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트만 아는 우리들 이야기
메이트만 아는 우리들 이야기
  • 장소영
  • 승인 2010.05.03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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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09년 10월 08일


# 이 아무개 군은 오늘도 메신저에 접속한다. 같은 과 많은 선후배, 동기들이 접속해 있다. 하지만 접속한 친구들 가운데 그와 대화를 주고받는 이는 하나도 없다.

# 최근 고민이 생긴 김 아무개 군은 연락할 친구를 찾으려고 전화번호부를 뒤졌지만 선뜻 연락할 친구가 없었다. 전화번호부를 다시 한 번 확인했지만 고민을 함께 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더욱 마음이 답답해졌다.

# 최 아무개 양은 친구들 사이에서 즐겁게 웃고 있지만, 사실은 즐겁지 않다. 왠지 모르게 겉도는 느낌과 소외감을 떨칠 수 없다. 남들은 그녀가 인기가 많아 항상 친구들에 둘러싸여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그녀 자신은 진정한 친구가 없는 것 같다고 느낀다.

대학에 진학한 많은 학생들이 그저 수업을 같이 듣는다거나 통학을 같이 하는 등의 피상적인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피상적 인간관계를 넘어 진정한 메이트가 된 세 쌍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우리는 사제 과학자!


지난 6월 미국의 SCI급 학술지 '물리화학회지'에 논문 '황산화물 중심 원자에 반응하는 할로겐 원자와 아민의 친핵성 치환반응에 대한 이론적 연구'를 발표하고 또 다른 공통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성대동(화학) 교수와 김태준(화학 4) 학생을 만나봤다.

김태준 학생은 세계 최고의 과학자란 꿈을 품고 입학식 날 성대동 교수의 유기물리화학 실험실을 찾아 연구하고 싶다고 했단다. 성대동 교수는 기특하게 생각했지만 '한 두어 달 하다가 나가겠지'라고 생각했다. 연구의 결과가 금방 나오는 것도 아니고 노력한 만큼 성과도 나오지 않는 게 실험실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태준 학생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실험실에 나왔다. 심지어 군복무 중에도 매번 휴가 때면 실험실을 찾곤 했다. "태준이는 성실함과 배우려고 하는 의지 모두를 갖춘 학생"이라고 성대동 교수는 칭찬했다. 이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는 6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성대동 교수는 "실험을 하다보면 잘 나오지 않는 결과 때문에 태준이한테 화도 내곤 하는데 잘 참아줘서 고맙다"며 애틋한 마음도 내비쳤다.

김태준 학생이 바라보는 성대동 교수는 어떤 모습일까.김태준 학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열성을 다해 설명해 주시는 교수님"이라고 말하며 "연구실에 있는 수많은 책들이 교수님이 정말 노력파인 점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매일 실험실에서 밤새 연구만 할 것 같은 이들. 성대동 교수는 웃으며 "태준이를 비롯해서 실험실 학생들하고 노래도 부르러 간다"며 "설운도 노래는 다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업시간 빼고 교수와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는 응답이 50%에 육박했다. 단순히 지식을 주고받는 관계로 전락해버린 대학 내 사제관계. 이에 대해 성대동 교수는 "얼마 전 학교에서 평생지도교수제도를 만들었는데 학생들이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며 "내가 학생들을 찾아가야 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연구비는 없어도 학생들에게 피자, 맥주 사줄 돈은 있다. 학생들과 맥주 한잔하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준 학생도 "학생 입장에선 교수님을 찾아가는 게 어려울 수 있다"며 "교수님과 함께 생활하며 느꼈는데 교수님들은 언제나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교수님에게 다가감으로써 지금까지 몰랐던 자신에 대해 알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친친(친한친구)!


