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폐 음주문화, 인기가수 공연 일색…대학축제 맞나요?
퇴폐 음주문화, 인기가수 공연 일색…대학축제 맞나요?
  • 이성미
  • 승인 2010.10.27 17: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진행된 대동제에서 드러난 우리 대학 축제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았다.


▲ 주점 앞에 낯부끄러운 주점명이 걸려있다.

▲ 대동제 내내 주점은 계속됐다.

선정적 주점 이름에 '즉석 만남'까지

'술 없는 대학 축제를 상상해 본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말도 안 돼"라며 고개를 내젓는 학생들. 정말 술 없는 축제는 말도 안 되는 것일까.

이번 대동제 역시 작년과 마찬가지로 전반적인 행사의 모든 일정과 관계없이 주점이 계속해서 열렸다. 늦은 새벽, 학교 곳곳에서는 만취해 인사불성이 된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술에 취한 학생들 사이에서 소란이 생겨 외부인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등 아쉬움을 남겼다.

우리 대학 경영학과의 한 교수는 "매년 술 때문에 여러 가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대학 축제에서는 술이 전부인 것 같다"며 안타까워 했다. 뿐만 아니라 대학 축제의 모습이라고는 보기 힘들만큼 무작정 끌고가기식 호객행위는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호객행위를 하는 여학생 중에는 민망할 정도로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남학생들을 주점으로 이끌어 학생들이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누나 날 가져', '오빠 2차 콜?', '오빠 나 집에 안 갈래'…. 

이 자극적인 표현은 다름 아닌 이번 대동제 주점명이었다. 주점에 참가했던 한 학생은 "다른 주점보다 튀어야 손님이 많이 오니까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된다"고 했다. 각 주점에서는 이렇게 손님 끌기에 혈안이 되어있었다. 더 심각한 것은 소위 말하는 '즉석만남'마저 주점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축제 기간 내내 학교에서 볼 수 있었던 '부킹 100%' 문구는 대학 축제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구성원들의 말이 잇따랐다.

'대동제' 의미 무색해진 소음 문제

우리 대학 총학생회가 주최한 대동제의 기획의도는 '동아대 재학생 모두가 하나로 어울릴 수 있는 최대의 어울림 장을 마련한다'고 했으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가할 수 없는 이들도 많았다. 야간강좌를 듣는 학생들을 비롯해 각종 시험을 앞두고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까지, 동아인 모두가 축제를 즐기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들을 위한 적절한 배려가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남아 공부하던 김준환(기계공학과 3) 학생은 "자격증 시험을 앞두고 있어 내내 도서관에 있었는데 소음 때문에 집중할 수 없었다"며 "축제기간의 소음은 개선할 방법이 없는 것 같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야간강좌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인문대에서 야간강좌를 듣고 있는 박수경(국어국문학 3) 학생은 "야간강좌 내내 학생과 교수님들이 지나친 소음에 불쾌해했다"고 토로했다.

소음 피해로 항의를 한 것은 대학 내에 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11시가 넘도록 이어지는 무대행사와 새벽까지 이어지는 주점의 노랫소리에 주민들은 고역스러운 밤을 보내야 했다. 학교 인근에 거주 중인 전은정(31)씨는 "일년에 한번 있는 행사니까 이해하려고 해도 새벽까지 이어지는 소음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어 다음날 출근에 지장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는 "축제가 추석연휴 바로 다음이라 소음 문제에 대한 양해를 미처 구하지 못했다"면서 사과의 말을 전했다.


▲ 무대행사 후 운동장이 쓰레기로 가득 차 있다.

▲ 주점이 끝난 후 용역직원이 뒷정리를 하고 있다.

