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보고 曰曰曰
축제보고 曰曰曰
  • 김승언
  • 승인 2011.10.19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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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보고 曰曰曰

지난 달 30일을 끝으로 화려했던 대동제의 막이 내렸다. 일주일 내내 밤늦게까지 시끌벅적했던 캠퍼스도 시간이 제법 걸리기는 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제 모습을 찾았다. 유명 가수들의 공연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볼거리와 유익한 특강들로 올해는 달라진 건전한 모습의 축제를 기대해도 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선정적인 제목을 내걸고 시끄러운 음악과 함께 밤새도록 불을 밝힌 주점들과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학생들, 그리고 '어지르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라는 말을 몸소 증명이나 하듯 캠퍼스 이곳저곳을 더럽히고 훼손하는 행동은 변함이 없었다. 축제 다음날 아침의 캠퍼스 모습은 마치 나체로 남들 앞에 선 것처럼 너무나 부끄러운 광경이었다. 기자의 사담은 여기까지 해두고, 학생 3인의 입을 빌려 올해 대동제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하자.





처음 맞이하는 대동제

김기철(정치외교학 1) 학생


1학년이라 우리 대학에서 즐기는 대동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1학기 때 다른 대학 축제들을 많이 구경했고 우리 대학의 축제는 어떨까 늘 기대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수업은 전부 부민캠퍼스에서 듣고 있지만 현재 승학캠퍼스 기숙사에 살고 있어서 다른 학생들보다 더 편하게 축제를 구경할 수 있었다.

수업이 있는 오전엔 부민캠퍼스에서 열린 부민대동제를 구경하고 오후엔 승학캠퍼스로 와서 축제를 즐겼다. 수업을 들으면서 틈틈이 공강 시간을 이용해 행사에 참여했다. 그리고 축제 기간이라 휴강이 된 강의도 제법 있어 마음껏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림보, 훌라후프 돌리기, 그네뛰기, 떡메치기를 비롯해 파전 나눔 행사, 플리마켓 등 소소하지만 알찬 행사들이 많았다. '학생들이 더 많이 참여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도 남았지만 공간이 좁아서 학생들이 큰 기대를 안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수업이 끝난 오후에도 축제는 계속되었다. 오전에는 조용한 행사 위주였다면 오후에는 각종 축하공연이나 레크리에이션과 같이 볼거리로 가득했다. 관객이 적어 호응도 적고 열광적인 분위기는 많이 나진 않았지만 무대에 선 학생들은 자신들이 연습해 온 것들을 여과 없이 펼쳐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호응도 늘어났고 분위기도 점점 무르익어 갔다. 큰 소란도 없었고 행사 흐름도 매끄러웠다. 나이 드신 어른들부터 아이를 안고 온 주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부민대동제였다.

밤에 승학캠퍼스로 돌아갈 때 분위기가 너무 달라 기분이 이상했다. 운동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많은 학생들을 보니 낯설기도 했지만 몇 분 후 자연스럽게 그들 사이에서 같이 어울리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축제기간 동안 전반적으로 날씨가 추웠지만 운동장에 있을 때 만큼은 땀이 날 정도로 더웠다. 옆엔 모두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지만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모두 한마음이 되어 함께 어울렸다. 학교 구석구석에 주점이 열려 술잔을 기울였다. 가끔 강제적으로 서로 자기 주점으로 오라는 학생들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했다. 그래도 다른 대학 축제 보다 깔끔한 느낌도 들고 많은 준비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캠퍼스가 나눠져 있고 각자 따로 행사가 열려 처음에는 불편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캠퍼스별로 특색이 뚜렷하고 내용도 달라 축제를 어떻게 즐기느냐에 달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캠퍼스 간의 거리가 떨어져 있어 이동시간이 꽤 걸리는 만큼 캠퍼스별 행사가 열리는 시간이 구분된다면 더 많은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한편, 편의도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축제의 고질적인 문제
이 모(2학년) 학생

올해도 어김없이 대동제가 열렸다. 축제가 시작되기 전날부터 캠퍼스 전체가 어수선했으며 학생들 전반적으로 들뜬 분위기였다. 축제는 다른 나라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1학년 때 첫 축제를 보게 된 후다. 친구들과 함께 축제에 참여했고 신나게 즐겼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놀았다.

