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금 만나, '메타버스'에서
우리 지금 만나, '메타버스'에서
  • 조민서 기자
  • 승인 2021.10.05 16: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naevis 우리 ae, ae들을 불러 봐
이건 REAL WORLD 깨어났어"

 

위는 올해 발표한 그룹 에스파의 <Next level> 속 가사다. 여기서 말하는 ae(아이)는 바로 가상현실 속 나와 닮은 나의 또 다른 자아를 말한다. 그룹 에스파는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가상현실 속 아바타와 교감한다. 이 같은 컨셉은 모두 메타버스(Metaverse)를 발판으로 실현된다. 일상이 중단된 팬데믹(pandemic) 시대에 메타버스가 가상과 현실 간 거리를 좁혀나가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정영림 기자
<일러스트레이션=정영림 기자>

 

지금은 메타버스 시대

닌텐도사에 따르면 자사의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무려 1,941만 장이 판매됐다. 해당 게임은 선풍적인 인기를 끈 메타버스의 대표 주자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확대돼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메타버스가 MZ세대와 알파세대(2010년 이후 태어난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를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 대학교 곽지은(산업디자인학 3) 학생은 "최근 메타버스에 대해 알아가며 사용자 스스로 주체가 돼 공간을 만들어 나가고 정체성을 확립한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고 메타버스를 평가했다.


'메타버스(metaverse)의 현황과 향후 과제'(정준화, 2021) 논문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1992년 미국 소설가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소설 '스노우 크래시(Snow Crash)'에서 아바타가 활동하는 인터넷 기반의 가상 세계를 표현하는 용어로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해당 논문은 그 과정에서 가상·증강현실(VR·AR)과 같은 가상융합기술이 활용돼 '확장 가상 세계'로 언급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대학 옥수열(컴퓨터공학) 교수는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가상 또는 초월이라는 뜻의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라며 "명확한 정의나 개념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아직 미흡하나 디지털로 구현된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상호작용이나 그 결과에 대한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메타버스의 가장 큰 개념적 특성인 현실과 가상 간 상호작용을 위해 디지털화된 현실 세계의 정보를 활용하면 현실과 가상을 연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수성대 이대현(VR콘텐츠학) 교수는 "사실 메타버스는 과거에도 천리안이나 나우누리 같은 플랫폼으로 이미 존재했으나 VR과 여러 신기술들이 가시화됨에 따라 수면 위로 올랐다"며 "해당 플랫폼 등장 이후 20여 년이 지나며 인터넷 통신망의 발달과 와이파이(Wi-Fi)의 등장으로 전 세계가 연결되고 공간 제약 없이 인터넷을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해 지금의 메타버스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타인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소통하면서 자아를 발견하길 원한다"며 "이미 온라인 게임에서 이러한 양상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메타버스가 화두에 오른 이유에 대해 "이러한 인간의 사회적 욕구가 코로나19 장기화로 △관광 △교육 △공연 △전시 등 여러 방면에서 해소하지 못하게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유튜브와 줌의 한정적인 소통을 벗어나 실제 세계 속 경험과 소통을 동시에 진행해 조금 더 몰입감을 느낄 수 있는 메타버스가 주목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화상회의와 메타버스를 결합한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을 이용해 본 우리 대학 김미주(산업디자인학 2) 학생은 "줌이나 구글미트 같이 업무를 위해 주로 사용하는 플랫폼과 달리 게더타운은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재미를 즐길 수 있어 디자인과 같이 창의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유연한 팀 작업에서 용이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옥수열 교수는 메타버스의 특징을 크게 △실시간성(쌍방향 상호작용) △몰입도 △현실 반영 3가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용자는 아주 잠시라도 실시간이라는 느낌이 끊기면 현실과 가상을 구분해 버려 실시간성과 몰입도가 중요하다"며 "사용자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기술 등 다방면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대현 교수는 "최근 페이스북에서 판매 중인 VR 기계를 두고 '메타버스는 VR이다'라는 말이 많았다"며 "VR과 메타버스의 차이점 구분이 다소 어려워 많은 사람이 메타버스를 VR로 혼동하지만, VR은 메타버스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 중 하나일 뿐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기술들이 접목해야 비로소 몰입감 강한 메타버스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임종무·박정훈 학생이 제작한 제페토 내 부민캠퍼스 제공=임종무 학생
임종무·박정훈 학생이 제작한 제페토 내 부민캠퍼스 <제공=임종무 학생>

 

너도? 나도! 새로운 문화로 주목받는 메타버스

메타버스를 다각도로 활용하고 있는 또 다른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는 지난해 9월 AR아바타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서 가상 팬 사인회를 열기도 했다. AR 기능을 통해 블랙핑크 멤버의 아바타와 가상공간에서 만나는 기회를 가진 해당 팬 사인회는 이용자가 4,600만 명이 넘었고, 제페토 캐릭터를 활용한 <아이스크림>(블랙핑크, 2020) 댄스 퍼포먼스 뮤직비디오는 현재 유튜브에서 1억 2천만 뷰를 돌파했다.


