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공동취재단 기획⑤] 부산 청년 정책, 위기의 부산을 되살릴 수 있을까
[부산공동취재단 기획⑤] 부산 청년 정책, 위기의 부산을 되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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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0.0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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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정영림 기자
<일러스트레이션=정영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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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한 원룸에 자취 중인 대학생 A 씨는 다달이 나가는 월세에 부담을 느끼던 찰나 부산시 청년 월세 지원 사업을 알게 됐다. 이에 관심을 가졌지만, 신청하기 위해 내야 하는 서류는 한두 개가 아니었다. 과정 또한 복잡했다. 이에 지원을 해도 지원 기준에 부합할지 확신을 갖지 못한 A 씨는 결국 월세 지원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정책 알지 못해 이용하지도 못한 청년들
현재 부산은 일자리와 인프라 부족으로 지속적으로 청년이 유출돼 위기를 맞았다(본지 1169호 5면 참고). 부산의 고질적인 청년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부산시에서도 △일자리 △주거 △생활안정 △문화 △참여 등의 분야에서 많은 청년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이 실질적으로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의 목소리가 크다.


부산공동취재단은 지난달 20일부터 30일까지(본지 결과는 29일 기준) 부산 청년(18-34세)을 대상으로 부산시 청년 정책 여론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해당 설문조사에는 총 108명이 참여했으며, 이들 중 86.1%(92명)가 청년 정책을 이용해 본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13.9%(16명)만이 부산 청년 정책을 이용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62.5%(10명)는 해당 정책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청년들은 부산시 청년 정책을 이용하지 않은 이유로 '청년 정책에 대해 알지 못해 이용하지 못했다(62%)'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는 '청년 정책 지원대상이 아니라 판단하여 지원하지 못했다(22.8%)'와 '청년 정책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신청 절차가 복잡해 이용하지 않았다(10.9%)'가 뒤를 이었다.


 응답자들이 부산시 청년 정책 중 가장 시급하다 생각하는 분야는 일자리로 66.7%(72명)의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그러나 '부산시 2021년 청년정책 시행계획'에 따르면 청년 일자리 정책 사업은 전체 예정 사업 총 73개 중 21개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해당 계획안의 추진계획을 살펴보면 예산 편성 역시 전체 예산 825억 원 중 54.5%(약 450억 원)가 청년 일자리 정책에 편성돼 있었다.


부산시청 청년희망정책과 관계자는 "부산에서는 현재 다양한 청년 정책과 청년 일자리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청년들이 잘 몰라 이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부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송종환 위원장은 "부산시 입장에서는 목표를 달성한 일자리 정책이라 하더라도 청년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라면 청년들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하게 될 것"이라  분석했다.


한편 주거 분야의 대표 정책인 '청년 월세 지원 사업'은 부산시에 거주하는 만 18-34세 청년 중 소득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를 충족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다. 현재 부산에 거주 중인 박혜진(23) 씨는 "청년 월세 지원 사업 신청을 위해 신청 기관에 방문했으나 담당자가 부모님 자산을 조건 미달 이유로 판단해 기회가 없었다"며 "당시 부모님 지원 없이 독립해 생활하고 있었던 상황이라 신청 결과가 아쉬웠다"고 전했다. 


부산시의 올해 청년 정책 시행계획에 따르면 청년 월세 지원 사업은 부산 청년의 주거생활 안정과 주거독립 지원으로 지역 정주 유도를 목표로 한다. 그러나 청년의 주거독립을 위한다는 사업의 의도와 달리 사업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부모의 소득 수준을 평가한다는 지적이 존재했다.


이에 관해 청년희망정책과 관계자는 "부모의 소득과 상관없이 혼자 독립해 살아가는 청년들도 힘들겠지만, 가구 소득이 낮아 본인 힘으로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청년 지원이 우선시돼야 한다"며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기엔 예산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부모의 소득을 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일러스트레이션=정영림 기자>

 


청년 정책 수립하려 노력하지만 '삐걱'
부산시는 지난해 △창작활동 63명 △아트마켓 및 공연제작 43팀 △인디문화 (공간 2개소, 34팀) 지원 달성과 △청년작당소 △청년마을놀이터 등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달 부산공동취재단 취재 당시, 이러한 정책 성과에 비해 청년들은 부산의 문화 인프라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외려 부산을 떠나 수도권으로 이동한 청년들은 문화생활 반경이 넓어졌다는 반응이었다(본지 1169호 5면 참고). 


이에 청년희망정책과는 "부산의 경우 수도권과 비교했을 때 문화 인프라가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인지하고 계속해서 인프라를 구축해가는 중"이라며 "부산문화재단과의 협업을 통한 예술가 양성뿐만 아니라 청년 작당소 운영 등 청년 문화 생태계 기반을 조성하는 부분으로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시에서는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 꾸준히 참여 정책의 다양화를 모색 중이다. 그 일환으로 청년 참여 프로그램인 '부산청년정책네트워크(이하 부청넷)'에서는 참여자를 2019년도 116명에서 지난해 234명으로 확대했다. 부청넷은 대표적인 청년 참여 프로그램으로 청년의 시정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수요에 기반한 정책 디자인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 


청년희망정책과는 올해 부청넷 활동에 총 239명이 참여해 22개의 정책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드림옷장(17년도 제안, 18년도 시행) △부산청년플랫폼(17년도 제안, 18년도 시행) △청년행복박스(19년도 소확행 공모 대상 수상, 20년도 시행) △청년주거집중지역 환경개선(20년 시행) 등을 청년네트워크 정책화 사례로 소개했다. 더불어 그는 "올해도 △청년 마음건강 △도시철도 유휴공간 세미나룸 조성 △청년실태조사 △청년이 살고 싶은 주거공급과 같은 다양한 사업이 제안돼 정책화하려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부청넷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최수연(부경대 정치외교학 1) 씨는 "부청넷 활동을 통해 정책 제안 과정에 참여해보고 다른 청년들이 가진 다양한 문제들과 해결 정책 제안을 공유하며 다양한 생각을 나눌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며 "다만 전문가 자문 기간과 최종 정책 제안 기간이 급박하게 이뤄져 정책 제안 과정 중 조언을 충분히 받을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고 전했다.