하지만 캠퍼스 안에서 술에 취해 고함을 치며 술주정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대학에 입학하기 전의 마음가짐이 어디로 갔을까' 하는 생각에 문득 회의감이 밀려왔다. 캠퍼스 내에 선정적인 이름을 걸고 차려진 주점들과 남·여를 불문하고 '무조건 들어왔다 가라'고 호객행위를 하는 주점운영 학생들, 주점 근처를 비롯해 학교 곳곳에서 담배를 피며 꽁초를 아무데나 버리는 학생들. 이들에게서 질서 의식이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축제기간 등굣길 역시 마음이 불편했다. 캠퍼스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와 그곳에서 풍기는 악취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으며 청소하는 사람들이 땀 흘려가며 정리하는 바로 옆에서 지난 밤 흘린 열정의 대가로 자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서 너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했지만 올해 대동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개선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고 매년 반복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캠퍼스 곳곳에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제 몸을 못 가누는 학생들과 쌓여 있는 쓰레기를 보면서 언제까지 이런 일이 반복되어야 할지 답답한 기분만 들었다. 축제는 '술 마시고 가수들 구경하는 행사'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평소 때는 학교의 주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학교의 부족한 시설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다가, 축제기간에는 학교시설을 있는대로 더럽히는 학생들에게 모순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학교 측에서도 매년 축제를 겪어오면서 전반적인 문제점들에 대해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을 위한 행사라고 해서 너무 뒤로 빠져있기 보다는 조금씩 개선의 노력을 해나가야 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축제가 진행되는 일주일 동안 야간강좌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은 소음으로 인해 매번 수업하기 힘들다는 점을 토로한다. 이런 문제는 학교 측의 노력이 필요한 점이라고 본다. 

대동제는 1년에 단 일주일이다. '1년에 한 번 있는 축제를 당연히 즐겨야지 그렇게 딱딱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맞다. 신나게 놀고 즐겨도 된다. 하지만 대학생다운 모습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축제를 즐기는 데 있어서도 지성인으로서의 미덕을 갖춘 모습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특강 통해 유익한 정보도 얻어
손누리(국어국문학 3) 학생

9월 26일 월요일, 부민캠퍼스 법대 건물에 있는 김관음행홀에서 탈북자 강연이 열렸다. 평소 북한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관심을 가졌던 나는 이번 축제 기간에 탈북자와 관련된 강연이 열린다는 공지를 보고 무척이나 반가웠다. 강연장에는 북한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강연회가 시작되자 "이름 없는 탈북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북한에서 영화를 제작하던 감독이라고 했다. 그는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는 일을 하며 한국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북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이 "외화를 벌어들이는 일"이라 했다. 중위 계층의 한 달 월급은 북한 돈으로 4,500원에서 5,000원인데 쌀 1kg의 가격이 2,000원이라 한다. 하층민은 한 달 월급이 1,500~2,000원으로 매 끼니조차 해결하기 힘든 수준이다. 하지만 100달러를 북한 돈으로 환전하면 30만 원, 외화를 북한 돈으로 바꾸면 그 가치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그는 원래 하던 영화를 그만두고 외교관이 되기 위해 러시아어를 공부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 대학문화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처럼 교내에서 흡연을 하거나 축제 기간에 음주를 하는 등의 행동은 북한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며 발각될 시 일명 '선선한 곳'에서의 고문을 면치 못한다고 했다.

홀로 탈북 했기에 아직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금전적 가치가 높은 달러를 보내는 것으로 가족들의 생계 지속을 돕고 있다는 강연자의 얼굴에는 그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무게의 그늘이 가득 져 있었다.

현재 북한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추노> 등의 한국 드라마 시청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애청자들은 여전히 단속반의 눈을 피해 그것을 지속적으로 수입하고 있다고 한다. 이 비디오를 시청한 것이 북한 단속반에게 적발되면 역시나 큰 처벌을 감수해야 하기에, 한 가정에서 비디오 플레이어 두 개를 소유하는 것은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 보기' 노하우라고 한다. 이 대목은 재미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의 강연을 듣고 희미했던 북한 민족들의 생활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우리와 같은 민족인 북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실을 듣게 된 것은 꽤 오래 잊혀 지지 않을 듯하다.

29일에는 우리 대학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최기의 국민은행 사장의 강연회〈사진〉가 열렸다. 우리 학교 졸업생이라는 사실만으로 나도 덩달아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이런 것을 학연이라 했던가? 은행장이기에 은행관련 취업 노하우를 강연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는 '경쟁사회에서 살아남는 법'을 중심으로 강연을 이어나갔다. 그는 행원으로 시작해 끝없는 노력과 수많은 단계를 거쳐 은행장이 된 과정을 들려주었다. 또 사회생활에서 협동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협동의 중요성만큼이나 자기계발에도 일정 시간을 소요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강연의 마지막 즈음에 "조급해 하지 말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아가라"는 그의 말은 '은행장'이기 때문이 아니라 '선배'의 말씀이기에 더 친근하고 믿음직하게 들렸다. 나를 좀 더 들여다보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가슴으로 들은 강연회였다.

 글 = 최문희, 한규현 기자
 사진 = 취재보도부 / 일러스트 = 이성미 기자
동아대학보 제1090호(2011.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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