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시즌 최초 에베레스트(해발 8,848m) 등정 성공한 동아산악회'
올 봄 시즌 최초 에베레스트(해발 8,848m) 등정 성공한 동아산악회'
  • 윤은주
  • 승인 2010.06.1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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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남구 대원, 장재용 대원, 성기진 원정 대장, 조벽래 등반 대장.


▲ 설산을 오르고 있는 모습.


▲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김남구 대원이 산악회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세계 최고봉을 오르다!

'아무리 충만한 등반을 했다 하더라도 산친구의 우정 없이는 무미건조하다'는 명언을 아는가. 이 명언처럼 높이에 대한 정복의 성취감보다도 '함께 이루어냈다'는 가슴 벅찬 감동을 안고 돌아온 이들이 있다. 이들은 바로 우리 대학교 산악부 '다우악' 동문들로, 지난달 29일에 에베레스트 등정을 무사히 마치고 귀국했다.
지난 3월 26일 카트만두로 떠나기 전 본지와 가진 인터뷰(뉴스레터 '동안(DongAn)' 제55호 보도)에서 이들은 '등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무사히 귀환'하고자 하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세계 최고봉 등정에 성공한 65일 동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원정대 : 성기진(기계공학 91 졸) 원정 대장, 조벽래(산업공학 94 졸) 등반 대장, 장재용(경영학 '04 졸) 대원, 김남구(전자공학 '07 졸) 대원〉

Q. '올 봄 시즌 에베레스트 초등에 나선 팀들 가운데 우리나라 최초로 등정'이라는 결과를 얻게 됐는데, 이는 어떤 의의가 있는지 궁금하다.
A. 사실 우리에게 붙는 수식어들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화려한 수식어들보다도 그야말로 '무사귀환' 자체가 우리에게는 가장 큰 수확이다. 지방 단일팀으로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러한 환경에서도 '우리가 다 함께 해냈다'는 데에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엄홍길, 허영호 등 내로라하는 전문 산악인 12명으로 구성된 팀도 단 2명만이 등정에 성공할 만큼 힘든 것이 '전원 등정'이다. 이렇게 힘든 '전원 등정'을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의가 있다.

Q.등정을 앞두고 기초체력을 다지기 위한 훈련을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훈련을 했나?
A. 떠나기 전에 대원 전원이 틈틈이 모여서 △한라산 혹한기 등반 △천황사·무위사 왕복 약 30km 구보 △월출산 야간산행 △광안대교 밤새 걷기 △암벽·빙벽등반 △마라톤 등 14차례에 걸친 정식 극기 훈련을 포함해 수없이 많은 훈련을 했다. 실제로 이러한 훈련이 이번 등정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포기하고 싶을 때면 혹독한 훈련을 견뎠던 것을 상기하면서  '이것 또한 잘 해낼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었다.

Q.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사람은 많지만 등정에 성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앞서 '훈련을 했던 것을 상기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였다'고 했는데, 이것 외에도 어떻게 극한의 상황을 극복하고 등정에 성공했는가?
A. 이번 등정에서 가장 자신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팀워크'다. 각자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한 번도 다툰 적이 없을 만큼 완벽한 '팀워크'였다. 아마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없었다면 끝까지 좋은 결과를 얻어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러한 '팀워크'가 극한의 상황을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됐다.
  마인드컨트롤 역시 등정 성공에 주효했다. '나는 걷는 기계다'를 수도 없이 외치면서 그저 걷고 또 올랐다. 이렇게 힘들게라도 등정을 하려고 노력했던 이유는 우리대학 산악회를 응원하는 많은 분들 덕분이다. 덕분에 이번 등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Q. 정상에 올랐을 때 무언가 이루어냈다는 성취감과 그 간의 감정들은 극에 달할 것 같다. 당시 느꼈던 감정과 감격적이었던 순간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다.
A.  비(非)산악인들은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고 하면 엄청난 감동을 예상하지만 실제로는 뭉클함이나 감격보다는 허탈감이 더 크다. 이곳에 오르기 위해 준비했던 엄청난 훈련과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 정상에 서 있는 그 순간에는 '왜 내가 이렇게까지 힘든 것을 시작 했던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세상의 꼭대기'에 오른 순간보다도 가장 감격적이었던 순간은 공격('등정'의 산악인 용어)을 마치고 하산해 베이스캠프에서 팀원들과 포옹을 하던 순간일 것이다. 모든 것을 마친 후 안도감과 함께 팀원들과 포옹했을 때의 그 뭉클함은 잊을 수 없다. 동시에 왠지 모를 서글픔과 복합적인 감정이 뒤섞이면서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걷는 기계다"

