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을에 느끼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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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21.11.0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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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용(실용음악학) 교수

 

가을이 깊어간다. 각 계절을 대표하는 음악이 딱히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을은 왠지 분위기 있고 우수와 감상에 찬 음악이 어울릴 것만 같다. 10월은 이미 지났지만 10월이 지나가는 것이 끔찍이도 싫다 노래하는 배리 매닐로우의 <When October Goes>(1984)는 가을에 듣지 않을 수 없는 곡이다. 잔잔한 피아노 인트로로 시작하는 이 곡은 기타와 어우러지며 두 악기가 풍성한 화음으로 반주 이상의 역할을 하며 한 편의 예술 가곡과 같은 정취를 느끼게 한다. 배리 매닐로우는 선배 크루너들의 꽉 찬 발성이 아닌 가녀린듯한 크루닝 창법으로 중저음을 노래하고 공기반 소리반이 아니라 7할 이상이 공기인 호흡을 가득 머금은 가성으로 고음을 노래한다. 곡 중 가사처럼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하는 10월을 부산에서는 보기 어렵겠지만 이리저리 흐트러지는 눈처럼 차갑게 연주되는 피아노와 따뜻한 울림을 전해주는 기타의 바이브레이션, 그리고 배리 매닐로우의 슬픔을 머금은 듯한 목소리는 가을을 느끼기 충분하다. 


이제 필자의 본업인 재즈에 대해서 소개할 차례다. 가을 음악으로 빼놓을 수 없는 음악장르는 역시 재즈다. 재즈의 어떤 요소들이 가을을 더욱 가을답게 해주는 것일까?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브러시로 연주하는 드럼이다. 드럼은 록 음악에서 빠질 수 없는 악기로 리듬악기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쿵-딱-쿵쿵-딱 하는 강렬한 비트로 사람들을 춤추게 한다. 그런데 재즈에서는 좀처럼 이러한 비트감은 듣기 어렵고 스륵 스르륵하며 빗자루로 쓰는 듯한 소리가 많이 들린다. 실제로 재즈에서는 드럼 스틱뿐만 아니라 쇠나 나무로 된 빗자루(브러시)로 연주하는 관습이 있다. 브러시로 연주하는 드럼소리를 들어보면 드럼이 꼭 큰 소리만 내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검은 정장에 챙모자를 쓴 멋진 청년의 경쾌한 걸음걸이를 떠올리게 하는 브러시 소리는 재즈가 다른 장르의 음악과 차별되는 가장 큰 요소다. 


다음은 넉넉한 음색으로 우리 가슴을 울리는 콘트라베이스다. 이 악기는 원래 클래식에서 저음을 담당하는 악기로 많이 쓰였지만 재즈에서 점차 활용하기 시작하며 재즈에서 없으면 안되는 리듬악기로 자리 잡았다. 둠-둠바-둠 하며 풍성한 저음을   *피치카토로 연주하고 때로는 현을 때리는 기법으로 두둠-탁하는 소리를 내는데 이 소리가 굉장히 매력 있다. 현악기 중에 가장 큰 몸체를 지닌 콘트라베이스를 맨손으로 현과 함께 두드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커다란 몸체만큼 탄탄하게 받쳐주는 베이스의 울림은 밴드 전체를 안정감 있게 해준다.


재즈에서 리듬섹션을 맡고 있는 두 악기 다음으로 소개할 악기는 색소폰이다. 주로 사용되는 색소폰은 크기별로 소프라노, 알토, 테너, 바리톤이며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색소폰 소리는 바로 알토 색소폰이다. 황동으로 이루어진 몸체에 나무로 된 리드를 사용하기에 목관악기로 분류되는 색소폰은 폭넓은 바이브레이션을 만들 수 있다. 색소폰의 음색을 들으면 트로트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분명 색소폰은 재즈와 트로트 두 장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악기이며 음색 또한 유사하다. 색소폰만이 표현할 수 있는 섬세한 셈여림과 쇳소리라고 불리는 고음역대의 날카로운 음색은 색소폰을 재즈의 대표 악기로 만들었다. 구릿빛 악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풍성한 바이브레이션은 깊어가는 가을,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절로 생각나게 한다. 


마지막으로 가을을 온 몸으로 느끼게 해 줄 곡을 소개하겠다. 캐논 볼 애덜리가 연주한 <Autumn Leaves>(1958)이다. 11분에 가까운 짧지 않은 곡이지만 앞서 언급한 각 악기의 특징을 떠올리며 들어보면 금세 시간이 지나갈 것이다. 어쩌면 곧 다가올 겨울에 울려 퍼질 캐럴 때문에 가을을 느끼게 해 주는 재즈를 들을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낙엽이 다 떨어지기 전에 재즈와 함께 가을을 진하게 느껴보자. 


*피치카토: 현을 손가락으로 뜯어 연주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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