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청년 정치문화 발전 플랜
[기획]청년 정치문화 발전 플랜
  • 서성희
  • 승인 2012.04.0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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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생을 비롯한 20대 청년들에게 '나는 꼼수다', '유시민·노회찬의 저공비행' 등의 팟캐스트 방송과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 '청춘콘서트'와 같은 시사대담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0대가 팟캐스트 방송과 토크 콘서트에 열광하는 이유는 기존 정치 행사와는 달리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아서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새로운 20대의 정치 문화가 등장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이것은 20대의 정치 문화인가?




1987년 6·29선언으로 이룬 정치민주화 이후 대학생들을 비롯한 20대의 정치참여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는 20대의 투표율 감소를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IMF사태가 터지고 신자유주의가 만연하면서 삶은 점점 힘들어졌고 정치는 더욱 외면 받았다. 가계부채는 약 900조 원에 이르고 대학 등록금은 갈수록 비싸졌다. 이명박 정권의 반값등록금 공약에 희망을 걸었던 대학생들은 "액수로서의 반값이 아니라 심리적인 부담을 반으로 줄여주겠다는 것"이라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말에 절망했다.

"못 참겠다. 바꿔보자!"

이에 2011년 4월 27일 '나는 꼼수다' 팟캐스트 업데이트를 필두로 많은 진보 인사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정치가 밥 먹여준다"고 주장하면서 현 정권을 규탄하고 대학생들의 정치참여를 독려했다. 20대는 자신들을 대변해주는 이들에 열광했다. 이런 현상과 관련해 정해구 생활정치연구소 소장은 "대학생의 정치 참여가 주로 진보적인 노선으로 나타나는 것은 현재의 상태를 바꿔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본래 진보는 현재의 상태를 바꾸려고 하는 태도고, 보수는 가능하면 현재를 유지하고자 하는 태도"라고 말했다.

20대는 가혹한 현실을 꼬집고 이런 현실을 바꿔보자는 진보 인사들의 말에 공감했다. 이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바로 증명됐다. 20대를 비롯한 청년들은 압도적인 지지로 박원순 후보를 당선시켰고, 서울시립대의 반값등록금 실현으로 이를 보상받았다. 지난 2월 27~29일 한국일보가 설문조사 대행업체 서베이몽키를 통해 전국의 20대(19~29세) 800명을 대상으로 정치의식 등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9.3%가 "2012년 총선과 대선 때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10명 중 7명(70.5%)은 "20대의 적극적인 정치참여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응답, 투표 등 정치참여에 대해 적극적이고 낙관적인 태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18대 총선의 20대 투표율은 28.6%로 선거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만약 설문의 결과가 현실화된다면 총선과 대선 결과가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다.

이런 추세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와 '위대한 탄생' 등을 벤치마킹해 청년 비례대표를 뽑도록 만들었다. 또한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내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20대인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를 영입하게 했다. 새누리당은 20대 여성인 손수조를 부산 사상구 국회의원 후보에 공천하면서 20대에게 관심이 있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방혜인(중어중문학 2) 학생은 "각 정당들이 청년 국회의원 후보를 뽑은 기준이 모호하다"며 "이들이 실제로 20대를 대변해 줄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청년 국회의원 공천이 20대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것인지, 단순히 20대의 표심만 잡기 위한 이벤트인지 그 진정성을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올해 2월 3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750명을 대상으로 '나는 꼼수다'에 대한 인지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청취해본 적도 있고, 잘 알고 있다'는 응답자 30%였고 '알고만 있다'는 응답자도 56.4%로 사람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이 정말 20대의 새로운 정치 문화인지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현재 20대의 정치 문화라고 말하는 것들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를 필두로 김제동, 안철수, 박경철 등과 같은 기성세대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20대들은 자신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그들에 공감하고만 있을 뿐, 스스로 이런 정치 문화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20대 정치 문화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나는 꼼수다'는 "가카가 퇴임하는 내년 2월 25일 방송을 끝으로 종료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방송을 시작했다. 총선과 대선이 끝나고 만약 정권이 교체된다면 20대를 선도했던 프로그램들은 사라질 것이다. 우리 대학교 정희준(생활체육학) 교수는 "현재 팟캐스트 방송이나 토크 콘서트는 정부의 언론장악에 대한 반대급부로 나온 것"이라며 "만약 정권이 교체된 후에 언로가 다시 뚫린다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팟캐스트 방송과 토크 콘서트보다 라디오나 텔레비전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20대를 대변하는 정치인을 국회의원으로 선출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20대의 가혹한 현실을 바꿔줄 것 같은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았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법률소비자연맹이 18대 국회 출범 이후 4년 동안 연인원 2,600여 명을 투입해 의원들의 공약 이행 여부를 살펴본 결과, 평균 이행률은 59%로 집계됐다. 이행률이 40% 이하로 낙제 수준인 국회의원도 조사대상의 22%인 48명에 달했다. 평균적으로 공약의 40%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은 정치인들이 당선만을 위해 국민들에게 말뿐인 공약을 남발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민들이 선거 이후에도 정치에 지속적인 관심을 표하지 않는다면 19대 국회의원들도 전과 동일한 행태를 보일지 모른다.



대학생을 비롯한 20대는 이런 정치인들의 행태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 이후 지속적인 정치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재 20대에게 중요한 것은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나는 꼼수다'나 '청춘콘서트'에 동조하는 수동적인 정치 참여가 아니다. 대학생들이 직접 정치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지속적인 목소리와 관심을 통해 이를 가꿔나가야 한다. 정희준 교수는 "대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치를 비롯한 사회, 경제 현안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라며 "관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심에서 나오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해

지속적인 관심과 정치 참여를 위한 많은 방법들이 있다. △대학생 정책자문위원회 활동 △각 정당 당원 가입 △국회 보좌관 및 비서 인턴 활동 △정당 당직자 활동 △방송사 시민토론단 활동 △선거 참모 및 유세원 활동 등 여러 가지 정치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이것들을 통해 정치를 피부로 직접 느끼고 경험할 수 있다. 이외에 1인 시위를 한다거나 촛불 집회 등 여러 집회에 참여 하는 것도 자신의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방법 중 하나다. 직접 활동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인터넷 동호회나 블로그 운영 등을 통해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내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희준 교수는 "지금 활용되고 있는 팟캐스트 방송도 20대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좋은 수단"이라고 조언했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하지만 대학생들을 비롯한 현재의 20대는 정치적이지 못했고 그것은 현실을 더 감당하기 힘들게 했다. "정치가 밥 먹여준다"는 많은 진보 인사들의 말처럼, 정치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졌더라면 20대의 삶은 좀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이제 적극적인 정치 참여와 지속적인 관심,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세상에 내뱉는 것이 중요하다.『닥치고 정치』의 저자 김어준 총수는 책에서 짧지만 강렬한 말로 우리를 일깨운다. "쫄지마!"

김무엽 기자
hakbomyk@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94호 2012년 4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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