Q. 8,848m의 에베레스트를 오르면서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많은 진풍경을 접했을 것 같다. 여정을 거치면서 마음에 담아온 풍경들을 말해 달라.
A.  해발 4,000m에 이르면 수목한계선에 도달해 크고 울창한 나무나 식물들을 찾기 어렵다. 좀 더 올라가서 해발 4,000m 후반에 가면 '정말 어쩌다 한 번씩' 조그만 꽃이나 풀이 보이는데, 간간이 발견하는 생명체의 느낌은 산뜻한 활력이 된다. 만년설이 보이기 시작할 때쯤부터는 마을이 없어지고, 소규모 별장(lodge)들만 몇 채 있다. 이때부터는 목표의 근처에 왔다고 생각하니 긴장이 되면서 '신들의 영역에 들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캠프 3, 4를 지나고 로프에 몸을 의지하며 에베레스트 꼭대기를 향해 나아갔다. 해 뜰 무렵, 해발 8,600m. 로프에 매달려 '세상의 꼭대기'에서 보는 일출은 감격 그 자체였다. 뒤를 돌아보니 봉우리의 왼쪽은 일출로 세상이 환한데 반대쪽은 암흑이었다. 눈으로만 담기에는 아까워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으나 로프에 매달려 있어 불가능했다. 평생 잊지 못할 멋진 풍경이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치열했던 나날들

Q. 고지대에서는 숨 쉬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힘든 상황인데 먹는 것은 그보다 힘겨웠을 것 같다. 식사는 어떻게 해결했나?
A. 가장 행복해야할 식사 시간이 그곳에서는 가장 힘겨운 시간으로 바뀐다. 입맛도 없거니와 씹기조차 힘들어 '멀미와 몸살'을 동시에 앓는 듯하다. 때문에 식사 시간만 되면 분위기는 흡사 '사약 먹는 것'과 같은 엄숙함마저 느껴진다. 체력 보충을 위해 억지로 먹을 수밖에 없는데 '소주 5병을 들이키고 500m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힘겨운 순간이었다. 그래서 먹는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묽은 스프를 먹곤 했다.
이제와 웃으며 말하지만 밥을 먹을 때면 꼭 조용필의 명곡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틀었다. 우리에게 이 노래는 음식을 한 숟갈이라도 더 먹게 만드는 일종의 응원가였다.

Q. 에베레스트를 오르며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언제였는가?
A. 캠프 4에서 빙퇴석 위에 텐트를 치는데, 셰르파(산악 용어로, '조력자'를 뜻함)들이 시체를 거두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들의 시체를 그토록 정성스럽게 거두는 모습에 경외감마저 느껴졌다. 등반 중에는 시체 수습에 어려움을 겪던 셰르파들을 도와 일정을 미루고 들것을 옮기기도 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셰르파는 "당신은 아무 탈 없이 반드시 정상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을 주며 말했다. 그러자 개운한 느낌이 들면서 꼭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고 결국 우리는 등정에 성공했다.

Q. 귀국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혹시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A. 당초 우리 '다우악'의 목표가 있다. 그것은 '6대주 최고봉'을 공격하는 것인데 지금까지 유럽 최고봉인 '엘브루즈'와 아시아 최고봉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다. 앞으로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남은 4개주 등정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충분한 사전 준비가 중요한 만큼 당장 올해는 힘들겠지만 내년 겨울이나 내후년 초반에는 우리 산악회의 원정 플래카드를 학교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65일간의 등반 여정

3월 26일
네팔 카트만두로 출발

4월 8~11일
베이스캠프(해발 5,300m) 도착, 라마제(성공적인
등정을 위한 의) 및 정찰

5월 13~15일
정식 출정 및 캠프1
(해발6,100m)~4(해발8,000m)까지 이동

5월 16일
밤 8시 50분, 에베레스트 정상(해발 8,848m) 공격 개시

5월 17일
오전 8시 정상 도착,
오후 5시 하산

5월 19일
베이스캠프로 전원 복귀

5월 26일
최종 하산 및 공식일정 종료

5월 29일
김해공항 입국

김아라, 이유원 기자
동아대학보 제1080호 (2010.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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