뒤처리 부족해 엉망이 된 캠퍼스

총학생회가 기획하고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축제의 주인은 바로 학생이다. 하지만 이번 대동제에서 우리 대학 학생들이 주인답지 못한 행동으로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화단의 식물들은 짓밟혀 엉망이 되었고 무대행사가 끝난 후면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학교 운동장이 가득 찼다. 무대 앞 의자들도 정리되지 않은 채 흩어져 있었다. 아침 7시부터 시작해 오후 3시까지 축제 뒷정리를 맡은 한 용역직원은 "지난해 보다 근무 환경이 나아져 치우는 작업은 수월해졌지만 쓰레기 양이나 지저분한 정도는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며 "각종 오물과 담배꽁초는 물론이고 악취도 심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는 학생들의 의식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관리과 담당자는 "축제 주점이라는 것이 일시적인 행사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책임의식이 떨어져 매년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학과와 동아리 주점 운영방식이 바뀌어 작년보다 일이 분산된 것은 사실이다"면서 "학생들의 의식만 뒷받침 된다면 앞으로 충분히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 '대학축제=인기가수공연' 공식은 올해도 여전했다. (사진 엠블랙)

▲ 학생들이 무대행사에 열광하고 있다.

▲ 선정적 퍼포먼스를 서슴지 않는 댄스팀의 무대는 논란이 됐다.

대학축제=인기가수공연(?)

"목요일 포미닛, 금요일 엠블랙 아닌가요?"

축제에 대해 한 학생에게 묻자 아이돌 가수 공연이 전부라는 듯한 대답이 돌아왔다. 27일 동아리 연합회의 무대행사를 시작으로 3일에 걸쳐 단과대학별 무대행사가 진행되었지만 학생들의 참여도가 떨어져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일부 단대는 가수를 섭외해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대학축제=인기가수공연'이라는 공식은 올해도 깨지지 않았다. 인기 아이돌 가수 공연을 통해 주변 고교생들의 폭발적인 호응은 이끌어 냈을지라도 그것이 과연 총학생회가 의도한대로 '우리 대학의 좋은 이미지 창출과 입시를 위한 대학홍보'에 도움이 됐는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이지은(일어일문 1) 학생은 "입시생들에게 좋은 대학 이미지를 줬다기보다는 인기 아이돌 가수만 기억하게 했을 것"이라며 "많은 고교생들이 우리 대학을 찾았을 때 좀 더 효과적인 대학홍보를 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무대 행사의 또 다른 문제점은 없었을까. 한 댄스팀의 무대가 선정적인 퍼포먼스와 의상으로 논란이 됐다. 축제에 가족 단위의 인근 거주민들이 참여했으나 낯 뜨거운 광경이 연출돼 "민망했다"는 반응이었다. 자극적이고 보여주기식 행사로 아쉬움을 낳은 이번 대동제가 앞으로는 진정으로 '대학생들만의 문화'를 드러낼 수 있는 행사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아폴리스', '외국인 유학생 주점'은 좋은 반응 얻어

올해 대동제에 문제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축제기간 동안 판매한 유니세프 티셔츠의 수익금 전액을 빈민국 아동 구호를 위해 유니세프에 전달하고 유방암 예방을 위한 핑크리본 캠페인을 펼치는 등 변화의 노력이 엿보이기도 했다.

또한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축제기간 동안 동아폴리스를 구성해 24시간 자체 순찰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보안에도 힘을 기울였다. 뿐만 아니라 축제에 참가했던 외국인 유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유학생 주점에 참가한 야마자키 쇼헤(국어국문학 2) 학생은 "주점을 열어 대만, 일본, 중국 학생들이 각나라 전통요리를 만들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면서 "미리 주점홍보를 더 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외에도 "외국인 유학생과 한국인 재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놀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하는 등 만족스러운 반응이 잇따랐다.

총학생회는 "이번 대동제는 여학우를 위한 행사나 릴레이 특강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 역대 최고 인원을 동원했다"며 "대동제에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러한 대학축제의 모습은 현재 우리나라 대학 축제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지난 5월 서울의 한 대학 축제기간 중에 재학생이 음주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대학축제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 한 여학생이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 시연회에 참가해 메이크업을 받고 있다.

대학축제, 변화의 움직임 일어

하지만 이러한 대학축제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부경대는 지난 6월 열린 축제에서 총학생회가 '허브사랑', '건강하세요' 캠페인을 처음 실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허브사랑'은 아이티 지진피해 돕기 성금을 일정금액 내면 허브를 증정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고 '건강하세요'는 인근 지역의 노인들을 초청해 생필품을 증정하고 식사를 대접하는 독거노인 초청행사였다. 뿐만 아니라 총장과 학생이 함께 호흡하는 자리도 마련되고 있다. 순천향대는 지난 5월 축제기간에 '순천향人의 행복한 밥상' 대회를 개최해 손풍삼 총장이 학생들에게 직접 아침식사를 요리해 제공하기도 했다.

