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빛 미래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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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23.05.0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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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박소현 인턴기자>

 

"내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남들에게 피해를 끼친 적도 없는데, 
사람들은 마음대로 추측하고 행동한다"

 

A 씨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향한 차별과 혐오를 담담하게 고백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받는다. 대한민국 역시 헌법 제11조 1항에 의거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투쟁을 통해 쟁취해야만 하는 권리로 여겨진다.

 

 

우리 사회에서 배제되는 성소수자

 

성소수자는 사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성적 지향 또는 성별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주로 이성애자, 시스젠더)과 구별되는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가진 사람, 또는 그런 집단을 의미한다. 


매년 5월 17일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로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가 정신질환 목록에서 동성애를 삭제한 것이 계기가 돼, 2000년대 초반 세계레즈비언게이협회 등 많은 성소수자 인권운동단체와 개인 활동가들이 캠페인을 벌이며 기념일을 공식화한 것이 그 시작이 됐다.


한국에서도 성소수자들을 위한 축제로 매년 △서울 △부산 △대구 등의 지역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그중 가장 크게 열리는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비롯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어우러져 즐기는 장을 만드는 것'이라는 비전 아래 매년 여름 서울에서 개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과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는 성소수자에게 차갑기만 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21년 발표한 '트랜스젠더 혐오 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동안, 귀하는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588명 중 65.3%(384명)이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같은 기간 SNS를 포함한 △인터넷(97.1%) △방송·언론(87.3%) △드라마, 영화 등 영상매체(76.1%)를 통해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 발언과 표현 등을 접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처음 발의한 차별금지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성적지향성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등을 이유로 고용, 교육기관의 교육 및 직업훈련 등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이 발의된 지 17년이 지났지만, 차별금지법에 대한 찬반 논쟁이 끊임없이 불거지며 여전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모두의 대학이지만 '나'는 없다

 

사회에서도 혐오와 차별에 맞서 싸워야 하는 성소수자들. 그렇다면 일명 작은 사회라 지칭하는 대학 내 성소수자들은 한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국가인원위원회, 2021)에 따르면 대학교·대학원을 다닌 경험이 있는 연구참여자 469명에게 교수·강사의 성소수자 비하 발언이나 행동을 접한 경험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469명 중 42.4%(199명)가 '교수 또는 강사가 수업 중에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고 응답했고, 이어 24.7%(116명)가 '교수 또는 강사가 수업 외의 시간에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고, 22.8%(107명)가 '교수 또는 강사가 수업 중에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표현이 담긴 수업자료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성소수자 인권 활동 단체 '다움'에서 2021년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청년 성소수자(최근 10년간 한국에서 거주한 만 19-34세 이하) 3,911명을 대상으로 최근 1년간 한국 성소수자 청년 10명 중 3명은 차별을 경험한 것 33.6%(1,313명)으로 드러났다. 이를 공간별로 살펴보면, △대학(원)(12.7%) △직장(12.1%) △화장실ㆍ탈의실ㆍ사우나(11.9%) 등 순으로 높았다.


앞선 두 건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학에 다니는 성소수자들은 혐오와 차별에 노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 대학 내 성소수자들은 어떨까. 이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일러스트레이션=박소현 인턴기자>


#1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내가 혐오와 폭력 속에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경남 소재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B(생명공학과) 씨는 양성애자로 성별과 관계없이 상대에게 연애의 감정을 느끼는 성소수자다. 그는 "왜 누군가와 사랑을 하는 것이 혐오와 놀림의 대상이 돼야 하는지의 의문은 평생 풀리지 않을 것 같다"며 울분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그는 "익명의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서는 성소수자를 향한 성적인 농담이나 아웃팅을 하겠다는 협박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깝게 지내던 동기들이 퀴어 매체를 접하고 구역질이나 혐오의 표현들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때, 가장 상처받는다"고 전했다.


B 씨는 "이제는 많이 들어서 익숙해졌지만, 굳은살이 생겼다고 해서 상처가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닌 것처럼 또 하나의 상처가 늘어갈 뿐이다"라며 씁쓸하게 현실을 말했다.

