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정일 / 2009년 03월 25일
지난 1월, 대한민국의 영화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 벌어졌다. 1억 원의 예산으로 완성된 독립영화 <워낭소리(Old Partner, 2008)>가 지난 1월 15일 6개의 개봉관에서 시작해 점차 상영관을 늘려 개봉 19일째인 2월 3일에 관객 10만 명, 37일째인 2월 19일에는 100만 명, 46일째인 3월 1일에는 200만 명을 돌파, 한국 독립영화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충렬 감독이 메가폰은 잡은 <워낭소리>는 워낭(부리는 소나 말의 턱 밑에 매어 놓는 방울)을 선두에 내세워 경북 봉화 산골의 노인 부부와 그들이 키우는 나이 먹은 일소의 마지막 몇 년간의 생활을 담았다.
또한 <워낭소리>는 상복도 많았다.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 PIFF메세나상 수상(다큐멘터리 부문 최우수상), 2008년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수상, 2009년 선댄스영화제 월드다큐멘터리 경쟁부문 진출, 제2회 한국독립PD상 특별상 수상, 2009년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 수상 등 선전을 하고 있다.
한편, <워낭소리>의 성공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홍대 앞 상상마당에서 열린 포럼 ‘독립영화, 어디로 가는가’에 참석한 독립영화 감독들은 <워낭소리>가 독립영화 인지도를 높였다고 전제하면서도 독립영화 전체의 발전이라고 보기에는 이례적인 케이스라는 데 입을 모았다. 이 포럼에서 <워낭소리>를 배급한 ‘인디스토리’의 곽용수 대표는 “250만 명 영화 한 편보다 10만∼20만 명 영화 10∼20편이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워낭소리>의 ‘흥행대박’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또 차우진 대중문화평론가는 한 인터뷰에서 “<워낭소리>는 현재 한국에서 느끼지 못하는 대리만족 현상으로, 농촌에 대한 집단적 노스탤지어 현상”이라며 “이미 감독의 작품의도를 떠나 과잉소비 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성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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