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대신 일터로 몰리는 대학생-③ 돈만 된다면‥
공부 대신 일터로 몰리는 대학생-③ 돈만 된다면‥
  • 김승언
  • 승인 2011.11.10 0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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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대신 일터로 몰리는 대학생-③ "돈만 된다면…"


〈편집자주〉 물가와 대학 등록금 모두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대학생들은 부모님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
일터로 나선다. 그들의 실태를 진단하는 기사를 연재한다.



날로 치솟는 물가와 그에 비해 낮은 최저 임금, 그마저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업주 등으로 인해 대학생들의 돈벌이가 힘들어지면서 '3D알바(소위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알바)'까지 마다하지 않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마루타, 다단계판매, 유흥업소, 냉동창고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조금 힘들어도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선호하는 것이다.

영도의 한 조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차태양(정치외교학 1) 학생은 아침 7시에 출근해 10시간 동안 무거운 공구나 파이프 등을 옮기고 용접을 도와주는 일을 했다. 상대적으로 급여가 많고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어 일을 했다는 그는 "일을 갔다 온 뒤면 너무 피곤해 공부는 물론 친구도 잘 만나지 못했다"며 "체력소모와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에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신 모(부산외대 2) 학생은 지난 여름방학 동안 편의점에서 파는 아이스커피를 생산하는 일을 했다. 야간(밤 9시~익일 오전 6시)에 영하 1도 이하의 냉동고 안에서 완성된 제품이나 얼음을 옮기는 등 힘쓰는 일을 주로 했다는 그는 "야간에 일을 했기 때문에 잠도 많이 왔고, 허리가 아파 한의원에서 침을 맞기 일쑤였다. 또 여름에 추운 냉동고 안에서 일을 하다 보니 바깥과 온도차가 심해 감기에 자주 걸렸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이처럼 단기간에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남학생들이 몸을 많이 쓰는 일을 주로 하는 반면, 여학생들은 바(Bar)나 노래방, 심지어 '보도방' 같은 유흥업소의 유혹에 빠져들기도 한다.

현재 휴학을 하고 한 유흥업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A양은 "손님과 간단한 대화를 하고 술을 마실 때 옆에 있어 주는 일을 하고 있다"며 "용돈마련을 위해 일을 하고 있지만 오래하지는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대학생들이 이런 일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몬'이 1,5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자료에 따르면 고물가를 실감하는 학생의 비율은 98.3%. 이 중 "만약 돈만 많이 준다면 '마루타 알바'와 같이 위험하고, 힘이 드는 일이라도 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49.1%(△남자 58.3% △여자 40.6%)에 달했다.

'마루타 알바'란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을 말하는 것으로, 약품을 시판하기에 앞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기존 약과 생체 반응이 같은지 알아보는 실험이다.

피실험자로 참여하면 약물의 종류에 따라 며칠에서 몇 개월까지 병실에 누워 있으면 된다. 생체실험 대상이 된 듯한 꺼림칙한 기분과 건강을 담보로 하는 부작용을 감수해야 하지만 단기간에 몇 십에서 몇 백만 원에 이르는 돈을 벌 수 있다. 때문에 주요 포털사이트에서는 생동성 시험 피실험자를 모집하는 구인광고가 하루에도 몇 십 개씩 올라오고 있으며, 수 십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인기다.

이에 대해 김수환(금융학 3) 학생은 "조금 힘이 들 수는 있지만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라면 젊은 날에 한번쯤 해볼 만한 일인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위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 현상에 대해 일부에서는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안정미(국어국문학 2) 학생은 "단기간에 돈을 벌면 그만큼 빨리 사용할 수도 있다. 특히 위험한 일을 해서 몸을 상하게 하는 것은 부모님께 오히려 걱정을 끼쳐드릴 수 있는 일"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경남고용복지센터 한 관계자는 "취업준비, 학업 등의 이유로 바쁜 대학생들이 단기간에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지만 학업이나 건강에 지장을 줄 만큼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hakbokh@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91호 / 2011년 11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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