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돌아온 아름다운 초원
100년 만에 돌아온 아름다운 초원
  • 장소영
  • 승인 2010.05.1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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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년을 비움의 공간으로 남아 있었던 하야리아 부대가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일본인들이 경마를 즐기던 곳이 1950년 주한 미군 부산기지사령부가 주둔하면서 미군 군수기지로 사용되어 오다가 비로소 부산 시민들에게 공개된 하야리아 부대 부지. 지난 2일, 1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하야리아 부대에 다녀왔다.


 

■ 하야리아의 과거 - 일본과 미군에게만 허락된 공간


부산진구 범전동 64-3번지, 연지동 130번지 일대 약 534,000㎡에는 미군 하야리아 부대가 위치하고 있다. 전쟁과 관련한 여러 용도로 수없이 바뀌며 사용된 하야리아 부대는 미군 초대 사령관이 자기의 고향 지명을 따서 「베이스 하야리아」라 명명하면서 불리게 되었다. 하야리아(Hialeah)는 미국 플로리다 주에 있는 도시 이름이며 미국 원주민어로 '아름다운 초원'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정확한 명칭은 '주한미군 부산지지사령부'이다.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하야리아 부대는 처음에는 일본인들이 경마장으로 사용했다. 그러다 태평양 전쟁이 끝나갈 무렵에는 미얀마,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남방 각지에 젊은이들을 징용 보내기 위한 임시훈련소와 전쟁물자의 야적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사진 : 1934년의 부산경마구락부.

 


8.15 광복 후, 부산에 도착한 미 24군단 선발대는 당시의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지금의 부산근대역사관, 옛 미문화원), 부산부청사(옛 부산광역시청) 등을 숙소로 접수하여 사용하게 되었다. 일본군 수송부대가 주둔하고 있던 이곳에 미군이 진주하게 되었고, 한국전쟁 후에는 부산 인근지역의 미군을 통합 지휘하기 위하여 주한미군 부산기지사령부가 창설되었다. 1948년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주한미군 기지사령부가 해체되고, 주한미군 군사고문단이 설치되어 계속 사용되었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주한미군 부산기지사령부가 재차 설치되면서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전쟁물자를 적재·보급하는 보급창 역할은 물론 장성들의 작전회의도 이곳에서 자주 열렸다. 한국전쟁 이후 이곳에는 수십 개의 건물이 세워져 우리나라에 주둔하는 5만여 명의 미군이 사용할 군수물자 보급창고와 부산권 8개 미군들의 숙소로 건립되었다. 1950~60년대까지만 해도 미군 1만여 명이 북새통을 이루었다.


■ 하야리아의 현재 - 100년 만에 부산 시민의 품으로

하야리아 부대 부지가 지난 4월 24일부터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 미군으로부터 관리권을 이양받은 부산광역시는 오는 9월 30일까지 하야리아 터를 시민에 개방(오전 10시~오후 5시)한다.  

하야리아 부대에는 장교와 사병들이 생활했던 관사나 소방서, 학교, 사병클럽 등 다양한 건물이 남아 있다. 하지만 건물을 모두 개방하지 않고, 옛 마권판매소(사병클럽)와 사령부, 학교(체육관), 극장 건물만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건물이 오래되어 위험하기 때문에 모두 개방하지 않은 것이다. 부대 안에는 키가 큰 나무들이 곳곳에 있었다. 향나무와 벚나무, 플라타너스나무 등 많은 나무가 있었는데, 밑둥이 굵은 모습이 오랫동안 자랐음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부지전체 모양은 사각형이지만 아래 부분이 파여 전체적으로 강아지 모양을 닮았다.


 


사진 : 강아지 모양을 닮은 하야리아 부지의 위성 사진.

 



사진 : 하야리아 부대를 구경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 :내부는 개방되지 않은 사령부 부속건물의 모습.


 


사진 : 하야리아와 부산 역사에 대한 전시회를 관람하는 시민들의 모습.




부산시는 하야리아 부대 안에 2개 코스를 개방했다. 걸어서 60~90분가량 걸리는 코스로  주로 옛 경마트랙에 난 길을 따라 걷는 형식이다. 사병클럽은 무대가 중앙에 위치해 있어 이곳에서 사병들이 노래와 춤을 추며 시간을 보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할 수 있다. 미군들이 영화를 보던 극장에서는 지금 '하야리아 부대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제목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극장(전시장) 앞에는 사람들이 바닥에 분필로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써 놓기도 했다. 또 다른 방문객들은 화선지에 갖가지 바람을 적어 정문에 매달아 놓기도 했으며, 전시장 벽면 벽보판에 적어놓기도 했다. 소방서와 시설공방대, 헬기장, 독신자 숙소, 사령부 부속건물 등 다양한 건물들도 보였다. 부산시는 곳곳에 간이 화장실과 음수대를 설치하고, 자원봉사자를 배치해 방문객의 편의를 도왔다.

