뭐 좀 바뀔 수 있을까요" 일일 청소노동자가 된 기자에게 우리 대학 청소 노동자 A씨가 한 말이다. 물론 이 기사 하나가 얼마나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을지 기자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낙숫물이 댓돌 뚫는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작은 힘이라도 끈기있게 계속하면 큰일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우리도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다보면 분명 작은 것이라도 바뀌지 않을까. 오늘도 기자는 그렇게 믿으며 이번 기사가 앞으로 이들의 등대가 되길 바라본다.

박혜정 기자
2108519@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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