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어디까지 가봤니?
갤러리, 어디까지 가봤니?
  • 손님
  • 승인 2011.05.1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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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로 떠나고픈 계절 5월, 따뜻한 날씨만큼 마음까지 따스하게 데워주고 싶지는 않은가. 마음이 적적한 이들에게 시원한 바다를 끼고 있는 부산의 명소 '달맞이 언덕길'을 방문해보길 권한다. 다양한 음식점과 분위기 있는 커피숍이 전부가 아니다. 달맞이 언덕길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갤러리 촌은 문화생활을 즐기기에 충분한 '숨은 보석' 같은 존재다. 싱그러운 봄, 기자는 그렇게 달맞이 갤러리 촌 투어를 시작했다.


▲바나나롱 갤러리 전경.

<바나나롱 갤러리>

색다른 체험을 해보고 싶었던 기자는 전형적인 대형 갤러리보다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갤러리 위주로 탐방을 시작했다.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이름부터 독특한 '바나나롱 갤러리'. 바다가 보이는 기찻길 옆 노랗고 아담한 건물은 멀리서 보기에도 눈에 띄어 찾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어딘가 모르게 운치 있는 건물은 기자를 설레게 했다.

갤러리 주변의 소소한 풍경 사진을 찍던 중 누군가 기자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어왔다. 다름 아닌 바나나롱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강문주 관장. 그는 기자에게 갤러리에서 열리는 연주회를 보고 가라는 제안을 했다. 운영자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간 갤러리 안에서는 자그마한 연주회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름하야 '이윤희 어린이 작은 음악회'. 평소 20년 지기 친구의 딸인 이윤희 어린이가 6년 째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다는 것을 알았던 운영자가 어린이날을 맞아 특별한 선물을 주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정확히 오전 11시가 되자 "이제 시작해볼까?"라는 말과 함께 이윤희 어린이의 수줍은 연주가 시작됐다.

관객은 강문주 관장, 이윤희 어린이의 부모, 평소 갤러리에 자주 방문하는 방문객, 기자. 그리고 운영자의 오랜 친구인 개 '콜라'까지. 10분간의 연주는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 짧지만 긴 여운을 남겼다.


▲바나나롱 갤러리에서 열린 '이윤희 어린이 작은 음악회'.



연주회가 끝난 후 가진 뒷풀이에 참석한 기자는 몇 가지 궁금한 점을 물었다. '바나나롱 갤러리'라는 이름의 의미를 묻자 생각지도 못한 귀여운 이유가 돌아왔다. 바나나롱 갤러리가 기찻길 옆에 위치한다는 것에서 착안해 '바나나는 길어 길면 기차' 라는 노랫말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는 나름대로의 고민도 털어놨다. 입장료도 받지 않고 운영하는 갤러리이기에 유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가 자식이 하루하루 성장해나가는 것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는 것과 같이, 갤러리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를 얻는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특이한 디자인의 갤러리를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던 강 관장은 이제 자신이 다른 이들에게 그러한 재미를 전해준다는 사실에 행복함을 느끼고 있었다.

담소를 마치고 바나나롱 갤러리에서 전시하고 있는 차동수의 찍그림 '꽃밭에는 꽃들이'라는 주제의 작품들을 관람했다. 평소 꽃을 좋아하는 작가가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던 차에 꽃들을 위한 멋진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작품이 탄생했다고 한다. 기자는 '찍그림'이라는 단어에 눈길이 가 그 의미를 작가에게 묻자 강관장은 "판화는 '찍그림'으로, 개인전은 '홀로 폄'이라는 단어들을 사용하며 미술 전문 용어들을 순수 한글로 표현하는 것을 고집하고 있다"고 답했다.

기자에게 웃음 짓고 있는 듯한 작품 속 꽃들을 보니 마음이 한결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작품을 둘러본 후 강문주 관장이 건넨 "근방에 더 멋진 곳이 많으니 좋은 시간 보내세요"라는 조금은 특별한 인사에 기분 좋게 다음 갤러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K갤러리>


▲K갤러리 전경.

들어가기 전 혹시 일반 가정집이 아닐까하고 다시 생각하게 하는 K갤러리는 겉모습에서부터 소박한 매력을 풍기고 있다. 무엇보다 주변 환경과 매우 잘 어우러져 마치 울창한 숲 속에 온듯 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예쁘게 꾸며진 화단 속 구부러진 돌담 계단을 걸으면 우울했던 마음도 풀어질 것만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지난해에 개관해 비교적 최근에 생긴 갤러리에 속하지만 다양한 개인전을 통해 작가들에게 새로운 시도의 장을 열어주는 곳으로 소문이 자자하다고. 처음으로 관람한 작품 옆, 작가가 직접 적어 놓은 메모 한 장을 발견할 수 있다. '작품을 통해 희망과 꿈을 느껴보는 행복한 시간이 되면 좋겠다'는 메시지는 관람객을 생각하는 작가의 마음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었다.

