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위하는? 환경을 위해(危害)하는? '그린워싱'
환경을 위하는? 환경을 위해(危害)하는? '그린워싱'
  • 제서현 기자
  • 승인 2021.11.08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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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운동에 관심이 많은 A 씨는 최근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졌다는 의류 한 벌을 구매했다. 그는 환경을 생각한 합리적 소비였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만 하다. 이렇게 입지 않는 옷이 더 많은 A 씨의 옷장에 폴리에스터(polyester, 석유화학제품 중 하나)가 60% 함유된 제품이 추가됐다. 기업도 웃고 A 씨도 웃은 이 날의 소비, 지구 역시 웃고 있을까? 

 

 

<일러스트레이션=이지원 기자>

소비자는 친환경파, 기업은 친소비자파
전 세계적으로 천연자원의 사용을 줄이고 제품 및 서비스의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밝히는 '미닝 아웃'(meaning+out)이 등장하며 친환경 상품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미닝 아웃은 의미(meaning)와 커밍아웃(coming out)의 합성어로 자신의 취향과 정치적·사회적 신념 등을 소비행위에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충북대 송유진(소비자학) 교수는 "과거 산업과 경제발전 속에서 환경문제는 부산물에 그쳤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런던스모그 현상이나 사막화, 중금속 중독문제가 발생했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으로 환경문제가 인간에게 얼마나 위협적인지 깨닫게 됐다. 이런 흐름은 2000년 이후 친환경 열풍으로도 나타나 건강한 신체와 정신에 대한 소비자들의 열망이 친환경적 소비 생활과 연결됨을 보여 준다"고 전했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에서 지난 8월 발표한 '2021 MZ세대 친환경 실천 및 소비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만 15세 이상 40세 이하 남녀 600명 중 68.8%(412명)가 기업의 친환경 활동에 긍정적이라 답했다. 또한 74.3%(445명)가 향후 기업이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 친환경 전략 혹은 활동이 필수라 인식하고 있었으며 71%(426명)가 가격과 여타 조건이 같다면 친환경 활동 기업의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와 같은 현상에 인하대 이은희(소비자학) 교수는 "과거에도 환경친화적인 소비자들이 있었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가 공유되고 네트워크가 연결되며 소비자들의 연대가 가능해져 친환경 행동에 호응하는 소비자들이 더 늘어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환경에 갖는 관심이 높아지자 기업들도 친환경을 강조하는 그린 마케팅을 하기 시작했다. 화장품 회사들은 종이 패키지를 출시하고, 식품업계 프랜차이즈들은 플라스틱 빨대를 퇴출시키며, 페트병에 부착된 비닐 라벨 역시 없애는 추세다. 하지만 이러한 기업들의 친환경적 전략이 보여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과 서비스 등을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 환경주의, 즉 '그린워싱'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린워싱이란 환경을 뜻하는 Green과 불쾌한 사실을 숨기기 위한 눈가림을 뜻하는 Whitewashing의 합성어로 실제로는 환경보호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겉으로만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워 제품과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대학교 유지윤(정치외교학 4) 학생은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알고리즘을 통해 그린워싱을 알게 됐다"며 "중요한 환경문제를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같아 좋게 보이지 않는다. 정말 환경을 생각한다면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행하는 환경오염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친환경 상품? 오히려 예쁜 쓰레기

지난달 스타벅스는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음료 주문 시 다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 제공하는 '리유저블컵 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이는 스타벅스 50주년 기념과 더불어 일회용 제품 사용 절감을 장려하는 취지로 진행된 행사였다. 그러나 행사 진행 이후 리유저블컵의 그린워싱 논란이 화두에 올랐다.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프로필렌(PP) 소재로 만들어진 해당 다회용 컵은 20회가량의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텀블러 같은 용기와 비교해 진정한 다회용이라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리유저블 컵이 하나의 굿즈로서 소비돼 오히려 플라스틱 소비를 늘렸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러한 그린워싱 논란은 스타벅스만 겪은 것은 아니다. 아모레퍼시픽 계열사 이니스프리는 '안녕, 나는 종이병이야'라고 적힌 종이병 한정판을 출시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제품은 겉면만 종이로 제작되고 내용물이 담긴 본체는 플라스틱으로 밝혀져 소비자들의 반감을 샀다. 