딸과 함께 온 이정훈(44)씨는 "들어와 보니 신기하다. 감격적이기도 하지만 100년이 지난 이제야 우리나라로 반환되었다는 사실에 씁쓸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관사 지붕이 높은 것을 본 한 방문객은 "미국 사람들이 키가 커서 그런지 지붕이 높은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전에 하야리아 부대에서 일했던 사람들도 찾아왔다. 50년간 이곳에서 청소를 했다는 한 할머니는 동네 사람들과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안내하기도 했다. 올해 80살이 된 이 할머니는 "27살부터 77살까지 일했다"며 "아침마다 사령관실에서 청소했던 기억이 선명하다"고 말했다. 인상 깊게 남아 있는 일화를 묻자 그녀는 "미국 사람들은 청소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업신여기지 않는다"며 "사령관도 우리를 아침마다 반갑게 맞아 주었다"고 했다. 할머니는 잠시 추억을 되새기는 듯 했다.

부산시청 소속의 임성완 씨는 "경마장이 들어서기 전 이곳은 계곡과 구릉지였고, 못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부산시는 6월부터는 옛 마권판매소(역사문화관으로 보존)에서 하야리아 부지의 역사성, 반환과정, 공원조성계획, 공원의 미래상에 대한 동영상도 상영할 계획이다.




사진 :부산시민공원 조감도

 

■ 하야리아의 미래 - 부산의 '센트럴 파크'로 다시 태어나다

부산 시민들을 위한 공원으로 재탄생할 하야리아 부지는 6월부터 △다양한 정보제공 △공원이용의 안전성 △관리의 효율성 제고 등을 통해 세계적 명품공원이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구상중이다. 이를 위해 부산시에서는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 및 서비스 개발 용역을 진행할 계획에 있다. 7월 중에는 하야리아 부지 내에서 부산시민공원(가칭)기공식을 가질 예정이다.  또한 부산시민공원은 2015년까지 전체 공사비 6,000억 원을 들여 기억, 문화, 즐거움, 자연, 참여 등 5개 권역에 다양한 숲과 첨단 도서관, 기념정원, 문화예술원, 도시생태원, 역사전시관 등의 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부산시는 9월까지 시민공개행사를 가진 뒤 시설물을 철거하고 2015년까지 미국의 센트럴 파크 같은 세계적인 공원으로 만들 계획이다. 공원은 단계적 완공으로 2012년부터는 부분적으로 개방한다. 공원은 국제공모로 당선된 미국의 공원설계전문가인 제임스 코너의 기본구상안을 보완해 역사, 문화, 즐거움, 자연, 참여 등 5대 숲길을 테마로 꾸며질 예정이다.

 김수지 박기성 기자

 

■미니 기고 - 김기수(건축학) 교수


일각에서 추진하고 있는 하야리아 부대를 부산의 대표적 상징공간인 공원으로 한다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여기에는 반드시 이 지역이 갖는 역사성과 장소성이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부산시민의 시대적인 가치관과 문화적 속성이 담겨야 한다. 지금까지 부산은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효율성과 합리성을 위주로 도시를 형성해 왔다. 이로 인해 부산의 모습은 어딜 가도 획일적으로 채워진 건물들로 인해 천편일률적인 경관을 자아내며 자연적 지세와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이런 부산의 현실을 되돌아볼 때 100여 년을 비움의 공간으로 남아 있었던 이곳이야말로 21세기 도시 부산의 모습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은 서울과 뉴욕, 런던의 도시들과는 달리 산이 많고 바다에 인접해 있는 도시다. 도심의 빈공간은 공동생활에 필요한 장소가 돼야 한다. 도시가 공동체임을 확인하는 공공성 확보가 핵심이다. 먼저 주변과 고립된 경계선을 허물고 주변과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모양을 취하도록 만들어가야 하며 이미 들어선 시설들을 그대로 두면서 문화시설을 유치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2010년 1월 13일 한미정부간의 반환협상과 27일 부산시의 관리권 이양은 100여 년을 비움의 공간으로 남아 있었던 하야리아 부대의 문제가 끝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진정 부산시민의 대표적 공원이 되기 위한 시작일 뿐이다. 21세기 그 지역을 대표하는 공원은 지난 근대시대의 성장과 개발 논리에 의한 이벤트성 공원 만들기가 아니라 시민과 함께 삶을 담을 수 있도록 부산의 역사성과 장소성이 잘 스며들어 있는 시설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첫 작업은 조급하게 모든 것을 판단하지 말고 지난 잃어버린 100년의 시간을 천천히 되돌아보면서 역사 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보따리를 하나씩 풀어가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이들의 가치와 의미를 부산시민과 함께 공유하는 작업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동아대학보 제1079호 (2010.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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