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를 쓰지 않는 너에게
종이를 쓰지 않는 너에게
  • 제서현 기자
  • 승인 2021.09.06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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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는 105년에 태어난 종이라고 해. 근데 요즘 난 점점 잊히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서글퍼."

 

<일러스트레이션=이지원 기자>

백지장은 맞들면 무겁다

지난해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전국 433개 대학을 대상으로 10년간 대학도서관 변화를 분석한 '2020년 대학도서관 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도서관 평균 전자자료 구입비 비율이 2011년 49%에서 2020년 69%까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학생 1인당 상용 DB 이용 건수 역시 2011년 130.8건에 비해 2020년 253.7건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우리 대학교도 많은 수업에서 교재 대신 PDF 파일을 선택하고 있다. 우리 대학 이은순(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고전 이론의 경우 잘 정리된 책이 많지만 최근 이론들과 동향들은 정리된 책을 찾기 힘들어 대부분 직접 소스를 정리한 전자자료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라며 "아무래도 종이 매체 특성상 빠른 변화를 따라잡기 힘들고, 즉석 편집이 안 되는 부분이 단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렇게 전자자료 이용이 증가하자 복사 비용과 휴대성을 고려해 태블릿 PC와 같은 전자 매체로 학습하는 학생들이 늘었다. 우리 대학 김세진(경영학 2) 학생은 "특히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실기 과목의 경우 캡처와 필기가 함께 필요한 부분이 많아 주위 학우들 역시 태블릿 PC를 많이 사용한다"며 "전자 매체는 종이보다 효율성이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같은 1페이지여도 다르다

비단 학교 내에서만 전자 매체가 종이를 대신하고 있는 건 아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한국미디어패널 조사 결과' 속 매체별 평균 사용시간을 살펴보면 종이 매체 사용시간은 23분으로 그마저도 2019년도 결과인 29분에서 6분가량 줄었다. 


종이 매체 사용이 줄어들면서 이른바 '페이퍼리스(paperless)' 생활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펜 메모 덕후의 아날로그 집중력 도구』(드림공작소, 2020) 의 저자 황다니엘 씨는 페이퍼리스 생활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는 "장애인직업능력평가사 직무를 6년간 했는데, 직장 환경상 여러 장의 상담지와 결과지가 나왔다. 많은 양의 종이 차트가 쌓여가자 차트를 찾는 수고로움을 덜고 쾌적한 환경을 얻기 위해 페이퍼리스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구글 캘린더로 공적 업무를 관리하는 등 종이 없는 삶을 늘려갔다"고 당시 생활을 설명했다.


그는 "페이퍼리스를 유지하다 완전히 종이를 쓰지 않는 디지털 생활을 시도했는데, 의외로 전자기기는 활동하는데 제약이 있어 불편했다. 그러나 종이는 떨어뜨려도 부서질 염려가 없고 실수로 지면을 눌러도 한창 하던 메모가 사라질 걱정이 없어 내 앞에 앉아있는 상담자와의 현실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재형(교육대학원 독서교육 전공) 교수는 "전자 매체가 주는 각종 시각, 청각적 자극과 정보는 다양한 자원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고 지속적이고 꾸준한 사고에 이르지 못하도록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전자 매체는 다양한 정보를 비교적 빠르게 처리할 수 있으며, 비선형적 읽기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이런 특성이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 건너뛰거나, 이리저리 살피거나 빠르게 훑어보는 읽기 행위를 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비해 종이 매체는 비교적 긴 호흡으로 충분한 사유와 성찰을 가능하도록 할 수 있으며, 전자 매체와는 다른 층위에서의 비판적, 창의적, 숙의적 사고를 추동하는 힘이 있다"고 전했다.

 

잊힐 위기 처했지만 그럼에도 …

부민캠퍼스 내 유인복사실을 관리 중인 고경민 씨는 "대학원생들이 교재 절단을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 스캔을 떠서 전자 매체를 통해 학습하기 위함이라 짐작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외에도 종이를 복사해서 이용하던 옛날과 달리 요즘은 무엇이든 전자문서화된 것 같다"며 "전자 문서를 출력해 제출하는 용도로만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 역시 점차 줄어드는 종이 매체 사용을 드러내는 부분이라 생각한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그는 "그래도 아직은 학생들에게 종이가 필요하다 생각하기에 계속해서 복사실을 지킬 생각"이라고 답했다.


한편, 학내에서 복사실 이외에도 종이를 고수하는 곳이 또 있다. 바로 본지와 같은 신문사들이다. 종이신문 이용률은 점점 떨어지고 있고 '뉴욕타임스'부터   '한국경제'까지 많은 신문 매체가 디지털화를 시작했다. 이는 아직 지면 발행을 고수하는 신문사들이 직면한 문제다. 종합일간지에 근무하는 A 기자는 "계속해서 떨어지는 신문 구독률과 달리 포털과 모바일을 통한 뉴스 소비는 계속 늘어나 전체를 결합했을 때 열독률은 올라간다. 이에 변화한 매체환경에 맞춰 우리 회사 역시 디지털과 지면을 병행하되, 디지털 중심으로 바꿔 가는 중"이라 밝혔다.


또한, A 기자는 "종이 지면은 나름의 큐레이션(선별)이 이뤄진 정보의 총체다. 지면 편집 역시 언론사가 생각하기에 더 중요한 뉴스를 크게 보도하고 제목과 사진, 글을 종합해 정보를 판단할 수 있게 한다"며 "소셜미디어나 포털 환경은 원하는 뉴스만 취사선택이 가능해 '필터 버블(Filter Bubble)' 효과가 우려되는 반면, △정치 △사회 △국제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영역들의 정보를 내가 원하지 않아도 만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이러한 종이 지면의 장점들을 온라인 플랫폼에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부경대신문 편집국장 최희수(신문방송학 3) 씨는 "현재 부경대신문은 지면 신문으로, 월간지 형태로 발행 중"이라며 "신문은 정보 전달의 목적도 있지만, 기록의 목적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디지털화된 문서는 쉽게 변형되나 지면은 수정이 불가능하다"며 지면 신문을 고수하는 이유를 전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갓 인쇄된 신문의 따끈함, 지면 구성을 고민하고 창의적으로 시도해보는 일  모두 좋아한다. 그러나 신문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늘어나고 있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구독자로 인해 종이 신문의 소멸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학우들 또한 종이 신문밖에 없어 아쉽다는 의견이 많다"고 밝혔다.


제서현 기자
1809402@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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