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간 대학생들
거리로 나간 대학생들
  • 김승언
  • 승인 2011.10.24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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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간 대학생들



한쪽에서는 "학생들의 현실을 외면하지 말라" 외치고 한쪽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반값등록금' 논란이다. 지금껏 서로의 주장만이 남아 있을 뿐 실현 가능성은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다. 반값등록금 논란의 시작부터 현재까지의 상황을 정리해봤다.


 '등록금 절반 인하' 공약은 어디로?


대한민국의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연간 768만 원으로 등록금 비용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그러나 등록금 부담이 낮은 국공립대의 비율에 있어서 미국과의 차이가 크다. 우리나라의 국공립대는 전체 대학의 18%로 미국 70%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게다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고등교육비의 70%를 정부가 부담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정부는 불과 20%만을 부담하고 있다. 사실상 대한민국의 대학 등록금이 최고수준인 것이다.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71%의 대학 진학률을 보이는 우리나라에서 대학 등록금 문제는  모두가 고민해야 할 문제가 되었다.

비싼 등록금을 비판하는 대학생과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던 2006년 3월을 즈음해 정치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이 '교육비부담 반으로 줄이기' 팀을 만들며 반값등록금 정책을 처음으로 들고 나왔다. 이후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선거대책위 산하에 '등록금 절반 인하 위원회'를 설치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 뒤로 정치권은 이런 저런 말 바꾸기를 해가며 자신들이 꺼낸 정책 실현을 교묘히 피해갔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 9월 가진 대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 "정치적으로 그 공약들이 나온 데가 많다. 그렇지만 내 자신이 반값등록금 공약을 언급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말에는 어패가 있다. '등록금 절반 인하 위원회'는 이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았던 '경제살리기 특별위원회' 산하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상황은 점입가경이었다. '반값등록금' 최초발언자인 이주호 현 교과부장관은 지난 2008년 "반값등록금은 액수를 반으로 줄이는 게 아니라 심리적 부담을 반으로 줄이자는 얘기였다"고 말해 국민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정부가 이렇게 말장난을 하며 차일피일 논의를 미룰 동안에 등록금은 계속해서 올랐다. 대학들은 등록금을 올리는 주요 원인으로 '물가 상승'을 꼽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1%였다. 그에 비해 등록금인상률은 사립대 24.3%, 국립대 33.9%로 물가상승률의 2배에 달한다.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등록금으로 인해 가구의 소비지출 가운데 고등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5년 4.4%에서 지난해 6.4%로 높아졌다. 대학들이 배를 불리는 동안 학부모와 학생의 부담만 커진 것이다.


2011년, 학생들이 뿔났다!

올해 등록금 고지서를 받아든 학부모와 학생들의 얼굴은 또다시 어두워졌다. 지난 몇 년간 등록금을 동결했던 우리 대학은 올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4.9%의 등록금 인상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등록금을 소폭 올리거나, 동결한 다른 대학들도 금액 자체는 부담스럽기 마찬가지였다. 결국 대학생들은 거리로 나섰다. 고통 받고 있는 현실을 직접 소리 내 전달하기로 한 것이다.

전국의 각 대학에서 학생총회를 소집했다. 우리 대학도 3월 30일 등록금 인상철회를 비롯한 여러 문제를 들어 학생총회를 소집했으나 무산됐다. 그러나 전국 19개의 대학에서 학생총회가 성사되면서 등록금문제가 또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학생들의 움직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4월 2일 서울 대학로에서 '반값등록금 시민·대학생 대회'가 열렸다. 학생들이 처음으로 학교 밖 거리에 한 데 모여 반값등록금을 외쳤다. 그동안 매년 초 등록금 인상 소식이 알려질 때마다 소위 '개나리 시위(이른 봄 개나리꽃이 필 때나 반짝하다가 마는 대학생들의 시위를 일컫는 말)'가 있어 왔지만, 지속적인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고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이게 된 것은 이때부터였다.

5월 1일에는 학생 대표자들이 삭발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동안 묵묵부답이던 정부는 결국 5월 23일 반값등록금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엿새 뒤인 29일 "대학생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현재 75% 이상의 학생들이 받는 B학점을 기준으로 반값등록금을 지원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며 '소득 하위 50%와 학점 평점 B이상'으로 제한할 것을 발표했다. 이에 학생들은 "반값등록금 정책이 아닌 조건부 장학금 지급"이라며 반발 했고, 광화문 광장에서는 반값등록금 실현 촉구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후 6월 4일 열린 집회에는 기말고사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추산 1000명, 주최측 추산 2000명이 모이면서 올해 들어 최대 규모로 번졌다. 반값등록금 실현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한나라당은 지난 6월 10일, 성적 B학점 이상에만 등록금을 지원한다는 제한 규정을 철회했다. 이어 6월23일에는 "매년 등록금을 10%씩 인하하여 궁극적으로 2014년까지 등록금을 30%까지 인하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다시 번복됐다. 7월 21일 열린 당정청협의회에서는 대학등록금 완화 문제와 관련해 "향후 소득구간별 차등 지원과 대학 구조조정을 병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한 달 사이에 2014년까지 30%를 인하하겠다는 인하안에서 소득계층별 장학금 21% 지원안으로 후퇴한 것이다.