집과 꽤 먼 거리긴 하지만 한 달에 한 번은 가족들과 이곳을 방문한다는 관람객 유장민(사상구 학장동) 씨는 "어린이날을 맞이해 아들과 함께 찾았지만, 오히려 내 마음의 휴식을 취하게 되는 뜻 깊은 시간"이라고 전했다.

<갤러리 몽마르트르>


▲갤러리 몽마르트르에 전시된 팝아트 작품들.


폭넓고 다양한 주제의 전시를 통해 수준 높으면서도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예술작품을 감상 할 수 있는 '갤러리 몽마르트르'. 갤러리 몽마르트르는 작품을 전시할 공간이 없는 가난한 작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카페와 연주 공간, 전시 공간이 결합된 갤러리 몽마르트르.


기자가 방문한 날 몽마르트르에서는 김중식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관련 자료를 통해 김중식 작가가 대표적인 팝 아트 작가 중 한 명으로, '평면과 화면의 새로운 중립시대를 만든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기자가 관람한 철망, 스탬프 기법의 작품들은 확실히 한눈에 보기에도 입체적이었다. 하나라도 놓칠세라 작품 가까이 다가가 꼼꼼히 감상하던 기자에게 한 관람객은 "이 작품들은 가까이서 보기보다 거리를 두고 떨어져 감상해야만 그 면모를 알 수 있다"고 조언해 주었다. 그 말을 듣고 한 발짝 물러서 작품을 다시보자, 똑같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보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갤러리를 자주 방문한다는 김내은(해운대구 반여동) 씨는 "김중식 작품전은 부산에서 보기 힘들기에 시간을 내어 방문했다"며 이번 작품전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몽마르트르 갤러리 박덕남 부관장은 "그림을 사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져 갤러리를 쉽게 찾지 못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며 "우리 갤러리의 목적은 찾아오는 이들이 즐기고 새로운 것을 느끼며 편안히 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특정인이 아닌 모두를 위한 곳이다"고 설명했다.

<추리문학관>


▲추리소설 책이 쌓여 있는 추리문학관 내부.

국내·외를 통틀어 유일무이한 추리문학 전문도서관이 바로 이 곳, 달맞이 갤러리촌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추리문학의 보급과 발전을 위해 소설가 김성종 씨가 개관한 '추리문학관'은 벌써 19년이나 된 부산의 명소다.

문학관에 들어서자 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었다. 문학관에서 제공하는 차를 마시며 내부를 둘러보았다. 문학관은 총 5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층은 각종 국내·외 신문 잡지 등 정기간행물과 꽤 오래된 국내·외 추리소설이 비치되어 있고 누구나 자유로운 대화를 할 수 있다. 2·3층에는 무려 1만7,000권에 달하는 추리소설이 비치되어 있고 특별한 행사가 없을 경우 도서실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3층은 대형 유리창을 통해 해운대 바다와 하늘의 수평선이 한눈에 들어와 감탄을 연발하게 한다.


▲대표적인 추리소설 작가 셜록 홈즈를 나타낸 문양.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딸을 위해 대구에서 왔다는 이기연(수성구 시지동) 씨 가족은 "생각보다 문학관 내 시설도 좋고 책이 정말 많아서 무엇을 봐야할지 어리둥절했다"며 "무엇보다 딸이 즐거워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했다.
한 번 찾아온 후 발길을 끊지 못하는 이도 있다. 표정훈(기장군 대라리) 씨는 중학교 때 첫 방문한 이후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시간이 날 때마다 자주 찾아온다고 한다. 그는 "전국 어디에도 이곳처럼 공부도 하고 좋아하는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은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웬만한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꼭 한번 방문해 보길 권한다. 5,000원의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만큼의 다양한 추리문학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니 말이다.

기자는 음악과 미술, 그리고 문학이 한 데 있는 '예술의 장', 갤러리투어를 통해 '미술은 미술관에서, 음악은 공연장에서, 책은 도서관에서'라는 편견을 깰 수 있었다. 그 속에서 겪은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 역시 기자를 뿌듯하게 했다. 매일 학교와 집을 오가고 가끔씩 영화를 보는 똑같은 일상이 지겹다면, 달맞이 언덕 갤러리 촌 투어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이정민 기자
 dongajm@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78호 (2010.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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