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나홀로족이 많아 슬픈 현실
'짝퉁' 나홀로족이 많아 슬픈 현실
  • 이성미
  • 승인 2010.11.12 2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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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홀로족' '자발적 아웃사이더'…. 경쟁사회 속에서 공동체 의식의 부족으로 방황하고 있는 요즘 대학생들을 규정지을 수 있는 말이다. 입시위주의 교육과 취업전쟁, 온라인 소셜미디어의 범람은 정작 실제 생활에서의 대인관계를 어렵게 하고 있다.


대학생 스트레스 요인

최근 인터넷 사이트 알바천국이 전국 대학생 남녀 3,882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나홀로족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52.6%가 자신을 '나홀로족'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대학생 2명 중 1명이 자신을 '나홀로족'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여가시간에 혼자만의 활동을 하는 대학생들이 늘었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 이면에 내포되어 있는 것은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요즘 대학생들은 미니홈피 접속자 수에 열을 올리고, 미투데이나 트위터 등을 통한 온라인 소셜미디어에는 관심이 많은 반면 선·후배나 대학동기, 교수님 등 오프라인상의 관계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인관계 경험 부족이 사회생활 부적응으로 이어져

우리 대학교 학생상담센터 유채은 전임상담원은 "상담센터에서 실시하고 있는 7가지 검사영역 중 대인관계 영역이 학생들이 선호하는 검사영역 3위를 차지한다. 비교적 높은 수치인데, 최근 들어 학생들이 교우관계나 이성관계에 있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졸업생의 경우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대인관계에 대한 어려움이 커져 상담센터를 찾아온 사례도 있다고 한다. 그 학생은 고등학교 시절 늘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대학생활에서 느끼는 소외감을 자신이 과민한 탓이라 여겼었다고. 그러나 대학 시절부터 느꼈던 대인관계에 대한 두려움은 극복되지 않았고 결국 사회생활을 하면서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이에 유채은 상담원은 "고등학생은 '만들어진 집단'에 의해 대인관계를 형성하지만 대학생들은 자발적으로 대인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부분이 강하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 와서 갑자기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학 4학년이 되면 대인관계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는 더 증가할 수 있다. 취업을 앞둔 4학년이 되면 진로고민이 더해져 평상시에 느끼는 것보다 더 높은 강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 상담원은 "고학년이 되어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기 전에 저학년 때 조기 진단을 해 적절한 방법으로 치료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최근 대학생들이 자신을 '나홀로족'이라 명명하며 혼자만의 활동을 즐기는 행태에 대해 "'나홀로족'이라는 신조어는 자신의 모습을 합리화하기 위한 방법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며 "남들에게는 자신을 '나홀로족'이라고 소개하지만 실제로는 외로움을 겪고 있어 상담센터를 찾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나홀로족'은 자신과 가치관이 비슷한 친구를 찾지 못해 만들어진 유형으로 자신의 결여된 대인관계 능력을 합리화하기 위한 하나의 방어패턴일 수도 있다.

한편 지금의 20대는 본격적으로 입시교육을 받은 세대로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이러한 성장환경에 따라 대부분의 20대들은 '나만 잘 살면 돼'라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또한 많은 학생들이 단지 이력서에 한 줄을 더 채워 넣기 위한 목적으로 동아리나 학회, 모임을 찾는 행태는 대학 공동체 속에서 대인관계의 경험이 축소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우리 대학 김종운(교육학) 교수는 "인간관계 형성을 목적으로 동아리나 소그룹 활동 및 과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며 "대인관계 능력은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는데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화장실에서 혼자 밥을 먹는 대학생도 있다는 보도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점심시간 식사를 같이 할 친구가 없어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기 싫어 외진 곳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다. 일본 NHK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대학생 400명 중 9명이 화장실에서 식사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 질문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인문과학대학의 한 학생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내가 대인관계가 원만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정작 속마음을 털어놓고 말할 수 있는 절친한 친구는 없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또한 익명을 요구한 자연과학대학의 한 학생은 "평소에 인상이 차가워 보인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먼저 말을 건네는 일이 많지 않다"며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오히려 요즘은 편한 것 같다"고 대답했다.

소통의 끈 놓지 말아야

디지털 기기 확산으로 인해 오프라인 생활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해졌다는 것도 대인관계 형성을 가로막는 요소 중 하나다. 중독예방치유센터 조현섭 센터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할수록 어떤 매체에 집착, 혹은 중독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웅기(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의 논문「대학생들의 이동전화 중독증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대학생의 73% 정도가 휴대전화 금단증상을 겪고 있다고 한다. 또한 '외로움과 이동전화 이용 시간과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많은 대학생들이 외로움이 증가할수록 이동전화에 중독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웅기 교수는 논문에서 "이동전화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꼭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이기도 하지만 기존의 대인관계 외에 새로운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리 대학 학생상담센터의 한 심리상담사는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가족'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사회로 들어오면서 전통적인 대가족 형태가 핵가족, 특히 맞벌이 부부 형태로 많이 바뀌면서 가족 구성원끼리의 친밀감과 응집력이 떨어지게 되었고 서로간의 신뢰와 믿음이 결여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요즘 세대들은 대부분 외동이거나 형제가 한 명 정도에 그친다. 이에 따라 전통사회에 비해 형제관계에서 배울 수 있는 '원만한 대인관계 형성법'을 제대로 익힐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학생상담센터에서는 "학교에서의 대인관계 형성법 터득은 부차적인 문제다. 일차적인 부분은 가정에서 담당하게 되는 '상호작용'과 '소통'의 기능이다"고 덧붙였다.

진로를 빨리 정하고,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극복방법

우리 대학 학생상담센터에서는 대학생들이 대인관계에 따른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째는 조기에 진로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5년 전만 하더라도 1학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대인관계' 문제였으나 최근 들어 1학년 때부터 진로고민을 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이는 그만큼 학생들이 마음의 여유를 가지지 못하는 상황임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백장미(신문방송학 1) 학생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학에 오는 목표가 취업으로 바뀌었다"며 "취업 스펙을 쌓기 위해 남들과 어울리는 시간까지 아깝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털어놨다.
김종운(교육학) 교수는 "과거에는 학생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인간관계에 치중하면서 학교생활을 했다"며 "그러나 최근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점점 개인주의화 되어가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진로 방향을 빨리 정하면 정할수록 그에 따른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 빠른 진로 설정으로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되면서 대인관계 문제를 포함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이성적으로 판단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의 조언이다.
두 번째는 가정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자신의 가정에 불화가 있어 대인관계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라면 대인관계 증진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적절하고 빠른 방법이다.

유채은 상담원은 "나이가 들수록 대인관계에 있어 더 방어적이고 회피적인 유형이 될 수 있다. 마음의 문이 닫히기 전에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기를 적극 권장한다"고 당부했다.

대인관계에서 느끼는 고통을 합리성과 자기발전으로 포장하려는 '짝퉁' 나홀로족들이 많아 슬픈 현실이다. 잠시 인터넷과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고 자신의 힘으로 '소통의 장'을 마련해 보는 건 어떤가. 진정한 나홀로족은 사회의 인간관계 안에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가운데 자신의 능력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사람이다.


 진민경 기자
 hakbojmk@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83호(2010년 1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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