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도 길어 보인다면?
이 기사도 길어 보인다면?
  • 제서현 기자
  • 승인 2021.09.06 14: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종이를 쓰지 않는 너에게 2021.09.06

 

긴 역사를 자랑하는 종이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인에게 뒷전인 것은 비단 종이뿐만이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 책 심지어는 리뷰까지도 요약본이 등장하면서 원전(原典)의 선호도 낮아지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너무 긴데 세 줄로 요약 바람"이라는 댓글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빠르고 쉽게 가길 원하는 현대인들에겐 영화도 종이책도 모두 쉽지 않다. 

<일러스트레이션=이지원 기자>

 

짧아야 팔린다!

디지털 마케팅 기업 메조미디어가 지난해 게시한 '2020 숏폼 콘텐츠 트렌드'에 따르면 현대 미디어 시장은 영상을 클립으로 보는 모바일 시장 성숙기라 한다. 이에 틱톡, 유튜브 쇼츠 등 SNS형 숏폼 콘텐츠가 등장하는 것을 넘어 광고, 방송, OTT에서도 콘텐츠를 숏폼화하고 있다. 해당 기업에서 2019년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연령별 영상 선호 길이 또한 짧아져 20대와 10대는 15분 남짓의 영상을 제일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대학교 정규식(한국어문학) 교수는 "기술이 발전하며 이동하면서도 매체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읽기보다는 보기에 가까운 사고 과정으로 전환됐다"며 "우리가 간판을 순간적으로 보고 내용을 알아채는 것 같이 사람들이 단번에 콘텐츠를 인지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바뀌는 '간판화 현상'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은순(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도 "디지털 세계는 기존의 미디어와 달리   관심을 끌고 흥미를 유발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따라서 핵심은 처음에 두고 짧게 말해야 한다. 이는 매체 경쟁, 콘텐츠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 속 당연한 결과"라며 "수용자 입장에서도 쏟아지는 정보를 서핑하며 나에게 조금이라도 더 흥미를 주고 핵심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걸 찾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머리 콘텐츠(summary contents) 역시 디지털 세대의 큰 인기를 얻어 지금은 흔하게 볼 수 있다. 서머리 콘텐츠란 도서, 영화, 드라마 등 대중문화 콘텐츠를 요약해 재가공한 콘텐츠를 말한다. 유튜브, 팟빵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서머리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다.


정규식 교수는 "현재 IT 매체들에서 소비되는 짧은 콘텐츠들은 원천자료를 가공해 제2·3의 콘텐츠로 제작한 파생자료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질 기회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실제로 많은 이들이 바쁘고 귀찮다는 이유로 원천자료를 직접 접하는 비율이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파생자료와 원천자료의 가치를 별개로 부여하고 양쪽 모두를 충분히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우리 대학 백미성(산업디자인 3) 학생은 "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를 10분이나 길어야 2-3시간으로 요약한 영상을 찾아보는 것을 더 즐기는 편"이라며 "처음에는 요약본을 통해 정보를 습득한 후 본 내용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대부분 결말을 다 알고 나니 흥미가 떨어져 보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바쁜 현대 사회에 원하는 정보를 이동시간 혹은 자투리 시간에 빠르고 짧게 즐길 수 있어 효율적이지만, 원작자의 의도와 맥락은 지워지고 자극적인 내용만 전달된다는 것에는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답했다.


이재형(교육대학원 독서교육 전공) 교수는 "누군가가 짧게 요약하거나 편집했다는 것은 이미 그 과정에 편집자의 시선이 개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스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직접 요약하기를 수행하는 행위 자체가 대단히 중요한 사고활동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종이 소멸이 가져온 나비효과

하승태(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종이 매체의 소멸과 요약적 메시지의 유행은 상당 부분 연결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간은 인지적 구두쇠이다. 신문, 책과 같은 종이 매체의 형식과 달리 디지털 환경에서는 여러 정보의 축약이 기술적으로 쉽게 구현되고 전달된다"며 "길고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종이 매체의 정보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상당 부분 요약적이고 자극적인 정보 전달로 대체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짧고 피상적인 정보만을 통해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겉으로 드러난 정보만으로 판단한다면 잘못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하 교수는 "결국 디지털 매체가 가지고 있는 편리성에 경도되지 않고 디지털이 제공하는 무한한 정보 추구의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사용자의 몫"이라 충고했다.


이은순 교수 역시 "사람들의 인지 능력은 고급 정보를 자신이 실제 처리하거나 발전시키며 길러지기 때문에 계속해서 짧은 콘텐츠가 유행한다면 주의집중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란 생각을 밝혔다. 바쁘게 돌아가는 디지털 시대에 현대인들이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습득 가능한 방법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러한 짧은 콘텐츠들은 결국 인간 스스로 인지하는 능력을 짧게 만들 우려가 있음을 주의하고 현명한 태도를 갖출 것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제서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부산광역시 사하구 낙동대로550번길 37 (하단동) 동아대학교 교수회관 지하 1층
  • 대표전화 : 051)200-6230~1
  • 팩스 : 051)200-62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영성
  • 명칭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제호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0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이해우
  • 편집인 : 권영성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