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사각│ 지구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당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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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서현 기자
  • 승인 2021.11.08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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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는 오늘도 사각(死角)과 여러 각도(角塗)를

조명하며 사각사각 연필 소리를 낸다. 

관련 기사: 환경을 위하는? 환경을 위해(危害)하는? '그린워싱'

 

제서현 기획취재부장
제서현 기획취재부장

취재를 시작하기 전 그린워싱을 소비자에 대한 기만 정도로만 생각했다. 인간이 사회적 가면을 가지고 있듯이 기업 역시 일종의 사회적 가면을 쓴 게 아닐까 단순히 생각했다. 취재를 진행하며 알게 된 사실은 그린워싱이 기업에 면죄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의 박상현 활동가는, 기업은 본인들의 구조적 문제와 책임 소재를 그린워싱을 통해 개인의 실천 문제로 넘기며, 이는 기업에 면죄부로 작용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계속해서 환경 전략을 추구하는 것 자체는 나쁜 일이 아니다. 그게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은 전략일지라도, 환경오염을 자행하는 100가지 중 1가지라도 줄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한 가지를 가지고 환경을 지키는 중이라 생각하며, 나머지 99가지 일을 덮으려고 한다면 그것은 분명 지적받고 비판받아 마땅하다. 


소비자가 플라스틱 1개를 버릴 때 기업은 그 플라스틱을 100개 이상 생산해 내는데, 소비자가 그 책임을 모두 감당할 순 없지 않은가. 이러한 기업의 행태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일종의 '*가스라이팅'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이 모든 것을 기업의 책임이라 단언할 수 있을까.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듯이, 어떻게 보면 기업 역시 이윤을 남기기 위해 단순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기자는 현재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근무 중인데, 이곳은 얼마 전부터 환경을 생각하자는 본사 방침으로 빨대를 없애는 대신 뚜껑에 음료를 바로 마실 수 있는 입구를 만들어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빨대는 여전히 소비되고 있다. 요청 시에 제공한다는 방침에 손님 대부분이 빨대를 요청한다.


기업들은 '그린'이라는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판매하고, 소비자는 그 이미지를 소비한다. 기업이 우리에게 본인들의 면죄부를 판매하듯, 우리는 지구에 면죄부를 구하고 있다. 충북대 송유진(소비자학) 교수는 "환경오염이 적고 친환경적인 주방세제가 있다면, 이는 상대적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현저히 줄인 친환경 제품일 뿐이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제품인 것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당신은 지금 그 이미지를 구매하며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에 빠져있지는 않는가. 지구에 좋은 사람으로 남으며 소비도 하고 싶은 당신, 기업과 소비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길 바란다. 

*가스라이팅: 타인의 심리를 조정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들어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


제서현 기자
1809402@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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