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 사극 따라 시청자도 변화하네
[문화기획] 사극 따라 시청자도 변화하네
  • 관리자
  • 승인 2010.04.2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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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보는 것을 넘어 참여하기까지

최종수정일 / 2008년 03월 09일

소위 말하는 황금시간대에 높은 시청률을 차지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사극.  사극이 인기를 끌며 시청자들에게 가깝게 다가올 때, 시청자도 그에 맞게 친숙히 다가가고 있다.
다양해진 사극 따라 시청자들에게도 불고 있는 사극열풍에 대해 알아보자.

이유진(국어국문학 2) 학생은 요즘 이산에 빠져있다. “밤 10시가 되기도 전에 텔레비전 앞에 저절로 앉게 되더라고요. 재미없다던 친구들도 재방송 한번 보더니 이제는 조금만 더 길게 해주지라며 말할 정도예요.”

지난해 9월 첫 방송을 시작한 MBC 드라마 <이산>. 정조의 업적과 사랑을 다룬 이 드라마는 많은 시청자들의 요청으로 현재 연장 방송을 결정하고 방영중이다.

SBS 드라마 <왕과 나>도 있다. 성종과 폐비윤씨의 이야기에서 주요 인물이 하차하고 새롭게 시작한 연산군 이야기. <이산>의 인기에 밀리긴 하지만 15%대의 꾸준한 시청률로 사랑받고 있다. 주말 저녁시간대에는 KBS 1TV <대왕세종>이 자리 잡는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세종대왕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로, 세종과 양녕대군 그리고 장영실 등 역사 속 인물이 차례로 등장해 그 업적과 인간의 고뇌를 그리며 인기를 얻고 있다.

일반적인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미니시리즈를 밀쳐내고 시청자의 시선을 집중시킨 사극. 시대별 다양한 볼거리, 새로운 느낌의 사극 등장, 그리고 그것들이 만들어낸 우리시대의 사극 열풍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고대부터 조선까지, 다양한 시대의 볼거리 풍부해

사극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주 시청층인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태왕사신기>, <쾌도 홍길동> 등 퓨전사극(Fusion:서로 다른 두 종류 이상의 것이 합해져 새로운 것이 됨)이 등장하여 젊은이들의 기호를 적당히 충족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도 문제, 고구려 역사 왜곡 문제 등 국민의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측면도 있다.

OSEN 사이트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사극 속 가장 자주 등장한 인물은 연산군, 시대는 조선시대다. 이처럼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이 많은 이유는 역사적으로 증거가 될 만한 자료들이 가장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MBC <이산>도 조선 후기 영조와 정조 시대의 이야기고, 종영된 드라마인 <불멸의 이순신>, <여인천하>, <용의눈물>, <대장금> 등의 사극이 모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비단 조선시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고구려를 건국한 부여의 <주몽>에서부터 고려의 건국과 후삼국을 통일한 <태조 왕건>의 이야기까지 각 시대별 주요 인물과 이야기들이 사극으로 만들어져 오고 있다. 고구려의 전성기를 담은 <태왕사신기>는 판타지와 화려한 CG로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했고 발해를 건국한 <대조영>의 이야기도 방송됐다.
왕 뿐만 아니라 <장보고>, <신돈>, <대장금> 등 그 시대의 특별한 인물의 이야기도 담아내 특정인물에 대한 정보와 재미를 더했다.

한편 몇 억 원을 투자한 드라마 세트장과 출연진의 복장이나 소품 등은 후에 인기를 끌어 관광 상품이 되기도 한다. 관광객을 끌어 모으기도 하며 동시에 고대 문화유산이나 역사를 알리는 두 가지 이익을 함께 얻는 셈이다.

새로운 장르 ‘퓨전사극’, 색다른 신선함

주인공의 파마머리와 빨간 선글라스, 사이키 조명이 돌아가는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는 기녀들. 이렇게 자유롭게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의상과 소품은 지난 1월 첫 방송을 시작한 KBS 2TV <쾌도 홍길동>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인기 있는 신세대 출연진의 신선한 이야기로 사극과 현대극을 합쳐놓은 퓨전사극임에 주목해야한다.

