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서점이 사라지고 있다
대학가 서점이 사라지고 있다
  • 장소영
  • 승인 2010.04.2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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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08년 11월 14일

대학생 독서 부족, 대형서점 등장으로 경쟁력 잃어


부산 지역에서 오랜 전통을 자랑하던 대학가 서점들이 연이어 문을 닫았다. 학생들의 책 구매가 줄어들면서 생긴 운영상의 문제와 대형 서점 및 인터넷 서점과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한 것이 그 원인으로 보인다. 대학가에서 서점이 사라져가는 현실을 진단해보고 학생들의 반응을 알아보았다.

 

부산서점조합(조합장 김명규)의 집계에 따르면 98년 기준으로 600여개에 이르던 부산지역 내 서점 수가 지금은 254개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가 서점들도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15년 전부터 장전동 부산대 앞에서 운영된 <청하서림>이 지난달 14일 경영상의 이유로 최종 부도처리됐다. 또한 대연동 경성대, 부경대 앞에서 3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던 <면학도서>도 현재 ‘내부수리 중’이라는 안내가 붙어 있긴 하지만 이미 지난 9월 말 부도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포함해 부산에서는 올해에만 총 6개의 서점이 폐업을 했다고 부산서점조합 측은 밝혔다.

 

20만권의 서적을 보유하고 있었던 청하서림은 이미 채권단에 의해 압류조치를 받아 회생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학도서 또한 수 십 년 동안 경성대 주변에서 위치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남·수영구 일대의 최대 서점으로 발돋움 했으나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경성대에 다니는 배민지 학생은 “입학하고부터 계속 이용했던 서점이 갑자기 문을 닫아 놀랐다"며 "대학가 서점에는 대형서점에서는 쉽게 느끼지 못하는 정이 있어 자주 이용했는데 점점 사라져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진 : 우리대학교 앞의 <향학서점>은 경영난으로 인해 최근 주인이 바꼈다.

 

현재 우리대학 앞에는 <향학서점>과 <현대서점>이 있다. 이들 역시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향학서점은 최근 내부 공사를 통해 인테리어를 바꾸며 한층 새로워진 모습으로 학생들을 맞이하고 나섰다.

얼마 전 향학서점을 새로 인수했다는 박문자 씨는 “동아대 앞에서 20년 가까이 운영돼 온 향학서점이 최근 운영상의 문제로 없어지려 했던 것을 가까스로 내가 인수했다”며 “대학가에서 서점이 없어지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그는 또 “인터넷 서점 때문에 우리같은 서점들은 예전에 비해 운영이 많이 어렵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바로 근처에서 현대서점을 운영 중인 박판선 씨는 “꼭 책은 구입하지 않더라도 직접 서점에 와서 여러 책을 보는 것도 중요하다”며 “요즘 학생들이 책을 선정하는 수준 또한 예전에 비해 많이 낮아진 것 같다. 이는 학생들이 책을 많이 보지 않기 때문”이라며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실제로 요즘 대학생들은 책을 얼마나 읽을까. 지난 9월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이 실시한 ‘대학생 독서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1천388명 중 47.9%가 “한 달에 2권 이하를 읽는다”고 답했으며 심지어 10.2%는 “한 달에 한 권도 채 읽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처럼 요즘 대학생들의 독서율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점 주인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학교 앞 서점을 잘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우리대학의 이은지(관광경영학 2) 학생은 “학교 주변 서점은 인기도서와 문제집과 참고서 같은 종류가 대부분이라 좀 더 다양한 책을 구입할 때는 서면 등에 있는 대형서점을 이용하곤 한다”고 말했다. 오민지(화학공학 2) 학생 또한 “필요한 책이나 교재는 학내 서점을 이용한다. 그 이외의 책은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는데, 오프라인 서점 이용은 귀찮기도 하고 정가를 주고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학가 서점이 경쟁력을 잃은 원인에 대해 다른 대학 학생들의 얘기도 들어봤다. 부산대의 조현구 학생은 “대학가 서점에 있는 책은 대부분 학내 서점에도 있는 책이라 잘 이용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부산서점조합 측은 내년까지 수 십여 개의 중·소형 서점들이 폐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에는 부산 시내 중·고등학교와 대학 주변에는 학습지 위주의 서점이나 일부 대형서점만이 명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서점조합에서는 “전통 있는 서점들의 잇단 부도로 서점업계는 매우 침울한 상태”라며 “서점이 사라지면 결국 시민들의 삶도 척박해지는 만큼 정부나 부산시의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대형서점의 판매량은 어떨까. 교보문고 독서홍보팀 진영균 담당자는 “2006년 상반기 대비 2007년 상반기 판매량은 약 20% 상승했고 2007년 상반기에 비해 2008년 상반기에는 약 13.5% 판매량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 오프라인과 온라인 판매량을 비교하면 대략 60대 40 정도의 비율”이라고 전했다.

 

사진 : 대연동 경성대 부경대 앞 <동아서적>은 유동인구가 많아
사람들이 그냥 지나가다가도 들러 책을 사가곤 한다.

 

인터넷서점 활성화와 대형서점의 득세 속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대학가 서점들. 이들이 살아 남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규모나 도서보유 수에서는 대형서점을 따라 잡는 것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접근이 용이하다’는 것은 대학가 서점에 유리한 점이다. 이러한 장점을 발판 삼아 고객 유치를 위한 독특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자구책이 될 수 있다.

경성대 앞에서 <면학도서>는 문을 닫았지만 <동아서적>은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도 바로 위치의 이점 때문이다. 동아서적 관계자는 “위치 자체가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보니 그냥 들렀다가 책을 사가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규모는 컸지만 건물 2층에 자리잡고 있던 면학도서는 위치에서 경쟁력을 잃은 것이다.

책을 사려는 사람들이 주로 대형서점이나 인터넷서점을 이용하는 원인에는 가격할인을 비롯한 각종 혜택도 빼놓을 수 없다. 경성대의 문주영 학생은 “대형서점은 가격할인이나 구입가격의 일정부분을 포인트로 적립해 주는 등 여러 가지 혜택이 많다. 이처럼 학교 앞 서점도 고객을 끌 수 있는 색다른 마케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같은 대학가라도 2003년 부산대 앞에 개업한 북스 리브로(Books Libro)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소형 서점보다 몇 배는 큰 매장규모와 보유도서 수는 이미 경쟁을 논할 수가 없는 압승이다. 북스 리브로 부산대점 점장 정선호 씨는 “일반 소형서점에서는 책을 구입하는 데에 그치지만, 북스 리브로는 구입뿐 아니라 서점 안에 책 읽을 공간이 마련돼 있기 때문에 언제나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어 고객들의 이용이 잦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서점의 독자적인 강구방안 만으로는 현재의 상황을 변화시키는 데 무리가 있다. 학생들의 의식과 행동 변화도 상황을 변화시키는 데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들 역시 움직이는 미디어에 빠져 있는 문화에서 벗어나 활자를 접하는 안목을 길러야 할 것이다. 또한 책을 구입하지 않고 저작권을 무시한 채 무분별하게 복사·제본하는 것 또한 바로잡아 문화지성인으로서의 행동을 보여야 할 것이다.

윤성화 송자은 기자
동아대학보 제1066호 (2008.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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