한편 연세대는 지난 5월 열린 대학 축제에서 '술없는 축제'를 열어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한 연세대 학생들의 부정적 의견과 긍정적 의견이 대립되기도 했으나 대학사회의 새로운 문화를 창출했다는 점은 학생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이 외에도 △한양대 '사랑의 열매 카페' △삼육대 '사랑의 김치나누기' △연세대·고려대 '헌혈 고연전' △경상대 '일회용품 없는 축제 만들기' △호원대 '홉 잡(Hope job) 페스티벌'(취업 능력 향상) △한림대 '한마음 등반대회' 등이 열려 관심을 모았다.

사회단체에서도 대학축제 변화의 흐름에 동참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박노준)는 9~10월 대학 축제 기간 전국 대학 캠퍼스에서 피임 및 성교육을 진행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성문화에 대해서는 개방적이지만, 그 바탕에 두어야 할 올바른 성개념과 피임 인식의 수준이 매우 낮다고 판단, 이번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 축제는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할까. 정진욱(전기공학 2) 학생은 "이번 축제가 재미는 있었지만 행사가 다채롭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 "다음 축제에는 교직원이나 교수님, 지역 주민들도 함께 참여하는 행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총학생회는 "학생들이 가수에 대한 지나친 관심으로 질서를 지키지 않아 여학생이 다치고 공연이 중단되는 일도 벌어졌다. 가수보다는 학생들이 더 열심히 참여해주고 질서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앞으로도 우리 대학 대동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지나친 음주문화로 물든 대학축제로 많은 질타를 받았던 대학들이 하나 둘씩 사랑, 나눔과 같은 좋은 취지의 행사로 대학축제의 틀을 바꾸고 있다. 대학들의 노력이 계속되면 언젠가는 다양하고 유익한 행사로 가득하고 음주문화는 단지 아주 작은 부분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대학들의 이러한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학생들의 축제에 대한 참여나 의식도 돌아봐야 할 때이다.

박준영 기자
 hakbojyp@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81호(2010년 9월 6일)

<학생 특별기고>

"지성인으로서의책임 다 하는 축제 되길" - 강승우(토목공학 4)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한 주간 즐거운 대동제가 열렸다. 하지만 예년과 다를바 없이 많은 문제점들이 눈에 띄어 아쉬움이 남았다. 그 중 가장 심각한 것은 곳곳에 널브러진 쓰레기들이었다. 축제기간이면 언제나 청소하는 아주머니들만이 새벽부터 출근해서 '지성인'이라는 대학생들이 남긴 쓰레기를 치운다. 이 불합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지난해 축제 후 학보에 이 행태를 지탄하는 글이 실렸고 우리 대학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불만을 토로하는 학우들이 몇몇 있었지만 그것이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했고 적극적인 통제가 있어야만 실질적으로 상황이 개선되리라 생각한다.
근본적 해결책은 첫째, 총학생회 측에서 주점을 여는 학과와 동아리에게 적당한 공탁금을 받아놓고서 뒷정리가 말끔하게 되지 않는 단체의 공탁금을 그로 인해 수고한 분들께 감사의 명목으로 전달한다.

둘째, 그러한 단체의 명단을 대자보와 자유게시판에 공개한다.

셋째, 단체의 명단을 다음해 총학생회에 인수인계하여 향후 몇 년간 주점 추첨권을 박탈한다.

이와 같은 방안이 복합적으로 시행될 때 의무를 다하고 권리를 누리는 캠퍼스 분위기가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대학 학생들이 지성인으로서의 소양을 갖추고, 책임을 다하는 캠퍼스 풍토가 생겨나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부산광역시 사하구 낙동대로550번길 37 (하단동) 동아대학교 교수회관 지하 1층
  • 대표전화 : 051)200-6230~1
  • 팩스 : 051)200-62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영성
  • 명칭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제호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0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이해우
  • 편집인 : 권영성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