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대신 일터로 몰리는 대학생-② 학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하지만…
공부 대신 일터로 몰리는 대학생-② 학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하지만…
  • 김승언
  • 승인 2011.10.24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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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대신 일터로 몰리는 대학생-②학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하지만…


<편집자주> 물가와 대학 등록금 모두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대학생들은 부모님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 일터로 나선다. 그들의 실태를 진단하는 기사를 연재한다.

'등록금 천만 원 시대'에 학비 걱정 없이 대학 4년을 졸업할 수 있는 대학생은 이미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행운아다. 하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등록금을 직접 마련해야 하는 대학생들이 느끼는 학비부담은 심각하다. 학비를 벌기 위해 휴학을 해야하는 학생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 대학교 박 모(국어국문학 2) 학생은 고민 끝에 2학기 휴학을 결정했다. 내년이면 동생도 대학에 진학하게 되는데 집안형편이 넉넉지 않아 다음 학기 학비를 직접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는 휴학해서 학비를 벌 수 있지만 졸업 때까지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마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학비에 대한 부담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휴학을 선택하는 학생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몬이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2학기 등록금 마련실태' 관련 설문조사에서 대학생들은 2학기 등록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학비 부담(43.9%)'을 꼽았다. 또한 '2학기 등록금, 어떻게 마련하고 있나'는 질문에 43.9%가 '아르바이트를 통해 전액/일부 마련'이라고 응답해 10명 중 4명이 학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기 중에도 대학생들의 사투는 계속된다. 류예랑(부산대 2) 학생이 학교를 다니면서 과외아르바이트를 하며 받는 월급은 40만 원. 하지만 △차비(6만 원) △밥값(15만 원) △휴대폰 요금(5만 5,000원) 등의 고정 지출과 기타비용(약 5만 원) 등을 제하고 나면 약 8만 5,000원이 남는다. 그녀는 "부모님께 비싼 학비를 내달라고 하기가 죄송스러워 조금이나마 보태기 위해 학기 중에 일을 하지만, 기본적인 생활비를 제하고 나면 모을 수 있는 돈은 너무 적다"며 "나는 집에서 통학을 하기 때문에 그나마 생활비가 덜 드는 편이지만 주변에 자취나 하숙을 하는 친구들은 생활비 부담이 더 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올해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알리미' 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전국 4년제 일반 사립대의 연평균 등록금은 768만 원. 여기서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조사한 학생 한 달 평균 생활비인 42만 원까지 계산하면 4년제 사립대를 일 년간 다니는데 1,200여만 원이 드는 셈이다. 직장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는 대학생들이 이 비용을 대출이나 부모님의 도움 없이 감당하기에는 벅찰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정작 그로 인해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하지 못하는 아이러니도 발생한다. 강의를 듣는 낮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은 수면 부족, 학습 능력 저하 등의 어려움을 겪는다. PC방에서 야간에 일을 하고 있는 김 모(부산외대 2) 학생은 "밤에 일을 하고 낮에 시험공부를 해야 하지만 몸이 너무 피곤해 정작 학교에서는 졸음을 이기지 못해 조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일을 그만두고 싶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학교를 다니고자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정작 학생의 본분을 다하지 못해 학점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건강이 훼손되는 등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학업을 중단하고 주 40시간 이상의 풀타임 노동으로 휴학생들이 받는 월 평균 임금은 107만 원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6월 밝혔다. 김유선 소장은 "휴학생의 주당 근로시간이 42.9 시간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학업까지 중단하고 온종일 일하는 사람이 많음을 말해준다"고 전했다. 덧붙여 "재학생의 주당 근로시간이 26시간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정상적인 학업이 어려울 정도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박경현 기자
hakbokh@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90호(2011.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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