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웹툰시장 속 어두운 그림자
화려한 웹툰시장 속 어두운 그림자
  • 박기표 기자
  • 승인 2023.11.06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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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윤예원 기자>

 

△<DP>(2021) △<지금 우리 학교는>(2022) △<무빙>(2023) △마스크걸(2023) 등 해당 작품들은 모두 웹툰이 원작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최근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가 늘어나며 웹툰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독자들의 선택을 받은 웹툰의 뒤에는 작가들이 있다.

웹툰 발상지, 대한민국


인터넷을 의미하는 Web과 만화를 뜻하는 Cartoon이 합쳐진 웹툰은 기존 출판물 만화와는 다른 디지털 제작 방식에 세로 스크롤로 이야기를 전한다. 이런 웹툰은 1998년과 2002년 사이 인터넷이 우리나라에 빠르게 보급되며 유행하기 시작했다. 


2002년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세계 최초의 웹툰 플랫폼 '만화속세상'이 출범하며, 뒤이어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작품들이 소개되면서 웹툰산업에 본격적인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2022년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웹툰 산업 규모는 2017년 3,799억 원에서 2021년 1조 5,660억 원으로 약 4배 이상 증가했다.


영산대 이보혜(웹툰학) 교수는 웹툰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게 된 이유로 "첫 번째, 여유시간에 휴대전화로 빠르게 볼 수 있는 '스낵컬처' 콘텐츠라는 점, 두 번째, 다른 미디어에 비해 큰 초기비용 없이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와 주제를 시각적 이미지를 곁들여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웹툰의 인기는 더 나아가 2차 창작물인 드라마와 영화로도 제작되기 시작했다. 2015년 완결한 웹툰 '무빙'은 최근 디즈니플러스에서 드라마로 소비되며 OTT 공개와 동시에 카카오페이지 월간 조회수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22년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웹툰 콘텐츠 산업의 수출액은 9,618만 달러(한화 약 1,300억 원)를 달성했다. 웹툰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연간 1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한 셈이다.


평소 웹툰을 자주 소비하는 우리 대학교 A(역사학 3) 학생은 "미디어화된 웹툰은 보다 큰 대중성을 갖고 더 많은 대상에게 노출되며 화제가 된다"며 "최근 한류가 크게 부각되는 시기와 맞물려서 웹툰 또한 큰 인기를 누리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일러스트레이션=윤예원 기자>

 

웹툰 작가들의 암울한 현실


국내를 뛰어넘어 해외까지 손 뻗은 웹툰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열기를 더하고 있지만, 이를 제작하는 웹툰 작가들의 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2022년 웹툰 작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작가들의 하루 평균 창작 시간은 10.5시간, 주 평균 창작 활동 일수는 5.8일로 근로기준법의 법정근로시간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훨씬 초과한다.


실제로 웹툰작가와 강사 일을 병행하는 벤티(필명) 씨는 웹툰작가는 오래 앉아 집중하며 일을 해야 하므로 웹툰작업을 '엉덩이로 그리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일반 직장인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출근한다고 하더라도 그 시간을 순수하게 집중해 일하는 것이 아니지만, 웹툰작가는 계속 높은 집중력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웹툰작가 B 씨는 웹툰작가로서 가장 힘든 점을 엄청난 노동량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작업 시간이 많고 하루에 10-12시간 일하는 날이 되게 많다"며 "연재하는 동안에 여행이나 휴가는 거의 없고 당연히 명절에도 쉬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웹툰작가들이 이러한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는 이유는 뭘까. B 씨는 독자들의 분량 압박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드라마도 어떤 회차는 45분, 1시간 20분이듯 웹툰 역시 컷 수가 정확하게 떨어지는 게 아니다"며 "웹툰은 아무래도 독자들의 댓글이 많이 달리다 보니 댓글에서 '이번 회차 분량 왜 이렇게 적냐', '*쿠키 쓰기 돈 아깝다' 이런 반응이 있으면 작가의 수익에 영향을 많이 준다. 그렇기에 작가들은 이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분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로 웹툰 업계에서 작가와 계약 때 요구하는 컷 수의 문제도 있다. 웹툰 업계에서는 일명 '풀 컬러 70컷의 시대'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한 회차당 채색까지 완료된 만화 70컷이 업계의 표준이라는 말이 있다. B 씨는 "지난 작품은 플랫폼과 계약할 때 80컷으로 계약했다"며 "90컷 100컷이 넘어가는 날도 많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웹툰작가들의 고강도 노동은 웹툰작가 업을 포기하기도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벤티 씨는 "(웹툰 작가는) 앉아 있는 시간이 굉장히 길어 건강관리가 어렵다"며 이어 "잘하고 키워주고 싶었던 작가들도 고강도 노동으로 각종 디스크가 생겨 지금까지 집에서 쉬고 있는 작가들이 주변에 굉장히 많다"고 전했다.