 

#2 "이제는 숨어 사는 학교의 괴인이고 싶지 않다"

 

또 다른 서울 소재의 대학에 재학 중인 성소수자 C 씨는 "동기들과 대화 중에 '게이같다' 혹은 '레즈냐'라는 말을 들었다. 동성애자를 지칭하는 어휘를 마치 욕설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의 경험을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교내 축제에서 연애 상대 매칭 부스에서 이성 간의 매칭만이 가능한 경우를 본 적이 있다. 마치 이분법적인 성별만이 연애 대상이 된 것 같아 스스로의 성적 지향성이 부정당하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3 "같은 학생인 것처럼 대하면 좋겠다"

 

우리 대학에 재학 중인 D 학생은 "주변 지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커밍아웃을 했다가 '자기를 좋아하는 거냐'며 더러운 존재 취급을 받은 적 있었단 말들을 전해 들었다. 그래서 대학에서 커밍아웃 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에타만 봐도 혐오 표현이 자유롭게 오가는 것을 보고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실제 대학 내 성소수자들이 살아가는 대학은 구성원들의 혐오로 얼룩져 있었다. 성소수자 인권 활동 단체 '다움'의 심기용 운영위원은 대학 내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대학 본부의 차별 사례 역시 다양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례로 대학 내 성소수자 학생과 지지자들을 징계하는 건이 있었다. 최근 총신대에서는 학내 성소수자 동아리 회원들을 색출해서 무기정학, 유기정학을 내린 사건도 있었고, 이에 따라 현재 징계처분 무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비슷하게 한동대와 장로화신학대학에서도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학생들을 색출하고 징계하는 사건이 벌어졌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부 대학 중에는 입학 시에 '반동성애 서약', 즉 동성애를 하지 않고 지지하지 않는다는 서약을 받아내는 것이 필수인 대학도 존재한다"고 언급하며 "이러한 일들은 교육부의 승인을 받아 대학에서 일어난 심각한 인권침해 사건이라는 점에서 최종 감독의 책임이 있는 정부 역시 이런 심각한 상황을 방치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대학 내 성소수자들은 대학 본부에서도 차별받고 있으며, 이는 다시 학내 구성원들의 혐오와 차별로도 이어진다. 지난해 10월, 인제대에서 성소수자 동아리 인준 과정에서 발생한 학내 구성원들의 혐오 논란이 있었다. 해당 논란은 인제대 성소수자 공동체 IQ(이하 IQ)의 중앙동아리 인준 심의를 진행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IQ가 에타에 대표자회의 혐오 발언 규탄 성명을 올리자 "동성애는 퇴행", "역겹다", "성소수자는 정신병"과 같은 혐오 발언의 댓글이 달렸다(본지 1180호 참고).


실제 대학 내 성소수자를 향한 구성원들의 부정적인 반응은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곽민지(정치외교학 2) 학생은 성소수자에 대해 "게이의 경우 여자인 나와 엮일 가능성이 전혀 없어서 괜찮지만 다른 성소수자들은 이해 못 하겠다"며 "특히 성을 바꾸고 싶어 하는 것은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학 내 성소수자의 인식에 대해 '교육의 부재'를 언급했다. 심 운영위원은 "성소수자의 삶과 인권 현황에 대해 교육할 수 있는 △대학 △교수 △강사 모두 심각하게 부족하다. 의료영역이나 심리상담의 경우, 성소수자에게 특화된 의료적 지식과 태도들이 한국에서도 구성돼 있지만, 이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보다 더 다양한 영역에서 성소수자 문제, 혹은 비규범적 성애 실천이나 성별 표현을 가진 이들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대학생들 인식과 태도'(김선영, 2020)에 따르면 "학생들이 성소수자를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은 매우 제한적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정보획득의 한계는 성소수자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형성시키고 이들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를 갖게 했다"고 밝혔다.


심 운영위원은 "(대학 내 성소수자들이) 우리가 받고 있는 차별과 감내하는 부정적 사회환경이 당연하다고 내면화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혼자가 아니다. 고립되지 않고, 청년 성소수자들이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한다"며 의견을 전했다.


끝으로 대학 내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이들은 모두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성소수자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모두 같은 사람"임을 언급했다. B 씨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냥 대학 혹은 사회엔 이런 성적 지향성을 가진 사람도 있구나 생각한다면 훨씬 살기 편할 것 같다"며 호소했다.

 

박혜정 기자, 이승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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