이러한 개선 방안을 전달하자 부청넷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청년 사무국 관계자는 "청년센터가 올해 개소하며 산하에 청년 사무국이 개설돼 부청넷 지원을 담당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청년센터 개소식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부청넷 모집일과 발대식이 지연돼 전체 일정이 늦어진 것"이라며 "단발성 자문 과정에 그쳤던 이전 활동과 달리 올해는 정책 제안과 자문이 함께 이뤄질 수 있게 전문가들과 지속적인 공유를 거치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자 노력했다"고 답했다.


우리 대학 조용언(경영학) 교수는 "현재 청년네트워크는 초기단계"라며 "이를 활성화시켜 수요조사나 정책홍보용으로도 활용하면 좋을 것"이라 제안했다. 또한 그는 "청년네트워크와 부산시의 협치가 이뤄지도록 정책실행 발상을 바꿔야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시는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서면시장과 국제시장 등에 '청년몰 조성 사업'도 시행했다. 청년몰 조성 사업은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행된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 사업'를 거쳐 2016년부터 '청년상인 육성 및 특성화시장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본지 1149호 8면 참고).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공고한 '2021년도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 지원사업 공고'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청년몰 점포 당 최대 30억 원을 지원한다.


이러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 황운하 의원실에 따르면 2016-19년까지 부산 청년몰은 약 60% 이상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018년에 정부와 부산시가 약 15억 원을 투입한 국제시장 청년몰은 지원점포 14곳이 모두 폐업하며 1년 반 만에 철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관 전 청년몰 조성사업 단장은 "청년몰 조성 사업이 활성화되기엔 △청년 상인 역량 부족  △상인들 간 협업과 공동체 활동에서 생기는 마찰 △조성사업 종료 후 청년몰 관리 주체 모호 △주변 상권 고려한 위치 선정 등 여러 부문이 미흡한 상태"라며 "조성 이후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통해 역량 강화와 자생력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청년몰 조성 사업을 운영해나가고 있는 소상공인진흥공단 관계자는 "청년 상인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마케팅과 컨설팅 사업과의 연계를 추진 중에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국제시장 청년몰의 경우 조성사업 종료 후 이어진 활성화 사업에서 청년 상인들이 자진 폐업 의사를 밝혀와 사업을 이어갈 수 없었다. 현재는 국제시장 그 일대 전통시장 활성화나 청년상인 지원 등 다각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일러스트레이션=정영림 기자
<일러스트레이션=정영림 기자>

 


우선순위에 청년 정책 둬야해
앞서 언급한 본지 설문조사 결과 66.7%(72명)의 응답자가 청년 정책에 대한 청년들의 인지 정도가 낮다고 생각했다. 기혜진(경성대 호텔관광외식경영학 3) 씨는 "나를 포함한 대다수가 부산의 청년 정책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부산시에서도 청년 정책이 무엇인지 청년들에게 널리 알리고 등록 절차를 간소화해 다수의 청년에게 정책 이용 기회를 주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설문조사 결과, 청년들이 꼽은 현재 부산시 청년 정책 중 가장 개선이 필요한 부문은 홍보(66.7%)였다. 송종환 위원장은 "현재 부산시에서 홍보를 충분히 하고 있지만, 더 직접적인 홍보를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 수시로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청년 정책이라고 청년에게만 홍보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정책홍보가 SNS나 청년 공간에서 이뤄지는데 인구 밀집 지역에서 홍보하는 등 방법과 대상의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지는 지적에 청년희망정책과 관계자는 "추진 정책의 지원자를 모집하면 미달하는 경우는 없었다. 다만 몰라서 신청하지 못한다는 의견을 듣고 시에서도 홍보 부족을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더불어 그는 "청년들이 청년 지원 사업을 한 공간에서 보고 싶다거나 청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매체를 홍보 수단으로 사용해 달라고 한 적이 있다"며 "이를 듣고 청년정책플랫폼 고도화와 부산시 공식 SNS 채널에서 청년 정책 담당 페이지 분리를 진행하려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대학 권태정(도시계획공학) 교수는 "북항재개발이나 가덕신공항 등과 같은 개발 사업이나 엑스포 유치 사업에 대해서 한 번도 못 들어본 청년은 없을 것이다. 이는 부산시가 청년 정책보다 개발 사업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청년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개발 사업과 같은 빈도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권 교수는 "예산 확보를 위해 부산시 특성에 맞게 발굴한 정책이 아닌, 중앙정부 관련 정책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전국에 정형화되고 표준화된 정책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권 교수는 "현상 극복을 위해 지원해 주는 정책도 좋지만 근본적인 도시의 틀이나 이미지를 바꾸는 정책을 펼쳤을 때 청년 인구 유출이 해결될 수 있다"며 "당장 친기업적 정책을 펼쳐 부산에 기업을 유치한다 해도 이는 오늘날 청년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일지 의문이 든다. 부산이 청년들을 위해 여러 분야에서 다각도로 기반을 다지고, 청년들이 머물고 싶어 하는 도시가 된다면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길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학언론인네트워크 부산공동취재단
(동아대학보,부경대신문)
박서현·제서현·박혜정, 최희수·김예림·정유희·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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