이 드라마는 얼마 전 사채 광고의 문제점을 풍자로 담아내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큰 인상을 남겼다. 커다란 깃발에 ‘이자가 정말 싸네’, ‘누구나 빌려드려요’라는 문구를 붙인 채 사당패가 노래를 불렀고, 누구나 따라 부르기 쉬운 ‘쾌지나 칭칭나네’를 ‘이자가 정말 싸네’라는 가사로 바꿔 부르는 장면이 나왔다. 이때 모여 있던 사람들의 반응을 주목해보자. “사당패가 유명해지니까 고리사채 선전까지 한다. 실망이다” 라는 대사를 한 것.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현재 유명 연예인들의 사채 광고 출연을 빗대어 지적한 것이다. 또 사당패를 따라 춤추며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의 모습은 최근 무분별한 사채광고에 노출되어 광고 문구를 노래처럼 부르고 다니는 아이들의 심각한 실태를 엿보게 했다.

배유진(국제법무학 2) 학생은 <쾌도 홍길동>에 대해 “신선하다. 그동안 알던 드라마와는 달라 계속 보게 된다”며 “전통사극과는 다르게 우리 세대의 이야기를 많이 담은 것 같다”고 퓨전사극에 열광하는 이유를 밝혔다.

퓨전사극의 인기요인은 역사 속 인물의 사랑이야기와 다양한 볼거리 등 독특한 캐릭터들이 불러일으키는 시청자들의 관심이다. 이에 덧붙여 20대의 젊은 배우들과, 역사를 재해석하고 허구성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다양한 연령층을 공략하는 것도 퓨전사극의 인기요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친 과장이 청소년을 비롯한 많은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드라마 패러디 UCC 등 ‘폐인’ 등장

사극이 인기를 끄는 것에 발맞춰 젊은이들 사이에 이를 패러디 하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주로 포털사이트 다음의 ‘텔레비존’이나 ‘디시인사이드’ 사이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학생들이 방학을 맞아 더욱 왕성하게 활동한 이곳은, 프로그램 게시판마다 드라마 캡처사진을 올리거나 명장면들을 모은 뮤직비디오가 쉴 새 없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5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난해 종영한 MBC 드라마 <주몽>의 게시판은 아직도 주인공들의 최근 근황과 더불어 명장면들을 이야기 하는 등 네티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종영한 <태왕사신기>는 군부대에서 ‘태왕제설기’로 패러디해 관심을 끌었고, 대학가 주변의 주거 지역에서 독특한 전단지<사진>로 웃음을 불러일으켰다. 인근 신라대학교 신입생 환영회에서는 역대 인기 있는 사극들을 모아 장기자랑을 하는 등 여러 분야에서 사극에 큰 관심을 내비쳤다. 또 싸이월드의 동영상 게시판에서 대학생 김종인(23세·동의대) 씨는 드라마 <황진이> 속에 오락프로 <무한도전> 출연진들의 얼굴을 합성해 패러디 동영상을 만들어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본방사수라는 말을 외치며 팬들끼리 모여 본방송을 직접 봤는지 문제를 내 풀기도 하고, 보지 못했을 경우 주말을 이용해 다시보기를 하는 등 방송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등 돌리고 있던 우리역사에 관심 가지게 돼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와 인기 있는 출연진의 등장으로 역사에 관심 밖이던 대학생들에게 사극은 친숙하게 다가오는 계기가 됐다. 앞서 말한 드라마를 패러디하거나 UCC를 만드는 등의 행동도 사극이 우리에게 가깝게 다가오면서 생겨난 새로운 문화현상이다.

사극이 다양해진 것에 대해 대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SBS 연개소문 제작팀이 불특정 대학생 250명을 대상으로 드라마를 통한 역사인식에 관련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역사드라마는 어느 정도의 픽션은 가미될 수 있지만 역사에 대해 알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대답했다. 하지만 올바른 지식으로 그것을 받아들여야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또 사극 열풍이 불고 있는 이유에 대해 24%의 학생이 ‘역사의 현대적 해석’으로 봤고, 14.5%의 학생은 ‘우리 역사를 바로 알게 하려는 양상’이라고 했다. <출처: SBS 연개소문 홈페이지>

사극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주인공들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장쾌한 비주얼로 보여준다. 또 건축이나 복식, 음식, 장신구 등을 통해 한국적인 색채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사극은 ‘그 나물에 그 밥’인 현대 멜로물에 비해 훨씬 신선하고 다양한 양념을 가미한 맛있는 비빔밥인 셈이다. 앞으로 사극열풍이 젊은 세대들에게 새로운 문화바람을 불러일으키길 기대해 본다.

김수정 기자
hakbosj@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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