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누구나 노벨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 노벨화학상 수상자 특별초청강연회 지상중계
[학술]누구나 노벨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 노벨화학상 수상자 특별초청강연회 지상중계
  • 이성미
  • 승인 2010.09.0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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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노벨화학상 수상자 '아론 세하노버(Aaron Ciechanover)' 박사와의 대화


 

 

지난달 26일 우리 대학교 부민캠퍼스 김관음행홀에서 2004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아론 세하노버(Aaron Ciechanover) 박사의 특별 초청강연회가 열렸다. 이번 초청강연회는 우리 대학교와 부산광역시교육청이 '제20회 국제 물리유기화학회의(ICPOC-20)'와 연계해 학생들에게 과학자라는 꿈을 심어주기 위해 공동으로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 이날 아론 박사는 우리 대학 학생들과 부산 지역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열띤 강의를 펼쳤다. 그날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보자. 

강연회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부터 부민캠퍼스 김관음행홀은 학생들로 북적였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김관음행홀을 찾아 이번 초청강연회의 뜨거운 열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이번 강연을 유치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 우리 대학 화학과 성대동 교수(국제물리유기화학회 회장)가 약력소개를 한 후 드디어 아론 박사가 등장하자 많은 학생들이 환호로 그를 환영했다. 청바지에 편한 티셔츠를 입은 아론 박사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강연을 위해 끊임없이 학생들과 호흡했다. 학생들도 그의 말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쉴새없이 눈을 맞추고 필기를 하며 강의에 집중했다.

지난달 23일부터 28일까지 벡스코에서 열린 '제20회 국제물리유기화학회 정기총회 및 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으로 오기 사흘 전 왼팔을 다쳐 보호대를 찬 아론 박사는 "집에서 전구를 갈다 이렇게 됐다"며 그때의 상황을 재연해 객석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렇게 학생들의 긴장을 풀어준 후 아론 박사는 본격적인 강의에 들어갔다.



'유비퀴틴' 단백질 발견 및 기능 규명으로 2004년 노벨화학상 받아


아론 박사는 단백질 분해를 조절하는 세포 내의 매커니즘을 새롭게 밝혀내 난치병 치료와 노화방지 등의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강연의 주제도 그의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왜 우리가 살기 위해 우리 몸속의 또 다른 단백질이 죽어야 하는가?'로 정해졌다. 그는 "1950년에서 1980년대까지 생물의학연구에서는 DNA와 RNA가 단백질 형성에 어떻게 관여하는가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룬 반면, 단백질의 분해과정에 대한 연구는 거의 무시되고 있었다"며 자신의 연구 배경을 밝혔다. 이어 "단백질이 변형될 때 아주 특별한 과정에 의해 변형된다는 사실만 알려져 왔는데 이것 역시 단백질이 분해할 때 특정 시간에 단지 특별한 단백질만이 분해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단백질이 분해할 때 변성과 잘못된 접힘의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어떤 단백질은 사멸하고 어떤 단백질은 살아남는다고 한다. 이 과정을 설명해주는 단서가 바로 아론 박사의 노벨상 수상 연구주제인 '유비퀴틴(ubiquitin)'이라는 단백질이다.

유비퀴틴은 76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있는 단백질로, 다른 단백질에 결합하여 단백질의 분해를 촉진하고 효소의 활성을 조절하며, 손상된 DNA를 복원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아론 박사는 유비퀴틴 단백질의 역할과 활용방법에 대해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자제품 생산 공정과 인체의 조절 시스템을 비교하며 설명해 주었다.

유비퀴틴은 단백질이 분해될 때 단백질의 변성과 접힘을 조절하고, 세포 안과 밖의 환경에 대해 정보교환을 하며 세포의 기능을 유지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유비퀴틴의 역할이 질병 발생과 관련이 있음은 당연한 것"이라고 아론 박사는 주장했다. "특히 악성종양과 신경세포의 파괴가 단백질의 변형과정에서 생기고, 이 때 유비퀴틴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신약개발을 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영어로 강연을 진행한 아론 박사는 학생들이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을까봐 "Do you understand?"를 끊임없이 내뱉으며 학생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학생들이 "I understand"라 화답하자 곧바로 그는 "통역사가 할 일이 없어졌다. 그에게 통역비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농담을 해 강연장이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경직된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 아론 박사는 강연 내내 연신 농담을 하며 학생들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해답을 스스로 찾아라"

