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삼포세대를 품은 노래
[기획]삼포세대를 품은 노래
  • 서성희
  • 승인 2012.04.04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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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20대의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 2곡이 있다. 지금 소개하는 다이나믹 듀오의 '잔돈은 됐어요'와 '청춘'은 현 20대가 처한 상황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잔돈은 됐다'며 택시아저씨에게 넋두리를 하는 '청춘', '난 난놈이 아니였다'며 좌절하고 '사회란 조직에서 눈 밖에 난 놈'이라고 자조하는 20대의 '고백'은 사랑노래보다 애절하다. 암담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면서도 그 속에 희망을 찾아가는 청춘을 그린 노래들. 가사를 곱씹어보며 '흐려지는 나의 신념'을 다시 한 번 잡아보자.


작가는 노래를 통해 우리 사회의 차가운 현실과 이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을 묘사하고 있다. 화자는 택시에 탄 뒤, 기사아저씨와 얘기를 나눈다. 작가는 대화를 독백형식으로 표현함으로써 화자의 감정을 좀 더 직설적으로 나타냈다.

2009년 발표된 이 노래에는 최근 이슈화된 '청년 인턴' 문제가 담겨있다. 예전부터 존재했던 이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

공공기관 청년인턴제는 '정규직으로의 취업 가능성을 제고하자'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실제 채용된 인원은 4.11% 밖에 되지 않았다. 놀랍게도 국민연금공단은 단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또한 대학생들은 인턴경험을 통해 실무를 배우길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커피 맛있게 타는 법' 등 잡일만 배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취업포털사이트 인크루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알 수 있다. 131명의 행정인턴 가운데 70.2%가 '아르바이트로 가능한 단순반복 업무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노래는 화자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시작된다. 화자는 어린 시절 꿈꿨던 자신의 모습과 현실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낀다. 작가는 자신의 한계와 현실의 벽을 깨닫고 무기력감을 느끼는 모습을 담담한 어투로 그려냈다. 또 자기의 미래를 비관하는 청춘의 애환을 내보인다.

최근 연애, 결혼, 출산 3가지를 포기했다는 뜻의 '삼포세대'라는 신조어가 탄생하면서 2030세대의 아픔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매체를 통해 삼포세대가 다뤄지면서 소수가 아닌 전반적인 20대의 문제로 일반화되었다. 곧 20대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인식되었고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과 공감을 샀다.



"우리는 단군 이래 가장 많이 공부하고, 제일 똑똑하고, 외국어에도 능통하고, 첨단 전자제품도 레고 블록 다루듯이 만지고… 우리 부모 세대는 그 중에서 단 하나만 잘해도, 아니 비슷하게 하기만 해도 평생을 먹고 살 수 있었어. 그런데 왜 지금 우리는 다 놀고 있는 거야?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한 거지?"

2007년 발표된 김영하 작가의 소설 『퀴즈쇼』의 한 부분이다. 이 소설에는 대학원을 졸업한 주인공이 고시원에 살면서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작품이 출간된 지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20대가 처한 현실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되고 있다.

노래 속에 비친 청년들의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청년들은 살아남기 위해 포기에 포기를 거듭하고 있다. 20대는 대체 왜 '삼포세대'가 된 걸까?

대한민국 고등학생의 72.5%가 대학에 진학한다. 이 중 63.5%가 학자금 대출을 받고 평균 1,353만 원을 졸업과 동시에 갚아나가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더 이상 우리에겐 1980년대처럼 '대학생 프리미엄'이 붙지 않는다. 대신 '지방대 꼬리표'가 발목을 잡을 뿐이다. 거기다 토익·봉사·대외활동 등 각종 스펙까지 우리를 옥죄어 온다. 이러다간 '청년실신(청년 대부분 졸업 후 실업자나 신용불량자가 된다)' 될 것만 같아 하루하루가 두렵다.

졸업하자마자 학자금대출을 해준 은행들의 독촉이 시작된다. 대출상환금과 심리적 부담감이 우리를 점점 압박해온다. 결국 마지막 선택은 '묻지마 취업'. 자신의 적성, 근무환경 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아무런 회사나 취업하고 보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한 달에 216만 원(2011년 부산 4년제 대학졸업자 평균 임금)을 받고 근무를 시작한다. 이 돈으로 휴대폰 요금, 보험료, 식비, 교통비 등을 지출한다. 게다가 만약 어두운 인생을 환하게 밝혀줄 연인이라도 생긴다면 일주일 평균 3.6회 데이트까지 해야 한다. 1회 데이트에 34,000원가량을 쓰고 난 뒤엔 걱정이 앞선다. 즐겁고 행복하지만 금전적 부담이 너무 크다. 결국 우리는 연애를 포기하게 된다.

연애 포기는 곧 결혼 포기와 출산 포기로 이어진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평균 결혼비용이 2억 원을 넘어섰다. 신혼집에 1억 4,219만 원, 혼수·예물 등을 위해 4,867만 원을 지출한다. 만약 부모님 도움 없이 결혼을 준비하는 커플이라면 각각 1억 원씩 모아야 한다. 이는 한 달 월급을 1,000원도 쓰지 않고 약 4년을 모아야 하는 금액이다.

출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임신 중 각종 검사비용 150만 원, 분만비 150만 원에 출산용품 구입 등 기타 비용까지 합치면 1,000만 원을 넘어선다. 이런 상황들이 모여 연애와 결혼을 넘어 출산까지도 포기하는 이른바 '삼포세대'의 사이클이 완성된다.

2010년 12월 24일 발간 후, 150만 부가 판매된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내려올 줄을 모른다. 이 책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힘들어하는 20대에게 '끊임없이 꿈꾸고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가득 담고 있다. 책에는 "그대라는 꽃이 피는 계절은 따로 있다. 아직 그때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는 구절이 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20대들에게 용기를 주는 명문처럼 보이지만 사실 기성세대에게 더 필요한 말이다. 그들은 얼른 만개하기만을 강요하며 윽박지른다. 결국 기다려주지 않는 기성세대 때문에 '봉오리'인 우리는 아름다운 '꽃'인 척 흉내 내야만 한다.

기성세대는 현재 20대가 문제의식 없이 평범함만 추구했던 탓에 암담한 현실에 처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삼포세대의 미래를 향한 움직임은 곳곳에서 보인다. '반값등록금'을 소리치며 촛불을 들고 서있고, 국가 정책에 20대의 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SNS를 통해 말하고 있다. 게다가 스펙마저 뛰어나다. 기성세대처럼 짱돌을 집어 들지 않는다고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다치면 아프듯 '청춘'도 다치면 아프다. 단지 '청춘'이라는 두 글자 때문에 우리에게 아플 것을 강요하지 말라. 언젠가 20대의 빛나는 미래와 희망이 가득한 노래들이 좀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글 = 홍슬기 기자
일러스트레이션 = 김승언 기자

동아대학보 제1094호 2012년 4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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