이 외 다른 유명 아티스트들 역시 메타버스를 이용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래퍼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은 지난해 4월 유명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가상캐릭터를 활용해 콘서트를 열고 신곡을 공개했다. '메타버스 사례를 통해 알아보는 현실과 가상 세계의 진화'(김광집, 2021) 논문에서는 당시 공연 관련 수익이 2,000만 달러였으며 공연 당시  1,230만 명이 동시에 접속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파급력에 메타버스를 통한 유명 아티스트와 게임간의 협업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 또한 덧붙였다.


메타버스는 비단 예술계에서만 활용되는 게 아니다. '메타버스 플랫폼의 개인 데이터 생태계'(한국인터넷진흥원, 2021)에 따르면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유세 당시 게임을 활용해 화제가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게임 내부에서 아바타를 활용해 선거 운동을 진행했을 뿐만 아니라 게임 내에서 사용 가능한 선간판과 로고 티셔츠를 배포하고 사용자들과 소통하며 선거 유세를 펼쳤다. 이어 미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카인다퍼니(KindaFunny)의 그렉 밀러(Greg Miller)는 트위터에 그의 섬을 의미하는 이른바 '바이든 섬'까지 만들었다고 남겨 그의 지지자들이 찾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에 기업도 메타버스 활용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LG전자는 미국 카네기 멜론대와 함께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사내 수료식이 치러지는 카네기 멜론대 캠퍼스와 LG트윈타워를 가상공간에 조성했다. 디지털 아바타로 참여한 참석자들은 해당 공간에서 수료증을 받았다. DGB 대구은행은 지난달 게더타운을 이용해 메타버스 채용설명회를 선보였다. △모의 면접 △직무설명 △채용설명 등의 다양한 활동을 게더타운 공간 안에서 진행했다. 해당 설명회에 참석한 우리 대학 김태균(경제학 3) 학생은 "설명회에서 메타버스를 이용해봤는데 마치 게임하는 것 같아 신기했고 현실에서 못 느낀 공간제약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우리 대학 또한 재학생들의 재능기부로 제페토 내 캠퍼스를 구현해 눈길을 끌었다. 임종무(산업디자인학 4) 학생과 박정훈(산업디자인학 4) 학생은 "우리 대학 신입생들이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제페토 속 캠퍼스라이프를 즐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페토 내 캠퍼스를 구현하게 됐다"며 "가상의 캠퍼스라이프는 현실의 연장 선상으로 대체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이라 믿는다"고 답했다.


이에 우리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타지에서 오는 학생들도 가상 캠퍼스를 통해 우리의 교육 환경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으면 한다. 해당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지켜보고 홍보 효과가 유의미하면 예산을 확보해 학교 자체 제작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교육청 역시 메타버스에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MZ세대인 학생들은 성장 과정에서 여러 문화를 접하며 자랐기에 앞으로는 메타버스의 인공지능 기술이나 빅데이터가 전반적으로 활용될 것이다. 부산시교육청에서도 메타버스를 이용해 학생들이 미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교육 활용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단순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돼 능동적으로 메타버스 속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하고 제작하며 이게 더 나아가 교육 격차 해소로까지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대현 교수는 "메타버스 플랫폼은 △교육 △회의 △공연 및 행사 등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다"며 "현재 국내 제페토 기업은 사용자가 콘텐츠를 생산하고 판매하여 수익화할 수 있는 대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가 발전하기 위해선…

반면 이러한 메타버스를 향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했다. 우리 대학 김태준(토목공학 4) 학생은 "메타버스로 소통하며 무언가를 한다는 행위에는 의미가 있지만, 몰입감에서 현실과 비교하자면 아직까진 기술 발전이 많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코로나19가 끝나면 메타버스를 굳이 이용하지 않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우리 대학 김상진(경영정보학) 교수는 "비대면 시대가 거듭되며 메타버스를 통해 대중의 욕구를 실현하려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메타버스는 앞으로 전 산업으로 확장될 것이기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와 민간의 산업 생태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메타버스(metaverse)의 현황과 향후 과제' 논문에서도 역시 메타버스 확산은 법·제도 또는 윤리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사회·경제적 관계를 만들어서 이용자 보호와 인간성 보호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수많은 플랫폼 속에서도 경쟁과 협업이라는 조화를 통해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타버스가 흥행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콘텐츠 △미러월드의 발전 가능성 △SNS 기능 강화 △새로운 가상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의 주안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옥수열 교수는 "MZ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층이 디지털 세상과 친화력이 높은 점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자본의 흐름이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기술과 서비스로 접목되고 있어 메타버스가 주목받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옥 교수는 "현실에서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것들을 메타버스가 사회 관계망을 형성해 이뤄주기 때문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활용 가능한 것"이라며 "그렇기에 다양한 페르소나가 존재하는 메타버스 환경에서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신뢰성 확보는 큰 문제점이 된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향후 5G의 시대가 도래하고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지금의 초기모델과는 다른 좀 더 성숙한 메타버스가 지속한다면 새로운 문화의 한 종류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조민서 기자
1950413@donga.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부산광역시 사하구 낙동대로550번길 37 (하단동) 동아대학교 교수회관 지하 1층
  • 대표전화 : 051)200-6230~1
  • 팩스 : 051)200-62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영성
  • 명칭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제호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0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이해우
  • 편집인 : 권영성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