이날 강연에는 부산 지역 청소년들에게 과학자의 꿈을 키위주기 위해 부산시교육청에서 추천한 220명의 고교생이 모였다. 아론 박사는 이 학생들에게 꿈에 대한 용기를 북돋아주며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어려서부터 책으로 가득 찬 집안환경에서 자랐다"며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관찰하고 의문이 생기면 그 해답을 스스로 찾아보는 습관을 길렀다"고 한다. 이러한 경험에 비추어 아론 박사는 노벨상을 꿈꾸는 학생들이 학창시절 해야 할 가장 중요한 한 가지로 "사소한 것이라도 모든 것에 궁금증을 갖고 질문해 보고, 해답을 얻기 위한 질문이 아닌 어떤 것이 '좋은 질문'인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을 꼽았다. 그는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학창시절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데 도움을 준 훌륭한 선생님을 여러 명 만났다"는 그는 좋은 지도자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아론 박사는 고등학교 시절 생물 선생님이었던 나오미 노프와 화학 선생님이었던 나아마 그린스펀 선생님으로부터 큰 감명을 받았으며 수학·물리 선생님이었던 해리 나미타이 선생님을 통해 수학에 특별한 흥미를 갖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 출신인 그는 "한국 인구의 6분의 1인 이스라엘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 것처럼 한국에서도 노벨상 수상자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며 과학자로서의 꿈을 더욱 키워 나갈 것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강연에 앞서 우리 대학 조규향 총장과 임혜경 부산광역시 교육감이 축사를 전하기도 했다. 조규향 총장은 "세계적인 석학이 우리 대학에서 강연할 수 있게 되어 영광스럽다"며 "많은 학생들이 강연을 통해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또한 "난치병 치료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아론 박사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난치병 치료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며 "그의 연구가 우리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보존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강연이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혜경 부산시 교육감은 "숱한 어려움과 힘든 연구 과정을 극복하고 노벨상을 수상하기까지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용기로 맞섰던 아론 박사의 생생한 체험담이 오늘 모인 학생들에게 꿈을 위한 열정과 인내심, 학문에 대한 포부와 도전정신을 일깨워 줄 것"이라며 "과학자로서의 꿈을 키우는 동시에 멀지 않은 장래에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 중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김아라 기자
 hakboara@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81호(2010년 9월 6일)


아론 세하노버는?

1947년 10월 이스라엘 북쪽 항구도시인 하이파에서 나고 자라 고등학교까지 고향에서 졸업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수학에 대한 특별한 흥미를 갖게 되었으며, 1965년 예루살렘 히브류대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의과대 4년 동안 생화학과 약학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1972년 히브류대 의과대학 임상과정 석사과정을 수료한 후 임상진료 인턴십을 거치며 매일 생화학 실험에 몰두했다.
1976년, 에르니연구소에서 박사과정 연구를 수행하던 중 '유비퀴틴'이라는 단백질을 발견, 이 단백질의 기능을 확인하는 연구를 통해 2004년도 노벨화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현재 이스라엘 국가과학기술연구소의 라파포트 의학·연구학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며 미국학술원 및 의학원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아론 세하노버가 참석한 국제물리유기화학회는?

전 세계 화학자들의 기술·정보 교류를 위해 1946년 설립된 학술단체. 우리 대학 성대동(화학) 교수가 지난 2008년부터 2년 임기의 의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56개국 20여만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 8월 22~28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제20회 국제물리유기화학회 정기총회 및 학술대회'는 우리 대학교가 국제물리유기화학회 총회 조직위원회, 국제순수응용화학연합, 대한화학회와 공동으로 주관했다. 이번 행사에는 아론 박사 외에도 역대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로베르트 후버(독일·1988년), 루돌프 마커스(미국·1992년), 노요리 요지(일본·2001년)가 참석했다. 아론 박사는 이 행사에서 '프로테아즘에 의한 단백질 분해 시 중요한 복사억제제 역할에 대한 2단계 매커니즘'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동아대학보 제1081호(2010년 9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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