한국에 온 지 4년째 되는 일본인 유학생 소노다미와(국제관광학 4)에게는 둘도 없는 절친한 친구 박민진(국제관광학 3) 학생이 있다. 그녀들의 만남에서는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들은 만나자마자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여느 여학생들처럼 이성친구 이야기나 뒷담화를 즐긴다는 그녀들에게 첫만남은 부끄러워 지우고 싶은 기억이라고 했다. 창피하다며 말하기를 꺼려하다 결국 털어놓은 그녀들은 "2학년 영어 수업시간에 우리만 단어시험에 통과 못해 특별 지도를 같이 받던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친구로 지내고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다툰 적 없이 지내왔다는 그녀들에게 대학입학 후 인간관계가 힘들었던 적을 묻자 소노다미와는 자신을 친구가 아닌 외국인으로만 대했던 학생들을 떠올렸다. "외국인이라는 인식만 갖고 내게 다가온 친구들은 옆에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며 "친구와 만날 때는 그 사람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진정한 친구를 만나는 법"이라고 했다. 또한 박민진 학생은 "연락을 자주하고 매일 만난다고 해서 친한 친구는 아니다.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게 친구다"며 "소담(소노다미와)은 내게 외국인 친구가 아니다. 외국인이라는 수식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내게 그것은 중요치 않다"고 했다.

이들은 어떤 단어로 자신들의 사이를 정의했을까. 이들은 "우리는 그저 친구"라고 말하면서 "우리 사이를 다른 단어로 대신하면 무언가 거짓이 담긴 느낌이다. 그래서 친구라는 단어 그 자체가 우리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달 필리핀으로 유학을 떠나는 박민진 학생과 자주 만나지 못할 생각에 소노다미와는 아쉬워했지만 자신처럼 유학생이 되어 좋은 경험을 쌓기를 바란다면서 친구를 격려했다.

후에 헤어질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그 날을 굳이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소노다미와와, 좋은 친구 하나를 잃을 것만 같다는 박민진 학생. 하지만 "우리가 친구라는 사실은 변함없다"는 이 둘의 우정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친구라는 이름만큼 흔한 것도 없지만, 진솔한 친구만큼 진귀한 것도 없다'는 말이 있다. 일본 유학생과 부산 토박이의 우정은 외국인과 한국인의 만남이 아닌 마음이 통하는 친구 그 자체였다.

 

 

우리는 의형제!

선·후배 간 어려운 사이를 넘어 친형제 같은 사이가 된 메이트 노슬기(문예창작학 4), 이광수(문예창작학 3) 학생.
이광수 학생이 군복무 중 휴가를 나와서 우연한 술자리를 통해 만났을 때, 서로의 첫 인상은 썩 좋지 않았다. 노슬기 학생은 "광수는 표정이 딱딱해서 첫 인상이 별로였다. 하지만 점점 친해지면서 광수가 나에게 암묵적으로 첫인상의 편견은 잘못됐다는 것을 가르쳐 줬다"고 말했다.

대화가 잘 통해서 금방 친해진 두 사람은 성적관리나 스터디 계획에 대해 주로 이야기한다. 이광수 학생은 "남자들이라서 그런지 수다를 떨거나 많은 대화는 하지 않지만 멘토로서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두 학생은 만나서 술을 마실 때는 즐기면서 신나게 놀지만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학기에 두 학생 모두 장학금을 받았다.

지난 여름방학에는 친한 후배 한 명과 함께 셋이서 자전거여행을 떠났다. 이들은 부산에서 출발해서 강원도까지 고된 여행을 함께하면서 더욱 돈독해졌다. 노슬기 학생은 "동생들과 나는 서로를 부축해가며 힘든 여행을 무사히 마쳤다. 같이 여행을 한다는 것은 보통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당시의 추억을 떠올렸다. 노슬기 학생은 "대학내의 인간관계가 피상적이라는 말은 고정관념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고정관념을 가지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대학친구들과 벽을 쌓게 되는 것 같다"며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하고 소중한 존재이고 싶은 것은 당연한데 대학친구들을 만나면 상대방이 나를 피상적인 인간관계 중의 한 사람이라고 생각할까봐 안타깝다 "고 말했다. 또한 이광수 학생은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해서 더 돈독한 인간관계를 형성한다면 중·고등학교 친구들보다 대학친구들과 더 친해질 수도 있다"며 "대학은 자율적인 의지로 공부하고, 동아리 활동을 하는 등 열린 공간이다. 많은 활동들을 함께 하면서 더욱 능동적인 인간관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자신들을 의형제라고 표현한 이유에 대해 이광수 학생은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에서 결의하여 의형제를 맺은 것처럼 우리도 비록 피를 나누진 않았지만 서로를 각별히 생각하고 헤아리는 마음은 형제 못지않다고 생각한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김민수, 김아라, 박정은 기자
동아대학보 제1073호 (2009.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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