이처럼 기업의 그린워싱 사례는 다양하다. 캐나다 친환경 컨설팅 기업 Terra Choice가 정리한 '그린워싱의 7가지 죄악'(2009)에 따르면 △상충효과 감추기 △증거 불충분 △모호한 주장 △관련성 없는 주장 △거짓말 △유해상품 정당화 △부적절한 인증라벨의 7가지 유형으로 그린워싱 사례가 분류 가능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박상현 활동가는 "그린워싱은 굉장히 광범위하기 때문에 그린워싱이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철강 산업 전문 업체 포스코 같은 경우 현재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을 표방하고 있지만 도시가스 배출량은 국내 1위다. 또한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에서 진행하는 '일회용품 안 쓰기 캠페인'이나 석유를 다루는 기업인 GS칼텍스의 '탈 플라스틱 운동'은 모두 관점에 따라 그린워싱의 한 종류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현재 스타벅스에서 근무 중인 직원 B 씨는 "이번 논란 속 리유저블컵의 경우 재사용하기 위해 나온 컵이지만 매장으로 그 컵을 가져와 커피를 받아가는 사람들은 손에 꼽는다"며 "행사 진행 당시 바로 컵을 버리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기업들은 회사 이익을 얻기 위한 행위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환경을 생각하는 인식이 확장된다면 MD 상품, 배달 포장 용기들의 수요가 없어질 것이고 기업들 역시 수익이 되지 않아 생산을 멈출 것"이라 전했다.


그린워싱이 발생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충북대 유현정(소비자학) 교수는 그 이유를 "기업은 궁극적으로 이윤 추구가 가장 중요한 존재다. 이에 기업들은 자사가 얼마나 친환경 경영을 하고 있는지 소비자에게 어필하려 하는데 그 과정에서 과장된 행위들이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러스트레이션=이지원 기자>

 

그린워싱, 막기 위해서는

그렇다면 관점에 따라 환경을 보호할 수도, 해칠 수도 있는 그린워싱은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이은희 교수는 "기업이 처음부터 그린워싱을 목표로 해서 활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의도와 달리 그린워싱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며 "따라서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친환경 마케팅이나 이벤트를 할 때 그린워싱의 소지가 있는가에 대한 점검을 심층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 충고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선 현재 환경부가 그린워싱을 방지하고자 제품 및 서비스의 환경성을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환경성적표지'를 실시하고 있으며, '친환경 위장 제품 관리 협의체'를 운영해 친환경 위장 제품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그린워싱에 대한 정확한 지침이나 소비자가 구분할 수 있는 표식이 정비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유지윤 학생은 "실제로 녹색인증 마크가 붙어있는 섬유유연제를 사서 사용한 적이 있는데 아토피가 있던 친언니가 간지러움을 호소해 해당 인증마크를 검색해보니 허위 마크였다. 허위 인증 제품인지도 모른 채 2개월가량을 사용한 것"이라며 "그 후로는 인증마크를 직접 검색해보거나 외국에서 인증받은 제품만 사용한다"고 전했다.


유현정 교수는 "정부에서 친환경인증제도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인증마크가 너무 많고, 소비자들도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어 이를 좀 더 실효성 있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그린워싱 사례가 적발될 시 처벌을 강화하거나 혹은 쓰리아웃제 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방안 중 하나"라고 제안했다.


또한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존재했다. 청년 비영리 단체 '통감'의 최예리 연구원은 "지난 6월 통감에서 '플_엑스 : Plastic X'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총 응답자 328명 중 81.1%(266명)가 환경문제에 관심을 보인 것에 반해 68.3%(224명)가 그린워싱의 개념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친환경적인 실천에 관심을 두는 소비자들은 점차 늘고 있지만, 그린워싱 개념의 인지도가 아직은 부족하고 기업과 소비자 사이 정보 불균형 문제가 존재하는 탓에 소비자들이 주체적으로 친환경적 실천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에게 그린워싱 개념을 설명해 주자 많은 소비자가 그린워싱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이처럼 많은 청년 소비자가 환경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친환경적 실천에 관심을 가지지만, 그린워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들의 주체성은 침해받을 것"이라 말했다.


우리 대학 박상환(경제학 1) 학생 역시 "소비자의 입장에서 소비자의 눈을 속이는 비도덕적인 이윤 창출보다는 차라리 드러내놓고 친환경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쪽이 나을 것 같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또한, 그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기업들 역시 다수 소비자가 환경보다 가성비 위주의 소비를 한다고 인지하기에 그린워싱이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소비자들이 먼저 친환경적 제품사용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앞장서서 친환경 소비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유진 교수는 "제품 소개 문구나 광고 등과 같이 소비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부분에서 오해의 여지가 있는 제품이나 그러한 표시에 대해 소비자들도 그린워싱 여부를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은 텀블러, 에코백처럼 무분별한 자원 소비를 막자는 차원에서 생산되고 판매되는 제품들에 대해서도 취지에 맞는 활용적 소비를 하고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참고문헌>
'제품에 표시된 녹색주장과 그린워싱 분석'
(차경욱·이은희·유현정, 2013)
'친환경 위장제품(그린워싱)의 현황과 과제'
(이정임·동그라미, 2016)

 

제서현 기자
1809402@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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