말바꾸기가 계속되자 더 이상 참지 못한 학생들은 8월 12일과 26일 다시 거리로 나왔다. 이에 정부는 9월 8일 저소득층 장학금 확대 대책을 발표했으나, 예전에 논의되던 등록금 30% 인하는 간 데 없었다. 학생들은 또다시 실망했고, 지난 9월 29일 전국적으로 거리수업이 진행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여다정 기자




▲지난달, 29일 부산대 앞에서 열린 거리 수업 현장<사진제공 = 창원대 신문사 최재훈 기자>



대동제 마지막 날이었던 30일, 민주광장에서는 학생문학예술운동연합(이하 학문연)이 주최하는 축제가 열렸다. '인생을 쥐락(樂), 꿈을 펴락(樂)'이라는 이름으로 반값등록금 운동을 확산하고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각종 공연으로 축제를 진행했다. 이 날의 축제는 '반값등록금'이라는 주제를 너무 무겁게 다루기보다는, 학생들의 무일푼 재능기부 형식으로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축제에 앞서 학문연 풍물단은 꽹과리, 북, 장구 등의 풍물을 치며 승학캠퍼스 전체를 도는 공연을 펼쳤다. 경쾌한 풍악소리와 함께 우리 대학을 찾아온 많은 학생들과 주민들이 흥겨워했다.
풍물단이 민주광장으로 돌아오자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됐다. 지성연(응용생물공학 1) 학생의 피아노 연주, 김지섭(철학 3) 학생의 자작 랩 등 다양한 공연으로 볼거리를 더했다.
또한 생명대와 사회대, 동아리연합회 학생회장이 참여해 "반값등록금의 실현과 함께 우리 대학 재단 문제와 관련된 잡음이 해소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대 김종현 총학생회장도 이번 축제에 참여해 "부산시민 약 3만여 명이 반값등록금 서명에 참여해 많은 관심을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간이 지나고 날이 어두워짐에도 축제를 보기 위해 108계단에 앉은 학생들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축제의 끝 무렵에는 다시 풍물단의 신명나는 소리가 우리 대학 입구를 가득 메웠다. 


 이성미 기자
 
hakbosm@donga.ac.kr



 



▲지난달 30일, 우리 대학 책탑에서 열린 '인생을 쥐락, 꿈을 펴락' 문화제



지난달 29일 우리 대학교 책탑에서 열린 '거리수업' 현장의 소리를 지면에 옮겼다.

〈고재열 기자(시사IN) - 강연자〉

이번 전국 거리특강은 1학기 말의 뜨거웠던 반값등록금 운동의 열기를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축제기간이고 장소가 야외라 학생들이 많이 모이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으나 많은 학생들이 경청해주었다. 등록금 인상률이 다른 대학보다 높아 등록금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동아대학교는 등록금 인상, 학과 폐과, 재단이사장 징역형 등의 문제로 잡음이 일었으나, 캠퍼스가 3개로 나뉘어 학생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학내 구성원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값등록금 운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의 손을 잡아 더 많은 동참을 이끌어 내기를 바란다.

〈권오민(응용생물공학 4) 학생 - 주최 측〉

기회가 없어 의견을 내지 못한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자리를 마련했다. 기획단의 활동과 홍보가 부족했던 것 같아 안타깝지만 앞으로의 활동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워나갈 것이다.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표출하는 것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길이다. 이런 행사 또한 구성원의 열의를 모으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등록금 문제로 힘든 사람이 없을 때까지 계속해 나갈 것이다. 관심과 호응을 바란다.

〈이상윤(국어국문학 2) 학생 - 참여자〉

거리수업을 통해 반값등록금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를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참여하게 되었다. 우리 대학 등록금은 상대적으로 타 지역의 사립 대학교와 비교했을 때 적당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서울지역의 일부 사립 대학교 등록금은 교육의 질이 얼마나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비싸다고 생각한다. 이번 거리수업은 기획력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고, 학생들의 참여율이 낮아서 아쉬웠다. 더 많은 학생들의 참여를 위해서는 현실을 알리고 반값등록금의 필연성을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여다정 기자
 hakbodj@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90호(2011.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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