한편, 웹툰작가와 플랫폼 사이 불공정 계약 문제도 존재한다. '2022년 웹툰작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불공정 계약/행위를 경험한 작가의 비율은 58.9%로 전년(52.8%) 대비 6.1%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B 씨는 "작품을 오픈하기 전, 플랫폼과 계약이 파기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때 계약서에 '만약 작가의 의사로 계약이 파기될 경우 지금까지 개발한 작품의 저작권이 회사에 귀속된다'와 같이 저작권을 뺏어가는 유형의 계약 조건도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최소보장금액을 지급하는 회사가 많이 있는데 최소보장금액을 한 달에 100만 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요구하는 회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최소보장금액은 매출과 관계없이 회사가 최소 수익을 보장해주는 금액을 의미하며, '2022년 웹툰작가 실태조사'의 활동 분야별 최소보장금액을 살펴보면, 그림 분야의 평균 최소보장금액은 142.9만 원이다.


아밤(필명) 씨는 웹툰작가들의 경제적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웹툰작가는 한 작품이 끝나면 무직 상태가 되기 때문에 따로 수입이 없다"며 "차기작을 준비하며 타업종에서 일하기도 쉽지 않고 이런 (무직 상태) 기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나의 경우, 차기작이 플랫폼과의 심사에서 통과되지 않아 2년 동안 온전히 쉬는 날 없이 원고 쓰는 데 썼다"며 "이런 상태로 다른 일을 병행한다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무직 상태의 작가들을 지원하는 데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에 예술가들이 2020년 말부터 실업급여를 수급할 수 있도록 예술인 고용보험이 시행되었지만, 웹툰작가의 가입률은 11.4% 수준이다. 실제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한 웹툰작가 B 씨와 벤티 씨, 아밤 씨 모두 예술인 고용보험 가입 여부 질문에 '(보험이) 있는 줄 몰랐다', '최근에 알았다'와 같은 이유로 가입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작가와 플랫폼의 관계가 불균등할 경우, 고용보험에 대해 제안을 하기도 어렵고, 2년 동안 9개월의 보험료를 납부, 휴직 중 재취업의 노력 증빙의 요건도 프리랜서의 활동 범위에선 난해한 요건이라고 생각된다"며 꼬집었다. 


또 예술인 고용보험의 조건 중 직접 연재 조항이 있는데, 이러한 조건 역시 작가들이 해당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된다. 해당 조항은 보조작가(어시스턴트)를 고용해 함께 작업할 경우 고용주가 돼서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오히려 보조작가의 고용보험 부담까지 지게 된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불법 웹툰 사이트의 유통 문제로도 작가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22년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추정 웹툰 불법유통 시장 규모는 8,427억 원으로 전년도 5,488억 대비 53%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실제로 불법 사이트에 웹툰이 게재된 경험이 있는 벤티 씨는 "불법 웹툰 사이트를 10개 신고해서 잡았지만, 곧바로 20-30개가 더 생겼다"고 토로했다.


 우리 대학 곽기혁(미술학) 교수는 "저작권 보호 차원에서 웹툰은 옛날 만화나 음악에 비해 조금 미흡한 편이다"며 "불법 사이트 유통자들에 대한 처벌 강화와 저작권 보호가 더 촘촘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일러스트레이션=윤예원 기자>

 

건강한 웹툰 시장이 되려면


지난해 7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웹툰의 세계 진출을 위한 번역지원 확대와 장애 웹툰작가를 위한 교육 기회 확대 등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는 웹툰특화 1인 창조기업을 위한 지원사업으로 △작업실 지원 △공용장비 무상 이용 △전문가 특강을 펼치며 웹툰작가들을 돕고 있다. 


부산 역시 부산정보산업진흥원에서 웹툰 관련 사업으로 부산웹툰캠퍼스 운영 사업, 웹툰 창작 인프라 제공 및 창작 지원을 위한 부산글로벌웹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 지역 명소를 활용한 웹툰 제작·배포를 통해 부산 도시 이미지의 브랜딩에 중점을 둔 부산 브랜드 웹툰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지역 웹툰 작가가 중심이 돼 시민과 작가, 기업이 소통하는 웹툰 축제의 장인 '부산글로벌웹툰페스티벌(이하 부웹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렇듯 정부, 지자체의 지원이 점차 늘어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웹툰작가들에게 현실은 고되기만 하다. 웹툰작가 B 씨는 "직장인은 회사에서 보험료를 일정 부담해주고 4대 보험도 들어주지만, 작가의 경우 플랫폼과 계약할 때는 직원으로서 고용되는 것이 아니고 외주로 계약된다"며 "4대 보험은 물론 세금도 당연히 회사에서 내주는 게 없기에 이를 개선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난달 열린 부웹페에 참여한 웹툰작가 정규하 씨는 "(페스티벌에) 1회 때부터 참여하고 있지만, 축제 예산이 늘 한정적이라 웹툰에 대한 투자를 지자체에서 해주면 더 크고 의미 있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만화웹툰학회 김병수 이사는 "우리나라 웹툰이 세계시장에서 최고의 작품들을 만들어 내는 데는 작가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기에 작가들이 안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콘텐츠 산업 전반에 활성화의 시작"이라며 웹툰 산업에 대한 지원이 보다 늘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부산대 윤기헌(디자인학) 교수는 "껍데기 산업보다 부산시의 주요 사업은 이제 관광과 콘텐츠로 가야 한다"며 "약 200명의 작가가 세금을 내고 살고 있는 부산에 지원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기표 기자
 854526@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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